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길홍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국내 주요그룹 총수와 연이어 회동을 진행해 주목을 받고 있다. 전기차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국내 배터리 3사와의 동맹 관계를 공고히 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정 수석부회장은 오는 22일 충북 청주시 LG화학 오창공장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을 방문한다. 이 자리에서 정 수석부회장은 구광모 LG그룹 회장과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과 LG그룹은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오랫동안 협력해왔다. 2010년 현대모비스 51%, LG화학 49%를 출자해 설립된 HL그린파워는 배터리팩 개발·제조·판매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한다. 현재 LG화학에서 배터리 셀을 공급받아 팩을 만들어 현대모비스에 납품하는 것이다.
또한 현대기아차의 전기차에는 LG화학 제품이 주로 탑재돼 왔다. 중국에서는 보조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중국 업체와 협력하고 있지만 국내를 비롯해 다른 대부분 지역에서 출시하는 전기차에는 LG화학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다. 최근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기 시작했지만 아직까지 LG화학의 물량이 가장 크다.
이번 LG화학 공장 방문 역시 기존의 협력 관계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현대기아차와 LG화학은 공동으로 전기차와 배터리 분야 유망 스타트업 발굴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와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스타트업을 함께 육성해 미래 핵심 기술 역량 확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정의선 수석부회장과 구광모 회장의 만남이 이뤄지면 양사의 배터리 합작회사 논의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와 LG화학이 함께 배터리 공장을 지을 것이라는 관측이 오랫동안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확대를 위해 배터리 업체와의 합작 공장 설립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정 부회장의 이번 LG화학 공장 방문이 단순히 앞으로도 협력 관계를 이어가겠다는 메시지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차가 SK이노베이션에서 배터리를 공급받기 시작하고, 정 부회장이 최근 삼성SDI 공장을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면서 LG화학과의 동맹 관계가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은 삼성SDI에 이어 LG화학 공장도 방문함으로써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정 부회장이 조만간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을 방문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회동을 가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정 부회장이 국내 배터리 3사의 총수를 연이어 만나는 것은 특정 업체와의 관계를 강화하기 보다는 다양한 회사와 협력 관계를 이어가겠다는 '실용주의'를 강조하기 위한 행보로도 풀이된다. 완성차 업체는 각종 자동차 부품을 여러 회사에서 공급받고 있는 만큼 배터리 역시 다양한 공급사로 유지하는 전략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LG화학 공장 방문 일정도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SK이노베이션 공장 방문 일정은 더더욱 알 수 없다"면서 "LG화학 공장을 방문하는 구체적인 이유도 그날이 되어야 공개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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