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O 협약 관련 노조법 개정안 두고 경제계·학계 "개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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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선진 노사관계 구축 위해 국제 규범·선진국 추세 맞는 기반 마련해야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사진=아이뉴스24 DB]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사진=아이뉴스24 DB]

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은 23일 온라인에서 진행된 '선진노사관계 구축을 위한 법·제도 개선방안 토론회'를 통해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대립적·갈등적인 노사관계를 갖고 있다"며 "이미 불법점거 및 물리적 강압 등 투쟁적 노동운동 관행이 만연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고자나 실업자 등의 노조 가입으로 인해 회사의 경영이슈를 넘어 사회적으로도 문제가 되고 있다"며 "이들의 정치파업까지 일상화된다면 현장 노사관계의 혼란과 갈등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된 이번 토론회는 이정 한국외대 교수, 최종석 좋은일터연구소 소장,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2본부장, 김수진 고용부 노사관계법제과장, 장정우 경총 노동정책본부장이 참여해 선진 노사관계 구축 방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김용근 경총 상근부회장 [사진=경총]
김용근 경총 상근부회장 [사진=경총]

현재 정부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조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지난 6월 ILO '결사의 자유' 협약(제87호, 제98호) 비준을 위해 노조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해고자·실업자의 기업별 노조 가입 허용 ▲생산 및 주요 업무 시설에 한해 이를 점거하는 쟁의행위 금지 ▲노조 전임자에 대한 급여지급 금지규정 삭제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2년→3년) 등이다.

이에 김 부회장은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규정이 삭제되면 노동계의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및 근무시간 중 유급 노조활동의 확대 요구와 관련한 노사갈등도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조전임자 급여는 제도 본질상 회사의 지원 없이 노조 자체 조합비로 충당하는 것이 국제규범과 노조 자주성에 부합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노조의 재정상 어려움을 감안해 노사의 협력적 관계를 전제로 기업이 근로시간면제제도를 통해 지원해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안은 노조전임자에 대한 사용자의 급여지급을 합리화하고 기업이 더 많은 전임자에 대해서 임금을 지급하도록 할 수 있는 법적 소지를 담고 있어 국제규범과 선진국의 추세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부회장은 "정부안과는 반대로 전임자 임금 지급이 보다 엄격하고 최소화되도록 하는 것이 합당하다"며 "이번 기회에 사용자 측에 극히 불리하게 규정된 제도들도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되도록 함께 개선해 기형적이고 후진적인 노사관계를 정상화해 나가고 노사관계의 균형을 통한 합리적·선진적인 노동제도를 정착화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어 "쟁의행위 시 노조의 사업장 점거를 금지하고, 파업으로 인해 생산활동이 중단되지 않도록 대체근로를 허용함으로써 사용자의 대항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사용자에게만 부과된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규정을 삭제하되 노조의 부당노동행위도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이를 통해 노사 간 힘의 균형이 조화를 이룰 것"이라며 "노사가 윈윈(win-win)하는 협력적·균형적인 선진 노사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학계에서도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김희성 교수는 "ILO 핵심협약 비준을 목적으로 정부가 제출한 노조법 개정안의 취지는 이해할 수 있으나, 노조법 개정에 따른 파급효과와 국내 보완대책의 부재로 인한 부작용이 예상된다"며 "법제도의 비교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영향도 신중하게 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조법 개정에 대한 보완 입법대책으로 대체근로 금지규정 삭제, 직장점거 형태의 쟁의행위 금지, 직장폐쇄 요건 명확화, 유니온샵 허용 조항 삭제 등의 입법적 개선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노사 간 힘의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며 "현행 대체근로 금지제도는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고 비례 원칙에도 위배되므로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승길 교수는 '부당노동행위 제도 개선 방향' 발제를 통해 정부의 노동정책이 고용과 성장률 악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산업현장에서는 사용자의 정당한 징계나 통상적인 노무관리, 단체교섭 상황에서조차 노조가 사용자에 대한 압박의 수단으로 부당노동행위를 이슈화하고 고소·고발을 남용하는 사례가 많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국제적으로 비교해도, 부당노동행위제도가 있는 미국, 일본에는 형사처벌 규정이 없다"며 "우리나라도 이에 맞춰 처벌 규정을 삭제하고 노조의 부당노동행위 제도를 신설해 노사가 대등할 수 있도록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희성 교수는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원상회복을 넘어 형사처벌까지 부과하는 것은 법체계상 문제, 제도의 취지와의 부조화, 과잉 형벌 및 이중처벌에 따른 위헌 소지가 있다"고 추가로 지적했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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