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간 배터리 영업비밀침해 소송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최종 판결이 또 연기 됐다.
ITC의 지난 2월 예비판정과 마찬가지로 LG화학이 승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이례적으로 두 차례나 판결이 연기되면서 소송 결과가 오리무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소송이 길어질수록 양사도 부담이 커지는만큼 극적 합의 가능성도 제기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ITC는 26일(현지시간) 열리기로 했던 영업비밀침해 소송의 최종결정 선고를 12월10일로 연기했다. 연기 사유는 밝히지 않았다.
ITC는 당초 이달 5일 최종 선고를 내릴 예정이었지만 연기했었고, 12월로 다시 미뤘다. ITC가 최종 결정을 두 차례나 미루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업계에서는 양사간 소송 결과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판단 아래 신중히 결정하고자 미국 대선 이후로 미뤘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4월 LG화학이 ITC에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ITC는 "SK이노베이션이 소송 과정에서 증거를 인멸했다"며 지난 2월 SK이노베이션의 조기패소 예비판정을 내린 바 있다.
예비판정이 뒤집힌 전례가 드문만큼 최종 판정도 이를 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선고가 연기되면서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소송 당사자들이 미국 내에서 대규모 투자를 통해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는 기업인 만큼, 미국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ITC의 SK 패소 최종 판결이 나오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조지아주 일자리와 미국 전기차 산업 보호를 위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국내외에서 10건이 넘는 민형사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중에서도 ITC의 최종 판결의 영향력이 가장 클 것이라고 평가받는다. 다른 재판들이 대부분 ITC 판결을 결정의 준거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소송이 길어질수록 양사에겐 부담이 된다. SK이노베이션으로선 이번엔 한숨 돌렸지만 예비 판정이 최종 판결로 이어지면 배터리 셀과 모듈, 팩, 관련 부품·소재에 대한 미국 내 수입 금지가 내려질 수 있다.
LG화학으로선 소송이 장기화되면서 예비판정 결과가 최종 판정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리스크를 떠안아야 한다.
이에따라 양사가 극적으로 합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은 소송에 성실히 임하면서 화해 가능성도 열어두겠다고 강조했다. LG화학은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SK이노베이션은 "연기와 관계없이 소송에 충실하고 정정당당하게 임해 나갈 것"이라며 "소송의 장기화에 따른 불확실성을 없앨 수 있도록 양사가 현명하게 판단해 조속히 분쟁을 종료하고 사업 본연에 매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민혜정 기자 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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