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엔 건강] 신종 감염병 시대…신약 개발 빨리할 수는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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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이용, 신약 재창출 후보군 체계적 분석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신약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신종 감염병이 나왔을 때 백신과 치료제가 뚝딱 만들어진다면 인류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백신과 치료제는 기초 연구를 한 뒤 동물실험을 한다. 이어 1상에서 3상까지 임상시험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이 임상시험에 참여한다.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간다. 지금 전 세계적 대유행으로 악화하고 있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가 금방 나오지 못하는 배경이다. 며칠 동안 우리나라 코로나19 확진자는 500명대에 진입했다.

3차 유행이란 분석도 나온다.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확진자 급증은 사회에 큰 충격파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늦어도 내년 초에는 백신과 치료제가 나올 수 있을 지 눈길을 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고통받고 있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속도가 붙고 있다. [아이뉴스24 DB]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고통받고 있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속도가 붙고 있다. [아이뉴스24 DB]

신약을 개발해 시장에 출시하기까지는 평균 10년 이상, 수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이를 줄이기 위해 이미 시중에 사용되고 있는 약제의 새로운 용도를 발굴하는 ‘약물 재창출’이 관심받고 있다. 빅데이터를 이용해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개발하자는 흐름이 일고 있다.

약물 재창출은 임상시험이나 진료 현장에서 우연히 약제에 숨겨진 유용한 효과를 발견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코로나19 치료에 있어서도 현재 약물 재창출이 거의 유일한 치료법이다. 이미 검증된 약물 중에서 그 성분을 분석해 코로나19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것을 찾아내는 방법이다.

최근 보다 체계적이고 빠르게 ‘약물 재창출’에 접근하기 위해 국내 연구팀이 빅데이터를 활용해 기존에 사용하던 약제의 알려지지 않았던 효과를 찾아내는 알고리즘을 개발해 눈길을 끈다.

서울아산병원 정보의학과 김영학·오지선 교수, 김도훈 임상강사 연구팀은 91만여 명의 임상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존에 쓰이고 있는 약제의 새로운 용도를 발견해내는 약물 재창출 알고리즘을 최근 선보였다.

특정 질환을 진단하거나 치료 경과를 평가할 때 사용되는 검사 내역과 약물 처방력 데이터를 알고리즘에 입력하면 수천 가지 이상의 약물 중 해당 질환의 치료 경과에 의미 있는 영향을 줄 수 있는 약물 후보군을 선별해낸다. 추정되는 약효의 크기에 따라 우선순위를 책정한다.

이때 알고리즘이 선별해낸 후보 약물군에는 이미 해당 질환에 효능을 인정받은 약물들이 대부분 포함된다. 그렇지 않은 약물이 포함된다면 이 약물이 바로 신약 재창출 후보군이 되는 셈이다.

예컨대 당뇨병의 진단에 활용되는 대표적 지표인 당화혈색소를 알고리즘에 입력하면 당화혈색소 수치를 증가,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는 약물군을 추정되는 효과에 따라 순서대로 나열해준다. 이때 당뇨가 아닌 다른 질환 치료제로만 사용되던 약물이 당화혈색소 수치를 감소시키는 효과도 있다고 분류되면 당뇨병 신약 후보가 되는 식이다.

이렇게 새로운 용도를 발견하게 된 약물은 기존에 특정 질환 치료제로 허가받는 과정에서 안전성과 작용 기전 등을 이미 검증받은 약물이다. 신약 개발 초기의 많은 과정을 최소화하고 바로 효능 검증과 승인 과정으로 진입할 수 있다. 비용과 시간, 위험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아산병원 정보의학과 연구팀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서울아산병원에서 혈액 검사를 받은 환자 91만여 명의 약물 처방 내역과 약 복용에 따른 혈액 검사 변화를 한 번에 분석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알고리즘에 학습시켰다.

모든 데이터는 환자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서울아산병원 임상연구심의위원회(IRB)의 승인을 받아 비식별 절차를 거친 후 활용됐다.

연구팀은 그중 임상 데이터가 많고 수치로 쉽게 약효를 파악할 수 있는 질병인 당뇨와 이상지질혈증을 우선적으로 선택했다. 각 질병의 임상 지표인 당화혈색소와 LDL 콜레스테롤, 중성지방을 알고리즘에 입력해 결과를 도출했다.

당화혈색소 수치가 증가하면 당뇨병을 의미하고, 혈중 LDL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수치가 증가하면 이상지질혈증을 뜻한다.

그 결과 환자들에게 처방된 총 1774개 약물 중에서 당화혈색소와 LDL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수치를 감소시키는 약물이 각각 41개, 146개, 65개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알고리즘이 찾아낸 약물들이 실제 치료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의약품 분류체계(ATC, Anatomical Therapeutic Chemical classification)를 활용해 음성 예측도와 민감도 등을 통계적으로 분석했다.

음성 예측도는 효과가 없다고 예측 분류한 약물이 실제로 해당 용도로 쓰이고 있지 않은 비율이다. 민감도는 알고리즘이 어떤 질환에 실제 효능이 있는 약물에 대해 치료 효과가 있다고 올바르게 분류하는 비율이다. 각 수치가 높을수록 알고리즘의 성능이 좋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 LDL 콜레스테롤 약물의 경우 음성 예측도와 민감도가 각각 100%였다. 당화혈색소, 중성지방 약물의 경우 각각 음성 예측도가 95%, 98%, 민감도가 94%, 89%였다.

알고리즘에 여러 가지 질환에 대한 임상 지표를 입력하면 다양한 질환에 종합적으로 우선순위를 가지는 약물도 파악 가능해 환자의 개인 건강상태에 맞춘 최적의 약물 선별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알고리즘을 통해 LDL 콜레스테롤 수치와 중성지방, 당화혈색소 수치가 모두 높은 환자에게 종합적으로 이로운 효과가 있는 최적화된 약물의 우선순위를 도출할 수 있었다. 이를 응용하면 후보 물질 선정, 각종 임상시험 등 신약 개발에 있어 초기 단계를 건너뛸 수 있어 시간과 비용이 획기적으로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

오지선 서울아산병원 정보의학과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알고리즘은 복잡한 의료 현장 데이터에 대한 까다로운 처리 과정 없이, 약물 처방력과 검사 이력 데이터만으로도 수많은 약물의 효과를 동시에 추정하고 선별해낼 수 있어 빠르고 효율적”이라며 “이러한 시도는 신약 개발을 위한 비용, 시간, 위험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더 많은 치료제가 있어야 하는 의료 현장의 미충족 수요를 해결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학 서울아산병원 헬스이노베이션빅데이터센터 교수(심장내과·정보의학과)는 “알고리즘이 도출한 신약 재창출 후보군이 새로운 질환 치료제로서 환자에게 투여되기까지는 치료 효과 검증 단계, 신약 허가 승인 등의 과정이 필요하다”며 “후보 물질 선정부터 임상시험 단계 등 오랜 시간이 걸렸던 초기 단계를 단축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니박스①] 뇌졸중 환자, 후유증 관리와 재활치료 어려워

치료 장기화로 사회·경제적 부담 계속해 증가

'생로병사의 비밀' 뇌졸중 [KBS]
'생로병사의 비밀' 뇌졸중 [KBS]

뇌졸중은 사지마비, 언어장애, 인지저하, 경직 등 다양한 후유증을 남긴다. 치료 장기화로 사회경제적 부담이 연간 4조2000억 원 이상으로 계속해 증가하고 있다. 환자의 후유증과 재활치료 자원 이용에 대한 파악이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환자 돌봄에 대한 보호자와 가족 부담 역시 증가하고 있어 관심이 높아졌다.

국내에서는 뇌졸중 환자들의 건강상태 변화, 주관적 장애와 재활치료 현황 등 미충족 수요에 대한 체계적 조사는 물론 전국 규모의 다기관 조사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백남종 교수 연구팀(충남대병원 손민균, 양산부산대병원 고성화 교수팀 공동연구)이 뇌졸중 환자들의 퇴원 후 재활치료현황과 미충족 수요에 대한 기초 조사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충남대병원, 양산부산대병원 재활의학과에서 뇌졸중으로 입원치료를 받고 퇴원한 만 18세 이상의 환자 중 자택 거주자와 보호자를 대상으로 대면 설문 조사를 시행, 현재까지 진행된 165명에 대해 중간 분석을 했다.

뇌졸중 환자의 증상에 대한 조사 결과 보행과 이동의 어려움을 호소한 경우가 71.2%로 가장 많았다. 이어 자기관리(65.8%), 통증·불편(61.2%), 불안·우울(46.3%), 경직(43.6%), 인지(41.1%)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재활치료에 대한 요구도 관련에서는 보행·이동을 위한 재활치료를 희망하는 비율이 56.9%로 가장 높았다. 이어 자기관리(50.3%), 경직(48.7%), 통증·불편(43.5%), 인지(34.7%), 불안·우울(33.1%), 낙상(30.6%) 등으로 나타났다.

재활치료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는데 실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미충족 수요 부분은 불안·우울 항목에서 80.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의사소통(64.3%), 낙상(63.6%), 삼킴(59.3%), 통증·불편(54.5%), 인지(53.8%) 등의 순으로 확인됐다.

퇴원 후 3개월이 되기 전 예상치 못하게 재입원을 한 환자는 20%에 이르렀다. 이 중 약 70%의 경우는 간병의 어려움 등이 아닌 뇌졸중의 재발(11.8%), 일상생활 수행 기능의 악화(11.8%), 내외과적 질환의 발생(38.2%), 낙상으로 인한 골절(11.8%)이 재입원의 원인이었다.

백남종 교수는 “뇌졸중 환자는 다양한 후유증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지역 사회로 복귀한 후에도 재활치료에 대한 요구는 높은데 그중 많은 부분이 여전히 충족되지 않고 있다”며 “이에 대한 포괄적이고 심층적 조사를 통해 미충족 수요에 대한 지역 사회 자원의 제공과 맞춤 재활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미니박스②]개인별 맞춤 한방으로 ‘이명’ 치료

난청, 자율신경 등 원인에 따라 한방치료법 달라

 [강동경희대병원]
[강동경희대병원]

이명은 외부에서 아무런 소리 자극 없이 일어난다. 계속되는 소리로 심한 스트레스와 수면장애, 우울증, 불안장애, 집중력 장애 등이 생긴다. 이명은 성인에서 20% 이상의 유병률을 보일 정도로 흔하다. 치료가 잘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이명 환자의 80%에서 난청이 동반된다. 이명과 난청의 관계는 밀접하다. 많은 환자가 우려하는 것 중 하나로 이명이 난청을 가져오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그 반대로 난청이 이명의 원인이 된다. 난청이 생기면 정상 청력과 차이를 메꾸려는 대뇌의 잘못된 보상으로 이명이 생긴다는 이론이 지배적이다.

난청도, 귀 질환도 없고, 나이도 젊은데도 이명이 생기는 예도 있다. 근육이 원인이 되는 ‘체성감각성 이명(체성 이명)'이다. 이는 목, 턱, 어깨 등 귀 주변의 근육이나 인대 이상이 체성감각의 과활성화, 청신경로의 과흥분을 차례대로 유발하며 이명이 생긴 상태를 말한다. 최근 스마트폰과 컴퓨터 사용이 많아지면서 젊은 층에서도 이명 환자가 늘고 있다.

이명은 계속 증가하고 있는 질환으로 2018년도에는 한국 40대 이상 성인의 23%에서 이명 증상을 가지고 있다는 연구가 있었다. 단순히 이명을 느꼈다고 해서 모두 다 치료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증상이 심하고 삶의 질이 떨어지는 사람이 치료대상이다.

이명에 대한 한방치료 효과는 귀 혈류 증가 (침, 뜸, 부항), 항산화·항염증(한약), 미주신경 강화와 자율신경계 조절(침, 이침, 경피전기자극요법). 근육치료(침, 약침, 경피전기자극요법, 추나)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명 원인에 따라 환자 개인에 맞춘 치료가 시행된다. 같은 침치료라 해도 침놓는 자리와 방법에 따라 그 효과가 다르다. 어떤 조합의 치료를 어떻게 시행하느냐에 따라 한방치료의 효과가 결정된다.

자율신경계 불균형이 주된 원인인 사람은 이를 조절하는 자리에 침 치료와 미주신경을 자극하는 경피전기자극요법을 해볼 수 있다. 목 근육이 문제가 되는 사람은 해당 부위에 사혈부항, 전기침 등의 치료를 한다.

김민희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이비인후과 교수는 “양방에서 치료 후 차도가 없었거나 별 치료방법이 없는 경우 한방치료를 적용해 볼 수 있다"며 “이명 원인과 정도에 따라 치료 가능성과 치료방법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정종오 기자 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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