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머리가 아플 때가 많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물리적 아픔도 있다. 정신적 두통도 있다. 두통도 여러 종류가 있다. 이렇다 보니 두통을 가볍게 여기는 사람도 없지 않다. 머리가 계속 아파도 진통제를 먹으면서 넘기는 이도 많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2019년 두통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환자는 215만5940명이었다. 두통을 내버려 두면 증상이 악화하고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 무엇보다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으로 이어질 위험성이 크다.
극심한 두통에 오래 시달려 온 사람들은 두통이 언제 발생할지 몰라 불안해한다. 일상생활은 물론 업무, 학업 등에 소극적으로 임할 수밖에 없다. 두통은 스트레스나 불안, 진통제 장기 복용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두통도 증상에 따라 종류가 있다. 그에 걸맞은 치료법을 쓰면 좋다. 나만의 두통일지를 만들면 치료에 큰 도움이 된다.
◆긴장형 두통 “피곤한 일 많았다. 머리 양측이 조이듯이 무겁고 아프다”
긴장형 두통은 일차성 두통 중 가장 흔하다. 만성 두통이 없는 사람에게서 두통이 생기면 뇌에 이상이 생겨 두통이 온 건 아닌지 걱정한다. 갑자기 머리 전체나 뒷머리가 아프면 고혈압으로 인한 뇌졸중을 의심하기도 한다.
고혈압이나 뇌졸중이 두통의 직접적 원인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뇌종양일 가능성도 작다. 이 경우 긴장형 두통을 의심해볼 수 있다. 이사와 입사 등 갑작스레 긴장된 상태에 놓이거나 좋지 않은 자세를 습관처럼 하거나 스트레스, 불안감, 우울감을 느끼면 근육이 수축하고 뻣뻣해진다. 근육 통증과 두통이 발생할 수 있다.
뒷머리가 묵직하거나, 콕콕 쑤시거나, 머리 전체가 멍하게 아프거나, 혹은 머리 여기저기가 번갈아 아프기도 한다.
긴장형 두통을 예방하려면 스트레스를 관리해야 한다. 스트레스에 지나치게 민감한 성격, 불면증, 우울증 등 긴장형 두통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요인을 찾아 해결해야 한다. 목 부위 뼈나 근육 이상도 긴장형 두통의 원인이다. 마음을 편안하게 먹고 경직된 신체를 자주 이완시켜주는 게 좋다.
◆편두통 “머리 욱신욱신 깨질 것 같다. 구토 나거나 밝은 빛, 소음에 예민해진다”
편두통은 마치 심장이 뛰는 것처럼 머리가 반복적으로 울리는 증상이 나타난다. ‘머리가 욱신거린다’, ‘쿵쿵대면서 아프다’고 표현한다. 많은 사람이 편두통이라고 하면 머리 한쪽에 두통이 느껴지는 것을 떠올린다. 실제 편두통 환자의 50%만 머리 한쪽의 통증을 호소한다. 나머지 절반의 환자는 위치에 국한하지 않고 편두통 소견을 보인다.
통증 강도는 다양하나 대개는 일상생활을 못 할 정도로 심한 경우가 많다. 짧으면 몇 시간에서 길면 3일 정도 통증이 지속한다. 머리를 흔들면 두통이 심해진다.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게 된다. 밝은 빛, 소음과 냄새에도 예민해진다. 편두통 경험이 많은 환자들은 두통이 올 것 같은 예감이 들면 조용하고 어두운 곳을 찾아서 쉬려고 한다.
편두통은 예방하는 약과 통증을 줄여주는 약으로 구분된다. 편두통은 사회활동이 왕성한 청장년층에서 많이 발생한다. 20~30대에 주로 발병하기 시작하는데 10살 전후부터 나타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다만 60대 이후 발병하는 것은 드물어 이 경우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
◆부비동 감염 두통 “이마에 통증 느껴진다”
부비동 감염으로 발생하는 두통이 있다. 흔히 ‘축농증’이라고도 부르는 부비동염은 얼굴 뼛속 공간인 부비동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부비동이 미간까지 이어져 있어 염증이 생기면 이마에 통증이 느껴진다.
이마 통증 때문에 종종 편두통이나 긴장형 두통으로 잘못 인식하기도 한다. 장시간 앉아 있거나 중력으로 부비동 내 액체의 흐름 때문에 머리를 숙이거나 흔들 때, 두통이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부비동염이 있으면 항생제를 먹거나 생리식염수를 활용해 코를 씻어야 한다.
◆군발 두통 “두통이 매우 심하다. 눈 주위 통증과 눈물, 콧물 등과 함께 특정 계절에 뭉쳐서 나타난다”
눈이나 관자놀이 주위에 통증이 느껴지고 눈물, 콧물, 식은땀이 나면 군발 두통을 의심해 볼 수 있다. 한두 달 동안 매일 한 번에서 여러 차례 심한 두통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군발기와 수개월 간 두통이 사라지는 관해기가 반복된다.
군발기는 보통 수주에서 수개월, 관해기는 수개월에서 수년 정도이다. 1년 중 봄, 가을 같은 특정 계절에 군발기가 잘 발생하는 연주기성과 하루 중 특정 시간에 두통이 잘 발생하는 일주기성이 관찰된다.
통증은 10~15분 동안 점차 증가하며 약 1~2시간 정도 지속한다. 군발 두통은 하루 한 번 이상 발생할 수 있고 잠에서 깨기도 한다. 일반 진통제로는 쉽게 완화되지 않는다. 신경전달물질을 늘려 뇌 신경 기능을 원활하게 하는 약물로 치료해야 한다.
◆약물 과용 두통 “진통제 매일 먹는데도 두통을 달고 산다”
중년 여성 중에는 진통제를 오래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두통이 없어도 진통제를 복용하지 않으면 몹시 불안해한다. 약물 과용 두통은 진통제를 오랫동안 먹은 원발두통(긴장형 두통, 편두통) 환자에게서 흔하다.
치료로는 우선 과용한 진통제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많은 환자는 오랫동안 지나치게 먹어온 진통제만 중단해도 두통이 사라진다. 같이 동반된 원발두통의 양상과 빈도를 재평가한 뒤 치료의 목표를 재설정한다. 약물 과용 두통은 치료에 굉장히 애를 먹는 경우가 많아서 두통이 자주 재발해 진통제를 늘 복용하는 사람이라면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 하에 약물치료를 받을 것을 권장한다.
◆‘뇌졸중 두통’ “평소 없던 심한 두통과 함께 팔다리 마비 같은 신경학적 증상이 갑자기 나타난다”
두통이 거의 없던 사람에게 갑자기 심한 두통(일명 벼락두통)이 나타나고 팔다리 마비나 발음 장애, 시력 저하, 의식 저하, 경련 등이 동반되면 뇌출혈 등 뇌졸중에 의한 두통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두통 자체가 위험신호여서 가장 빠르게 병원을 찾아 응급처치를 받아야 한다. 진통제로는 완화되지 않고 내버려 두면 증상이 악화한다. 만약 마비와 같은 증상은 없고 벼락두통만 있다면 뇌졸중이 아닌 양성 두통일 가능성이 크다.
벼락두통만 나타났더라도 증상이 아주 심하다면, 전문의에게 진찰받고 뇌 사진(CT나 MRI)을 찍어 보는 게 좋다. 말이 어눌해지거나 손발 사용이 불편해지거나, 걸을 때 휘청거리거나, 눈이 잘 안 보이는 증상이 벼락두통에 동반되면 뇌에 확실한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다.
이은재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두통의 종류는 여러 가지 있는데 한 달 중 머리가 아픈 날이 안 아픈 날보다 많고 3개월 이상 지속한다면 ‘만성 두통’을 의심해 볼 수 있다”며 “3개월 이상, 한 달 중 머리가 아픈 날이 안 아픈 날보다 더 많을 때는 만성 두통을 의심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두통을 자주 느끼는 환자는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는 약물을 남용할 수 있어 전문의와 정기 상담을 거쳐 약물치료를 진행해야 한다”며 “식이, 운동, 수면과 같은 생활습관도 조절해 일상에서 두통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충분히 자고 규칙적 수면 습관을 유지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수면 부족은 두통 발작을 일으키거나 두통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두통일지를 기록해 두통 발생 빈도와 변화, 심한 정도, 신체 변화, 약물 복용과 약물 반응을 기록하면 만성 두통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정종오 기자 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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