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주식시장의 새로운 동력원으로 떠오른 2030세대를 잡기 위한 증권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한국형 로빈후드'를 꿈꾸며 토스증권과 카카오페이증권이 잇따라 시장에 진출하는 가운데, 기존 증권사들은 디지털 혁신을 화두로 주식거래 플랫폼, 온라인 금융상품권,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미래 고객 기반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요 증권사에 새로 개설된 주식계좌 중 2030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투자자를 가장 많이 확보한 키움증권의 경우 지난해 신규 개설된 계좌가 총 333만개 개설됐는데, 이 중 30대 이하 연령 비중이 56.7%를 차지했다. KB증권도 20대와 30대의 신규 계좌수가 각각 전년대비 300%, 288% 급증하며 전체의 55.72%를 차지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비대면 계좌 개설 고객 중 전체의 67%가 2030세대였다.
주식투자 초보자를 의미하는 이른바 '주린이'들의 주식 투자 열풍은 현재 진행형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국내 주식활동계좌수는 총 3천944만6천741개에 달한다. 지난해 말(3천548만5천427개)에서 두 달여 만에 386만1천314개가 늘었는데, 이미 지난해 1년 증가량(612만2천494개) 절반을 넘어섰다.
국내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는 2030세대가 꾸준히 증가하자 증권사들도 미래 고객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2030세대가 주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이용하고, 핀테크 등 새로운 디지털 금융에 익숙한 만큼 증권사들은 앞다퉈 '디지털 혁신'을 화두로 삼고 있다.
◆토스증권·카카오페이증권 시장진출…MTS 등 거래플랫폼 개편 박차
키움증권은 올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100억원을 투자해 차세대 MTS를 개발에 착수했다. 새로운 UI(사용자 환경)와 UX(사용자 경험)를 적용해 플랫폼 성능을 개선하고, 국내외 상품을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으로 통합해 관리할 계획이다.
대신증권은 지난해 MTS 리뉴얼과 함께 업계 최초로 인공지능(AI) 챗봇 서비스인 '벤자민'을 시작했다. 벤자민은 개발 초기 계좌관리, 공인인증서 안내 등 단순 업무 관련 765개 영역에 답변 가능했지만, 현재는 공모주 청약, 신용대출 부터 고객별 맞춤주식종목과 투자상품 추천까지 2천개 이상의 영역에 답변할 수 있을 만큼 진화했다.
NH투자증권은 국내 증권사 중 유일하게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모든 인터넷전문은행과 제휴를 맺는 등 2030세대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NH투자증권의 MTS '나무'에서 계좌를 개설한 이용자 150만 명 중 47%인 72만 명이 카카오뱅크를 통해 들어왔고, 신규 이용자의 66%가 20대였다.
KB증권은 줌인터넷과 설립한 합작법인 '프로젝트 바닐라'를 통해 올 1분기 새로운 MTS를 출시할 예정이다.
해외주식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한국투자증권은 소액으로도 쉽게 해외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미니스탁'을 지난해 8월 출시했다. 기존 해외주식은 1주 단위로 구매해야 했지만, 별도의 환전 없이 1천원 단위로 주문할 수 있어 비교적 투자금액이 적은 2030세대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 현재 '미니스탁' 가입자가 60만명을 돌파한 가운데, 특히 2030세대가 전체 이용자의 80% 비중을 차지한다.
'한국형 로빈후드'를 자처하는 토스증권과 카카오페이증권 등 신생 증권사들의 시장 진출로 업계 내 2030 고객 쟁탈전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토스증권은 MTS 정식 출시를 앞두고 진행한 사전 신청에만 50만 명에 달하는 인원이 몰리기도 했다.
토스증권 MTS는 음원 순위처럼 주식거래량이나 인기 검색 종목을 차트로 보여주는 한편, 자체 개발 업종별 분류법으로 손쉽게 관심 업종과 주식을 검색할 수 있도록 했다. 처음 투자를 시작하는 2030세대가 쉽게 투자를 경험할 수 있는 서비스로 승부수를 던진다는 계획이다.
카카오페이가 지난해 2월 선보인 카카오페이증권 종합계좌는 출범 9개월 만에 누적 계좌 개설자 수가 300만명을 돌파했다. 종합계좌를 카카오톡 안에서 쉽고 빠르게 개설할 수 있다는 점이 주효했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올해 안에 MTS 등 주식매매서비스를 출시해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들 예정이다.
◆2030 유치 차별화 전략…온라인 금융상품권·유튜브 콘텐츠 강화
2030세대 쟁탈전이 격화하며 증권사별로 차별화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3월 국내 최초로 '온라인 금융상품권'을 출시했다. 카카오톡 기프티콘처럼 주식을 선물할 수 있게 한 것으로, 상품권 일련번호를 한국투자증권 MTS에 등록하면 액면가만큼의 금액이 금융상품계좌에 충전되는 식이다. 주식, 채권, 펀드, 발행어음 등 다양한 상품에 투자 가능하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온라인 금융상품권은 1년 만에 약 346만장이 판매됐다. 액수로는 1천671억원에 달한다. 그 중 2030세대가 상품권 등록 고객의 70%를 차지했다.
신한금융투자의 해외주식 상품권인 '스탁콘'도 2030 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다. 테슬라(3만원권) 애플(2만5천원권) 넷플릭스(1만2천원권) 스타벅스(4천100원권) 등 액면가에 맞춰 소수점 거래가능 종목들을 매수할 수 있다. 지난 1월 4천764건에서 2월 1만6천60건으로 한 달 새 판매량이 4배 급증했다. 스탁콘 구입 고객도 2030세대가 전체의 67%를 차지했다.
온라인 금융상품권이 2030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얻지 KB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등도 출시를 준비 중이다.
유튜브 채널을 활용한 마케팅도 강화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그룹 창업자인 박현주 회장이 최근 직접 유튜브에 등장해 시장 전망과 투자 경험을 소개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말 미래에셋대우의 공식 유튜브 계정 '미래에셋 스마트머니' 구독자수는 11만명이었지만 현재 74만3천명으로 7배 가까이 급증했다.
키움증권의 공식 유튜브 계정 '채널K'는 87만3천명, 삼성증권의 '삼성POP'는 75만9천명의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강봉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030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증권사의 디지털 전략이 속도를 내고 있다"며 "젊어진 투자연령층은 MTS 활용도가 높고 광범위한 정보수집력을 갖춘 새로운 방식의 투자전략을 펼쳐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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