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유통업계 최초의 여성 최고경영자(CEO)였던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가 회사를 떠난다. 취임 3년 3개월만이다. 임 대표는 마트업계 최초 전직원 정규직 전환, 홈플러스의 온·오프라인 통합 초석 마련 등 업적을 남기고 평범한 고객으로 돌아간다.
홈플러스는 7일 오전 임원회의에서 임 대표가 사임 의사를 내비쳤다고 밝혔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의 협의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퇴임일은 2021 회계연도 사업전략 최종 승인일인 이달 중순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는 매년 3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를 회계연도로 운영하고 있다.
임 대표는 개인적인 사유로 회사를 떠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임원회의 자리에서 "중요하고 어려운 시기 회사를 떠나게 돼 임직원과 주주사에 미안하다"며 "남은 임직원들이 홈플러스가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이어갈 수 있도록 '올라인 전략'을 지속 수행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후임자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홈플러스는 CEO가 주요 의사 결정을 하면 사업부문장들이 실무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에 당분간 공동 의사 결정 체계가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임 대표는 마트업계 '최초'의 역사를 남겨 온 전문경영인이다. 지난 2015년 11월 재무부문장(CFO)으로 홈플러스에 합류한 후 2년 뒤 업계 최초의 여성 CEO자리에 올랐다. 또 지난 2019년에는 무기계약직 직원 1만5천 명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며 또 다시 '최초'의 역사를 썼다.
통상 대형마트는 별도의 자회사나 직군을 신설해 직원들을 관리해 왔다. 하지만 홈플러스는 모든 무기계약직을 조건 없이 '선임' 직군으로 발령하는 결단을 내렸다. 이에 현재 홈플러스는 전체 임직원 99%가 정규직으로 구성돼 있다.
사업 측면에서의 혁신 시도도 이어갔다. 특히 오프라인 대형마트에만 주력하던 홈플러스의 사업 구조를 온라인과 융합된 '올라인 기업'으로 변모시켰다는 평이다.
임 대표는 창고형 할인점과 대형마트의 장점을 융합시킨 '홈플러스 스페셜' 점포를 성공적으로 출범시켰다. 현재 홈플러스는 홈플러스 스페셜 전 점포를 온라인 물류거점으로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 이를 통해 온라인 매출도 1조 원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오프라인 사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조·정치권과의 갈등에 휩싸이는 그림자도 남겼다. 임 대표는 지난 2019년 홈플러스 전국 매장을 리츠 상품으로 만들어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노조 및 정치권의 반발에 결국 실패했다. 또 대구점, 대전둔산·탄방점 등을 매각하는 과정에서도 이 같은 갈등이 이어졌다.
다만 이는 오프라인 중심 대형마트가 살아남기 어려운 업계 대전환 시기 피할 수 없는 갈등이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현재 대형마트는 의무휴업일, 출점제한 등을 규정하고 있는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에 규제되고 있다.
이에 기존 방식으로 경쟁을 이어가기 어려웠고, 사업 구조조정은 반드시 필요했으리라는 평이다. 실제 임 대표는 재임 내내 유통법 등 각종 규제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하는 발언들을 남기기도 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임 대표는 유통사업에 대한 이해가 깊고 전략과 실행에 뛰어난 전문경영인으로 홈플러스를 미래 유통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며 "마지막까지 2021년 전반적인 사업 전략과 방향을 완성시켜 두는 등 책임을 다했다"고 말했다.
한편 홈플러스는 임 대표의 후임을 결정하기 위해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 역량과 경험을 갖춘 다수 후보와 접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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