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농가들의 '키다리 아저씨'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에 이어 함영준 오뚜기 회장을 지목했다. 소비 부진으로 완도산 다시마 재고 2천t이 그대로 쌓여 있다는 소식에 러브콜을 보낸 것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백 대표는 지난 4일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맛남의 광장'을 통해 함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완도 다시마를 오뚜기에서 좀 더 구입해주길 요청했다.
이날 방송된 예고편에서 백 대표는 완도 다시마를 넣은 라면을 먹으며 "라면 회사에서만 다시마를 한 장씩 더 넣어줘도 엄청날 것"이라며 "생각난 김에 한 번 해보자"라고 말한 후 전화를 걸었다.
이후 백 대표가 "선배님 다시마가 지금 2천t이 남아있다"고 사정을 설명하자 전화 상대인 함 회장은 "우리가 지금 다시마 들어간 게 있는 데 2장 정도 넣으면 훨씬 깊은 맛이 나겠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오뚜기는 지난 2005년부터 다시마가 들어간 '오동통면'을 판매하고 있다. 이 제품은 경쟁 제품인 농심 '너구리'를 견제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현재는 전남 여수에서 생산된 다시마를 사용하고 있는 상태다. 2009년에는 전자레인지 조리용 '오동통면' 컵라면도 출시했다.
하지만 이번 일로 오뚜기는 '오동통면'에 전남 완도에서 생산되고 있는 다시마도 함께 사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위해 지난달에는 오뚜기 납품업체들이 건다시마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다시마를 위탁판매 하는 완도금일수협을 방문하기도 했다.
완도산 다시마는 현재 농심이 '너구리'에 넣기 위해 연간 400t을 구매해 사용하고 있는 상태로, 이번 오뚜기의 합세로 재고 소진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너구리'가 출시된 1982년부터 지난해까지 농심의 다시마 누적 구매량은 1만5천t에 달한다.
오뚜기 관계자는 "1봉지당 다시마 2장을 넣은 '오동통면'을 다음주 본 방송을 전후로 출시할 것 같다"며 "일단은 한정판으로 선보인 후 소비자 반응에 따라 정식 출시할 지 검토할 듯 하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방송을 접한 소비자들은 벌써부터 높은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 네티즌은 "'맛남의 광장' 방송 말미에 나온 예고편에서 오뚜기 회장이 나와 깜짝 놀랐다"며 "다시마가 들어간 오뚜기 라면은 '오동통면'일텐데 앞으로 자주 사먹어야 겠다"고 말했다.
이에 오뚜기는 '오동통면'이 '맛남의 광장' 수혜를 톡톡히 입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앞서 이마트가 '맛남의 광장'으로 강원도 '못난이 감자' 30t, 해남 '왕고구마' 300t을 빠른 속도로 완판시켰던 만큼 이번에 오뚜기도 '오동통면'의 판매량을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돼서다.
오뚜기 관계자는 "다시마 구매 수량이 얼마나 되는 지는 알고 있지 않다"며 "'오동통면' 한정판 초기 생산량도 아직 알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번 일로 라면시장 점유율에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국내 라면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농심이 54.4%, 오뚜기가 23.8%로 격차가 큰 상태지만 '오동통면'이 이번에 인기를 얻게 되면 점유율에도 변화가 소폭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오뚜기는 이번 일로 기업 이미지 상승 효과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오뚜기는 함 회장의 다양한 활동 덕에 '갓뚜기'라는 별명까지 얻었지만 이번 일로 농가 지원까지 나서면서 소비자들의 호감도를 더 키울 수 있게 됐다.
특히 함 회장은 정 부회장처럼 최근 소비자들과의 소통에도 적극 나서고 있어 더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함 회장은 지난 2016년 오뚜기 창업주 고(故) 함태호 명예회장 별세 이후 상속세 1천500억 원을 5년 분납으로 납부하겠다는 소식에 대중의 호감을 얻고 있는 상태다. 이후 심장병 어린이 후원, 장애인 자활을 돕는 복지재단에 300억 원대 개인 주식을 기부했다는 사실과 오뚜기 비정규직 0%의 경영 방침이 알려지면서 주목받았다.
또 함 회장은 장녀인 뮤지컬 배우 함연지 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지난달 8일, 23일에 잇달아 등장해 '진진짜라' 네이밍 뒷이야기 등 오뚜기 제품에 대한 얘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최근에는 일감몰아주기 논란을 받고 있는 오뚜기라면 지분 7.48%를 오뚜기에 매각해 눈길을 끌었다.
업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에 이어 함 회장까지 백 대표의 러브콜을 받으면서 오뚜기도 적잖은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며 "신세계처럼 농가 지원과 함께 좋은 기업 이미지를 쌓고 매출 확대에도 도움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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