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한수연 기자] 코로나19를 계기로 국내 증시에 나타난 유의미한 변화 중 하나는 코스닥이 유례없는 호황을 보이고 있단 점이다. 최근 팬데믹(대유행) 이전 수준을 회복한 데 이어 700선을 돌파한 코스닥은 잇따라 신고가를 경신하며 이제 800선도 넘보게 됐다. 제약·바이오 기업의 약진에 힘입은 결과다.
시장은 파이를 더 키울 채비를 하고 있다. 당장 상장을 주관하는 증권사나 IR 업체 관계자들만 만나봐도 준비기업 대부분이 제약·바이오 업종이고, 이번 3차 추가경정예산엔 민간 제약·바이오 컨소시엄 출자 내용까지 포함된단 전언이다.
신기술을 설파하며 증시 입성을 노리는 제약사부터 코스닥에 이전 상장하려는 코넥스 기업까지 숱한 바이오 기업들이 더 큰 자본시장 진입을 위해 대기 중이다.
그런데 여전히 국내 증시에선 바이오 기업이라 하면 '사기'부터 떠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시장 참여자들은 그간 허위정보로 주가를 띄우곤 먹튀를 한 바이오 기업들을 수없이 목격했다.
백번 양보해 이들이 가짜 바이오 기업이라 쳐도, 진짜 바이오 사업을 하는 기업에 대한 인식 역시 크게 다르진 않다. 임상1상 시험 결과로 주가가 급등해도 이후 사업 자체가 고꾸라지거나 정부 기관의 허가 취소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진정성 있는 진짜 바이오 사업인들 결과로 판단하는 자본시장에선 이들 모두 가짜다.
게다가 바이오 기업의 사업내용은 일반인이 이해하기엔 매우 어렵다. 역분화 유도인자나 인공유전자(PNA)같이 단어 하나도 사전을 찾아봐야 하기 일쑤여서 상장 주관사도 100% 이해 못하는 부분이 있다 할 정도다. 그러니 바이오 지식이 깊지 않은 기관이나 일반투자자들은 어떻겠는가.
상장을 앞둔 바이오 꿈나무들은 이런 부분에서 아쉬움을 토로한다. 가뜩이나 투자자 신뢰도 높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내용까지 어려워 기업의 내재가치를 증명하고 투자자를 설득하는 데도 어려움이 많단 것이다. 자본시장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래가치의 수치화를 바이오 사업에선 쉽사리 하기 어렵단 점도 한몫을 한다.
결국 이럴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진정으로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길 원한다면 궁극적으로 전문적인 IR에 심혈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박사 출신 전문 연구원이 임직원의 90%에 달한다며 자랑만 할 게 아니라 그들의 독점기술과 사업내용을 더 알기 쉽게 전달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이미 제약·바이오 기업은 되돌릴 수 없는 국내 증시의 대세가 됐다. 바이오 투자판은 계속 커지고 있고 무수한 바이오 기업들이 시장 입성을 준비하고 있다. 이제라도 자본시장에 보다 친절한 바이오 기업이 나와줘야 한다. 정말 유망하고 자신있는 바이오 기업이라면 시장은 투자로 그 가치에 보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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