소비자 피해 '예상'만 돼도 단체소송 가능…경영계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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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 '소비자 기본법' 개정안 관련 의견 공정위에 제출…"현행 제도 보완 필요"

 [사진=경총]
[사진=경총]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입법예고한 소비자 기본법 개정안을 두고 경영계가 반발하고 있다. 개정안 시행 시 소비자단체의 소송 남발과 악용이 우려되는 데다 중소기업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또 빈번한 실태조사 시행으로 사업자의 자료 제출 부담이 가중될 뿐 아니라 사업자의 영업비밀 유출, 이미지 훼손 등의 우려도 제기돼 현행 제도를 보완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공정위가 입법예고한 소비자기본법 개정안에 대한 경영계 의견을 제출했다고 26일 밝혔다. 앞서 공정위는 2006년 도입 이후 유명무실했던 단체소송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달 12일 소비자기본법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소비자 단체소송 제도는 도입 후 15년간 소송 제기 건 수가 6건에 그치는 등 성과가 저조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번 개정안은 단체소송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단체소송은 공익을 위해 법에 정한 단체가 위법행위의 금지를 청구하도록 한 제도로, 피해 예방 차원에서 진행하는 소송인 만큼 사후 금전배상을 목적으로 하는 집단소송과는 다르다.

공정위는 예방적 금지 청구권 도입, 법원의 소송허가절차 폐지 등을 통해 소비자단체소송 제기 요건을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예방적 금지청구권은 아직 소비자 권익 침해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현저한 침해가 예상되는 경우 예방적으로 금지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경영계가 가장 우려하고 있는 조항이다. 공정위는 독일, 일본 등 선진국이 이미 이 조항을 시행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도입을 추진하려고 하지만, 기업들은 무분별한 소송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하며 일제히 반대하고 있다.

특히 공정위는 '예상되는 경우'라는 요건만으로는 청구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될 우려가 있어 '현저성' 요건을 추가해 제도를 보완했다는 주장이지만, 기업들은 이를 악용하는 곳이 많을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또 개정안 내 '침해가 예상되는 경우'라는 요건만으로는 청구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될 우려가 있어 개정안에 '현저성' 요건을 부가했다고 하나, '현저성'도 명확한 기준이 없는 모호한 개념인 만큼 소송 남발을 막을 수 있는 방안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경총 관계자는 "소비자 권익의 '현저한 침해 예상'만으로 소송이 가능한 예방적 금지청구를 허용하고, 소송 필요성을 사전점검하기 위한 허가절차가 사라지게 되면 무분별한 소송 남발뿐 아니라 소비자단체를 통한 기획 소송과 같은 제도 악용 우려가 높다"며 "블랙컨슈머, 온라인SNS 등을 통해 제품·서비스에 대한 비판적 의견이 여론으로 쉽게 확산되는 상황에서 소비자 피해 우려만으로 단체소송이 가능할 경우 사업자는 소송 남발로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소제기와 함께 신청된 가처분(보전처분) 인용 시 소송 종료까지 상품 생산 및 판매가 중단될 수 있고, 대외적으로 기업에 대한 신뢰훼손 등 사업자의 피해가 예상된다"며 "유사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소비자기본법 상 단체소송 제기를 통한 이익추구 금지 등 제도 악용 방지 규정이 없다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경영계는 소비자 관련 분쟁의 상당수가 중소기업 제품 및 서비스와 관련된 것인 만큼 향후 소송제기 요건이 완화되면 소송 대응능력이 약한 중소기업의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총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단체소송이 제기될 경우 소송비용 부담과 담당 인력부족 문제 등으로 인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가 어렵다"며 "'예방적 금지청구권 도입', '소송허가절차 폐지'보다는 현행 제도를 보완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행 제도의 문제점으로 제시된 소송지연은 신속한 재판 절차가 진행될 수 있도록 일부 규정 보완 시 개선 가능한 문제"라며 "소송허가로 인한 사업자의 소송 '패소 오인'보다 제도 남발과 악용으로 인한 사업자의 피해와 시장의 혼란이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경영계는 공정위의 실태조사를 위한 사업자의 자료제출 의무 신설과 관련해 빈번한 실태조사 시 이를 위한 사업자의 자료제출 부담이 가중된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결과적으로는 사업자의 영업비밀 유출, 이미지 훼손 등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실태조사 실시 목적과 그 내용이 추상적으로 규정돼 사실상 공정위의 필요에 따라 수시로 실태 조사가 가능하도록 돼 있다. 또 개정안은 자료제출을 요구할 수 있는 범위를 실태조사 등을 위해 '필요한 자료'로 광범위하게 규정하고 있고,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자료제출 요구를 거부할 수 없도록 해 기업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경총 관계자는 "'정당한 사유'가 구체적으로 규정되지 않아 사업주가 자료제출을 거부할 수 있는지 사전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며 "실제 정당한 사유로 인정받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개정안의 경우 자료의 목적 외 사용 등에 대한 제한규정도 없어 제출된 자료의 오·남용도 우려도 높다"며 "회사의 각종 경영정보 및 품질정보 등의 제출을 요구하고, 이를 실태조사 결과에 포함해 공표하게 될 경우 기업 이미지 훼손, 영업비밀 유출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예방적 금지청구권 도입 등 소비자단체소송 제기 요건 완화로 우리 기업들의 각종 소송에 대한 불안감이 한층 더 높아질 것"이라며 "소송 제기 요건 완화보다 현행 제도 보완이 바람직하고, 불가피하게 소송제기 요건이 완화되더라도 소비자단체 소송이 남용되지 않도록 보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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