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길홍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재계 이목이 집중된다. 그동안 꾸준히 사회적가치 창출을 강조했던 최 회장은 지난달 열린 SK그룹 CEO세미나에서 ESG 경영을 더욱 구체화할 것을 주문했다.
ESG 경영에 대한 최 회장의 관심은 사회적기업에서 출발했다는 평가다. 최 회장은 사회적기업 육성을 통해 사회 문제 해결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고, 이후 SK그룹의 사회적가치 창출을 위해 공유인프라, 더블바텀라인(DBL) 등을 경영화두로 제시했다.
최 회장이 사회적기업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9년이다. 지금으로부터 딱 11년 전이다. 최 회장은 소버린 사태 이후 SK그룹의 경영이 안정을 되찾자 효율적인 사회공헌 방안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한 대학교에서 열린 사회적 기업 국제 포럼에 참석하면서 사회적기업이라는 해결책을 발견했다. 최 회장은 사회적 기업이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고, 사회적기업 육성을 자신의 소명으로 삼게 됐다. 이에 따라 SK그룹의 사회적기업 설립·육성이 줄을 잇게 됐다. 특히 알짜 사업으로 꼽혔던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계열사 행복나래를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하는 결단을 내리기도 했다.
최 회장은 사회적 기업 육성 경험담을 책으로 펴내기도 했다. 최 회장은 지난 2014년 출간된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에서 사회문제 해결의 대안으로 사회적기업에 관심을 가져온 이후의 경험과 제언, 향후 계획은 물론 그동안 SK그룹의 사회적기업 활성화 사례 등을 기록했다. 특히 대기업 회장인 자신이 사회적기업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를 밝히며 사회적기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특히 이 책에서 최 회장은 사회적기업의 확산과 사회적기업가 육성을 위한 인센티브 제도를 제안하기도 했다. 이듬해 최 회장의 구상을 바탕으로 사회성과인센티브가 출범했고, 지난해까지 총 1천682억원의 사회성과를 창출한 사회적기업들에 339억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사회적 성과 측정은 SK가 출자해 설립한 비영리연구재단인 사회적가치연구원이 맡고 있다. 인센티브 재원은 행복나래를 비롯해 SK 관계사들의 기부금 등으로 마련된다.
사회적기업 생태계를 만들어낸 최 회장은 이후 사회적가치 창출을 위해 더욱 많은 힘을 쏟아냈다. 최 회장은 기업이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사회적가치와 경제적가치를 함께 추구해야 한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SK그룹을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SK그룹 계열사들은 사회적 가치 창출을 지상과제로 삼고 있다. 임직원들의 인사 고과에 사회적 가치 창출에 대한 평가를 반영하기도 한다.
최 회장은 SK그룹의 확대경영회의, 이천포럼, CEO세미나 등 그룹 고위경영진이 머리를 맞대는 자리에서도 사회적가치 창출을 끊임없이 강조해왔다. 공유인프라, DBL, 파이낸셜스토리 등 최 회장이 던지는 경영화두는 사회적가치 창출을 위한 채찍질이 됐다. 최 회장은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가치가 충돌할 때 사회적가치를 우선적으로 추구해야 한다는 소신을 드러내며, "더 많은 사회적 가치 창출이 가능하다면 경제적 가치가 일부 훼손돼도 좋다"고 말할 정도다. 최 회장은 SK그룹의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면서 자신의 소신을 증명하고 있다.
최 회장의 사회적가치 창출 노력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도 주목할 점이다. 특히 SK그룹 8개 계열사는 한국 최초로 'RE100'에 가입했다. RE100은 기업이 2050년까지 사용전력량의 100%를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조달하겠다는 것을 뜻한다. 최 회장의 사회적가치 창출 목표가 이미 30년 뒤도 내다보고 있는 셈이다.
최 회장은 지난 9월 전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ESG를 기업 경영의 새로운 축으로 삼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최 회장은 "우리는 이미 기업 경영의 새로운 원칙으로 ESG를 축으로 하는 파이낸셜 스토리 경영을 설정하고 방법론을 구상하고 있다"며 "사회적 가치에 연계된 실적, 주가, 그리고 우리가 추구하는 꿈을 하나로 인식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강력하고 유일한 생존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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