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검찰의 차장·부장검사 등 중간간부와 평검사 인사가 27일 단행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기소 여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당초 수사팀장인 이복현 부장검사에 대한 인사가 있기 전에 검찰이 사건을 마무리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지만, 이 부회장을 기소하기 위한 명분 찾기에 실패하면서 결국 인사 발표가 될 때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특히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 이복현)는 지난 6월 26일 이 부회장 사건에 대해 수심위가 수사중단과 불기소 권고를 내렸지만 두 달 동안 고심만 하고 있다. 이날도 검찰은 주요 공보계획에 삼성 사건과 관련한 일정은 올리지 않았다. 수심위를 도입한 지난 2018년 이후 8차례 모두 수심위 권고 후 일주일 내에 최종 결정을 내렸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처럼 검찰이 머뭇거리고 있는 이유를 두고 재계에선 이 부회장을 기소하기 위한 명분 찾기에 실패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검찰은 지금까지 이 부회장 등에 대해 1년 8개월에 걸쳐 50여 차례의 압수수색과 임직원 100여 명에 대해 430여 차례 소환조사를 진행했다. 검찰은 공소장 제출만 남겨두고 있지만 이 부회장의 혐의에 대한 증거 찾기에는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최근에는 경영·회계 전문가들을 불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등 이 부회장의 혐의에 대해 의견을 청취한다는 명분으로 이들을 압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에는 "검찰이 증거가 없으니 이렇게까지 하는 것 아니겠느냐"는 의견을 내놓은 상황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또 검찰로부터 의견을 듣기 위한 조사에 응해달라는 요청서를 받았지만 거절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이 교수는 "검찰은 정권의 기대에 반하는 기소심의위원회 결론은 완전히 무시하겠다는 태도"라고 말하며 검찰의 태도를 꼬집었다.
이 같은 비판 속에서도 검찰 내부에선 이 부회장 등을 결국 기소하지 않겠냐는 예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소, 불기소 모두 비판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 때문이다.
검찰은 수심위의 '수사 중단'과 '불기소' 권고를 거부하고 이 부회장을 기소하면 스스로 만든 제도를 부정하는 것이 되고, 권고를 따라 불기소하면 지난 1년 7개월간 수사를 벌이고도 혐의 입증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게 될 전망이다.
이에 일각에선 '절충안'으로 검찰이 이 부회장에 대해 '시한부 기소중지'를 하고 추가 정황이나 기소할 만한 사유가 나올 경우 기소하는 방식을 내놓지 않겠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시한부 기소중지는 범죄혐의가 있지만 당장 기소가 어려울 때 특정 시점까지 기소를 중지하는 조치다.
하지만 재계에선 검찰이 수사심의위에서 표결에 참여한 위원 13명 가운데 10명이 불기소와 수사중단에 찬성했던 만큼, 결정에 따라야 한다고 보고 있다. 검찰이 결정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던 것도 사건을 오래 끌어갈 명분이 없다는 판단이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삼성 측은 검찰의 눈치를 보느라 극히 말을 아끼고 있다. 이 부회장이 다시 기소되면 오너 부재에 따른 경영 리스크가 다시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삼성전자가 3년 전 경영공백을 뼈저리게 학습한 영향이 컸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지난 2017년 3월 구속돼 2018년 2월 석방될 때까지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윤부근 삼성전자 고문은 지난 2017년 8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 가전박람회 IFA 기자간담회에서 "(총수 부재 상황이) 무섭고 두렵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당시 윤 고문은 "(삼성전자가) 공동작업을 통해 고기를 잡는 선단이라면 사업부는 그 중 한 배의 선장에 불과하다"며 "선단장(이 부회장)이 부재 중이어서 미래를 위한 투자나 사업구조 재편 등에 애로사항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구조 재편이라든지 M&A 등을 한다는 게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어렵고 무섭다"며 "오너 공백으로 M&A가 완전히 끊겼다. 워낙 빠르게 산업이 변화하기 때문에 배가 가라앉는 것은 순식간"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11월 M&A 사상 역대 최대인 약 9조원에 하만을 인수한 후 사법리스크가 불거지면서 대형 M&A가 뚝 끊겼다.
이에 권오현 삼성전자 상임고문 역시 최근 이 부회장의 역할론에 대해 강조하는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권 고문은 "과거 경험에 비춰보면 어려운 시기일수록 제일 중요한 것은 강력한 리더십"이라며 "특히 반도체 사업의 특성상 총수 부재에 따른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재계에서도 이 부회장의 기소는 국가 경제 위기를 불러올 수 있는 만큼 검찰이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재확산과 일본 수출규제, 미·중 무역분쟁 등 대내외 악재들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삼성의 대규모 투자에 제동이 걸릴까 염려하는 눈치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M&A) 등 장기적 안목으로 결정해야 하는 대형 의사결정 자체도 검찰 일정에 맞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 부회장의 행보가 검찰의 기소로 또 다시 멈춰서면 국가 경제 전체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법무부는 이날 중간간부 인사 발표 후 다음달 3일 부임시킬 예정이다. 이번 인사에선 30기 이상 차장급은 수사·공판 상황을 고려해 유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또 31기 이하 부장급은 가급적 필수보직기간(1년) 충족 여부를 고려해 인사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부장검사는 지난 1월 인사에서 중앙지검에 잔류했던 터라 이번 인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날 오전 예정됐던 검찰 중간간부 인사는 법무부와 대검찰청 간 막판 조율로 인해 오후로 연기됐다. 일각에선 대검 과장과 서울중앙지검 등 일부 수사팀은 인사폭이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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