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승권 기자] 주요 제약·바이오그룹사의 작년 자산 총액이 증가세를 기록한 가운데 셀트리온그룹이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그룹사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셀트리온그룹, 동아쏘시오그룹, 녹십자, 한미사이언스 등 주요 회사의 자산 총액이 늘어났다. 바이오 시장 성장세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순위를 들여다보면 2위와 약 3배 이상의 격차로 셀트리온이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고 2위 그룹에 동아쏘시오그룹과 녹십자, 한미사이언스주식회사가 위치했다. 일부 차바이오텍 등 바이오기업은 전통 제약회사를 제치고 10위권에 올랐다.
자산 총액으로 기업 순위를 산정한 건 자산 총액이 회계 상의 기업의 가치를 뜻하기 때문이다. 자산 총액은 기업이 가지고 있는 자본총액과 부채총액의 합으로 기업의 가치를 산정하는 시가 총액보다 더 불가변적인 수치다. 이 때문에 자산총액은 재계 서열 산정방식으로 주로 사용된다.
◆ 셀트리온 압도적 1위…2위 그룹은 동아·적십자·한미 경쟁 구도
제약·바이오사 자산총액 1위 셀트리온그룹은 '공시대상 기업집단' 분류 기준에 따라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유일한 제약기업이다. 계열사는 9개 정도로 그리 많지 않지만 규모면에서 압도적이다.
지난해 말 기준 셀트리온그룹의 총 자산은 11조2천917억원으로 지난 2019년(8조8천억원)보다 2조5천억원 늘었다. 3조대인 2위 동아쏘시오그룹을 크게 웃도는 자산 규모다. 이 마저도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의 자산이 빠진 수치다.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를 포함 할 경우 총 자산 규모는 13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로써 전체 재계 순위에서도 셀트리온은 작년 45위에서 26위로 급등했다. 재계 순위가 두 자릿수 상승한 곳은 셀트리온이 유일하다. 지난 3월 창업자인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공식은퇴를 선언했고 서진석 부사장(서 회장의 장남)이 사내 이사를 맡고 있다.
2위 그룹에서는 전통 제약그룹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셀트리온을 제외한 전통 제약그룹은 자산 규모가 5천억원 이상~5조원 미만으로 대부분 중견 기업에 해당한다.
27개 계열사를 가진 동아쏘시오그룹은 지난해 자산총액 3조3천366억원으로 전년보다 2천358억원 가량 늘었다. 동아에스티, 동아제약을 중심으로 한 의약품의 개발·판매 뿐만 아니라 음식료(동아오츠카), 물류(용마로지스), 포장(수석), 의료기기(참메드) 등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금은 오너3세 강정석 회장이 지주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의 최대주주다.
3위에는 녹십자그룹이 자리했다. 지난 2019년 보다 4천673억원 늘어난 3조2천412억원을 기록했다. 계열사만 국내 24개, 해외 14개 총 38개로, 제약그룹 중 가장 많은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2009년 작고한 허영섭 회장 동생 허일섭 회장이 지주사인 녹십자홀딩스의 최대주주로 현재 그룹의 실소유주다.
4위는 한미약품의 한미사이언스주식회사다. 1973년 설립한 이 그룹의 지난해 자산총액은 3조52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큰 변화가 없다. 계열사는 10곳인데 현재 임 회장의 부인 송영숙 회장이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최대주주다. 장남인 임종윤 사장이 한미사이언스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어 2세 경영을 준비 중이다.
◆ 5위권에 유한양행·종근당·대웅그룹…차바이오텍 바이오그룹 9위 약진
유한양행은 자산총액이 전년보다 2천660억원 가량 늘어난 2조4천664억원으로 5위를 기록했다. 계열사가 2개 밖에 없지만, 개별 회사 매출로 제약사 중 상위권을 다툴 정도로 내실 있는 회사로 꼽힌다.
또한 유한양행은 우리나라 최초로 전문경영인 제도를 도입한 회사로, 창업주 유일한 박사가 경영권을 전문경영인에게 넘긴 후 지금까지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6위 종근당그룹은 자산총액 2조2천393억원으로, 전년보다 3천346억원 가량 늘었다. 계열사는 17곳이며 현재 이 회장의 장남 이장한 회장이 종근당홀딩스 최대주주다.
7위는 대웅그룹으로 지난해 자산 규모 총 1조8천375억원으로 모두 33개 계열사가 있다. 1966년 윤영환 회장이 인수해 윤 회장을 실 창업주로 본다. 지금은 윤 회장의 3남 윤재승 회장이 지주사 대웅을 이끌고 있다.
8위는 제넥신을 비롯해 10개의 계열사가 있는 한독그룹이 차지했다. 한독그룹의 지난해 자산총액은 1조4천402억원이다.
또한 바이오산업의 성장세를 보여주듯 10대 제약그룹 안에 셀트리온을 비롯해 차바이오텍(9위)과 에이프로젠(10위) 등 바이오 기업이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차병원그룹의 기업부문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차바이오텍은 자산총액 1조3천137억원을 기록했다. 최대주주는 차병원그룹 창립자인 차광렬 회장이다. '제2의 셀트리온'으로도 불리는 에이프로젠은 전통 제약그룹을 제치고 10위에 올랐다. 계열사는 10개이며 작년 자산 총액은 1조3천137억원이다.
그 다음 자산총액 순위로 11위에 JW그룹, 12위에 휴젤, 13위에 휴온스글로벌이 자리했다. 이밖에 제일파마홀딩스, 광동제약, 일동그룹, 보령, 서흥, 동국제약, 테라젠이텍스 순으로 자산이 많았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바이오그룹 회사에 자극을 받은 전통제약그룹들이 바이오시밀러(복제약)를 비롯해 신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며 자산총액이 증가한 것 같다"며 "시간이 갈수록 제약사와 바이오 전문회사의 경계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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