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MBK파트너스는 폐점을 전제로 홈플러스 매장을 매각하며 부동산 투기 이익을 얻고 있습니다. 부통산 투기로 투자금을 회수해 이윤을 챙기고 노동자와 임차상인의 생존권을 박탈하려는 사모펀드의 '먹튀' 행태를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 됩니다."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은 1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마트산업노동조합(마트노조) 대회의실에서 열린 '홈플러스 사례로 보는 '먹튀' 사모펀드 행태의 문제점-MBK파트너스(MBK)를 중심으로' 토론회에서 최근 이어지고 있는 홈플러스의 폐점이 MBK의 이윤 실현을 위한 것이라고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동석한 김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산상록을)은 "최근 폐점한 홈플러스 안산점은 140여개 홈플러스 매장 중 매출 순위가 세 손가락 안에 들고, 직영 직원도 218명으로 두 번째로 많은 곳"이라며 "이 같은 우수 매장을 매각한다는 것은 자본 논리상 상식적이지 않으며 전형적인 '먹튀' 행위"라고 비판했다.
◆마트노조 "MBK, 이자비용 큰 LBO 방식으로 홈플러스 인수 후 자산 매각"
이날 마트노조는 MBK의 홈플러스 인수 과정을 재조망하고, 인수 이후 홈플러스의 자산을 연이어 매각하고 있는 행위를 사모펀드의 단기 수익만을 위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마트노조에 따르면 MBK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 총 인수금 7조2천억 원 중 자기자본을 2조2천억 원만 투입했다. 나머지 5조원은 홈플러스의 자산을 담보로 인수금융으로 조달했다. 선순위 대출은 평균 이자 4.6%, 상환전환우선주는 9.0%의 수익률로 연 이자 부담만 2천억 원에 달한다.
마트노조는 MBK가 이 같은 차입매수(LBO·Leveraged Buy-Out) 방식으로 홈플러스를 인수한 이후 자산을 매각하고 인력을 감축하는 방식으로 이자 비용을 메꾸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수 과정에서 MBK가 진 부채에 대한 이자 비용을 홈플러스가 배당으로 부담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피해는 노동자들이 입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마트노조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홈플러스의 소속 근로자는 2만6천477명, 간접고용 인원은 8천112명에 달했지만 지난 3월 이는 각각 2만2천120명, 3천62명 수준으로 줄었다. 강제전배, 부서통합, 노동강도 심화, 용역·외주업체 계약해지 등으로 인한 상황이라는 비판이다.
주재현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위원장은 "MBK는 매년 수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던 홈플러스의 수익금 대부분을 차입금 상환과 현금 배당으로 소진해 지금의 상황을 초래했다"며 "지속적으로 세일앤리스백(매각 후 재임대), 리츠상장, 매각을 이어가 앞으로의 임차료 비용까지 늘렸고, 이로 인한 피해는 노동자에게 전가해 메꾸려고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홈플러스 넘어 사모펀드 소속 기업 모두의 문제…법으로 규제해야"
토론회에 참석한 관계자들은 홈플러스와 같은 문제는 MBK와 같은 사모펀드에 속한 기업 대부분이 겪고 있는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사모펀드의 경영 특성상 이윤을 극대화하는 데 목적이 있고, 이로 인해 늘어난 사회적 비용으로 인한 피해가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사모펀드가 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부터 법적 제재가 가해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돈을 빌려 기업을 인수하는 LBO 방식을 원천 규제하고, 투기를 목적으로 하는 폐점 및 매각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단순한 규제를 넘어 지자체 조례 등 법률에 의한 규제가 행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실제 최근 안산시에서는 홈플러스 안산점 매각 이후 지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주상복합 건물 용적률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제동을 건 바 있다.
안산시 의회가 지난달 11일 제출하고 지난 8일 소관위원회를 통과한 '안산시 도시계획 조례 일부 개정안'에 따르면 주상복합 건물의 용적률은 기존 1천100%에서 400%로 낮아졌다. 이와 같은 규제를 통해 점포 등의 매각을 통해 남길 수 있는 이윤을 줄여 유사한 행위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김기완 마트노조 위원장은 "LBO 방식을 허용하고, 밀실 매각 등에 대한 법적 규제 없이는 홈플러스와 같은 사례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투기자본의 부당하고 저열한 행태를 법적 규제를 통해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법적 규제 현실적 한계 있어…노동자 영향 확대가 해법"
이날 토론회에서는 인수 과정 및 운영에 대한 규제를 넘어 매각, 주주배당, 유상감자 등을 통한 사모펀드의 이익 실현 규제 방안에 대한 의견 제시도 이어졌다. 다양한 이익 실현 방안을 현행법으로 규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투기자본의 '기업 사냥' 행위를 원천봉쇄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마트노조는 이 같은 상황 방지를 위해 노동자의 적극적인 경영 참여에 대한 법적 보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노조법 규정으로 매각, 사업 일부 또는 전부의 양도, 폐업, 청산 시 노조의 사전동의권을 법제화시키고 동의 없는 매각 등의 반대를 목적으로 하는 쟁의행위를 정당화한다면 홈플러스 사례와 같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장석우 민주노총 법률원(변호사·공인회계사)은 "프랑스의 '플로랑주 법'에 따르면 고용 인원 1천 명 이상의 사업주가 사업장을 폐쇄하기 위해서는 인수자를 찾아야 하는 의무가 있으며, 제반 비용 등은 모두 사업주가 부담해야 한다"며 "이 같은 법안이 우리나라에서도 도입된다면 자본에 의한 '먹튀'를 상당 부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마트노조는 사업장 폐업 등을 위해서는 그간 받아온 세액공제 감면 등 혜택을 가산세까지 붙여서 환수하고, 대주주와 연대한 납세의무를 부과하는 등 적극적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이와 함께 폐업 과정에서 노동자, 노동조합의 참여 및 동의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 연구원은 "사모펀드와 같은 금융자본, 외국계 자본만을 규제하면 타 자본과의 형평성 문제로 위헌 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으며 국내 재벌로의 경제력 집중을 초래할 위험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홈플러스 규모의 회사를 인수할 수 있는 자본은 재벌 및 사모펀드 등 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하고, 인수 이후 투기 행위를 막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 방안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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