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룰] 한국타이어家 첫 사례…언제든 경영권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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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 추천 사외이사 3%룰로 이사회 진입…성년후견 심판 주목

조현식 조현범 [사진=한국앤컴퍼니]
조현식 조현범 [사진=한국앤컴퍼니]

[아이뉴스24 강길홍 기자] 한국타이어가(家)의 경영권 분쟁이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조양래 회장의 지분을 인수한 차남 조현범 사장이 승기를 굳혀가고 있었지만 장남 조현식 부회장이 반격의 불씨를 되살려냈다. '3%룰'을 통해서다.

이번 정기주총에 처음 적용된 3%룰은 지난해 상법 개정안으로 마련된 장치다.

개정안은 사외이사를 겸하는 감사위원을 뽑을 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각각 3%씩 제한하고, 사외이사를 겸하지 않는 감사위원 선출 시에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쳐 3%로 제한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기업 지분 30%를 가진 최대주주여도 감사위원을 뽑을 때는 3%로 의결권이 제한되게 된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올해 감사위원을 교체한 코스피 상장사 가운데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지주회사인 한국앤컴퍼니에서만 유일하게 3%룰이 위력을 발휘했다.

지난달 30일 열린 한국앤컴퍼니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현식 부회장의 주주제안으로 채택된 이한상 고려대 교수를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에 선임하는 안건이 가결됐다. 반면 사측이 제안한 김혜경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선임 안건은 부결됐다.

조현식 부회장은 주총을 앞두고 "회사가 추천한 김혜경 후보는 최대주주 인척의 대통령 재직 시절 청와대 비서관을 역임한 바 있어 주요 주주 인척과의 관계 및 정부 관련 독립성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조현범 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위다.

한국앤컴퍼니의 지분율만 놓고 보면 조현범 사장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황이었지만 3%룰이 승부를 가르는 변수가 됐다. 조현범 사장은 한국앤컴퍼니 지분 42.90%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경영권이 확고한 상태다.

반면 조현식 부회장(19.32%)은 누나들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0.83%), 조희원씨(10.82%)의 지분율을 합쳐도 조현범 사장의 지분율에 못 미친다. 국민연금(5.21%)이 조현식 부회장의 손을 들고 나섰지만 여전히 지분율이 7%p 가까이 차이가 난다.

승부를 뒤집은 것은 3%룰이었다. 3%룰은 사외이사를 겸하는 감사위원을 뽑을 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각각 3%씩 제한하는 것이다. 특히 당초 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의결권을 합산해 제한하려다, 재계 등의 반발로 개별 3%룰로 수정된 것이 '집안싸움'이 벌어지는 곳에서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평가다.

조현식 부회장 측 인사로 분류되는 이한상 교수가 사외이사로 선임됨으로써 형제간 경영권 분쟁의 방향도 예측이 어려워졌다. 조현식 부회장은 이한상 교수가 사외이사로 선임되면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겠다고 공언하며 경영권 분쟁에 선을 긋기도 했다.

다만 조현식 부회장이 아직까지 명확한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또한 대표이사에서만 사퇴하고 사내이사직을 유지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조현식 부회장의 사내이사 임기는 내년 3월 27일까지다.

한국앤컴퍼니 관계자는 "조현식 부회장이 구체적인 거취에 대해 아직까지는 회사에 통보한 것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조현식 부회장이 대표이사 사퇴와 무관하게 사내이사로서 이사회에 남게 되면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종식됐다고 보기는 어려워진다. 이 때문에 이한상 사외이사의 존재가 조현범 사장의 경영 행보에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오는 21일 진행되는 조양래 회장의 성년 후견 심문이 경영권 분쟁의 판도를 뒤집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서울가정법원은 조양래 회장에게 출석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정 출석은 강제 사항은 아니다. 하지만 조 회장이 이를 회피하면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조양래 회장의 성년후견 심판은 장녀인 조희경 이사장이 지난해 7월 청구했고, 조현식 부회장은 같은해 10월 청구인과 같은 자격을 갖는 참가인 신청서를 내며 동참했다. 차녀 조희원씨도 최근 참가인으로 입장을 바꾼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조현식 부회장은 성년후견 심판과 관련해 "경영권 다툼의 연장선상에서 보는 시각이 있는데 이 부분은 사실과 다르다"며 "건강이 좋지 못하신 부모님을 모시고 있는 자식된 도리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길홍 기자(sliz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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