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나리 기자] 한국e스포츠협회가 e스포츠 업계 분쟁 등을 조정하기 위해 신설한 'e스포츠 공정위원회' 위원 명단의 비공개 방침을 정하면서 일부 논란이 일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 투명성과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 부작용이 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4일 e스포츠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발족한 e스포츠 공정위원회 위원 전체 명단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 현재는 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영희 법무법인 LAB파트너스 변호사만 공개돼 있다.
e스포츠 공정위원회는 e스포츠 분야에서 발생하는 민원, 고충, 중재 요청 등을 해결 및 조정하기 위해 발족한 독립 기구다. 지난해 e스포츠 업계를 뒤집어놨던 '리그 오브 레전드(LoL)' 프로게이머 '카나비' 선수와 소속팀 '그리핀' 간의 불공정 계약 사건이 발단이 됐다.
한국e스포츠협회 측은 당시 국회에서 열린 제도 개선 토론회에 참석해 독립적인 분쟁조정위원회를 개설하겠다고 밝힌 후, 현재 이의 임시 운영에 들어간 상태다. 정식 운영은 5월 목표다.
협회 측은 조 변호사를 제외한 나머지 위원들의 명단 비공개 이유로 로비와 청탁 등이 이뤄질 위험성이 크다는 점을 들었다. 상벌 등을 다루는 위원회 특성상 개별 위원들에 대한 명단을 공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
협회 측은 "공정위 소속 위원에 대한 청탁 시도 등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소속 위원들 명단을 비공개하는 것"이라며 "위원장을 제외한 소속 위원들의 이름은 앞으로도 공개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협회는 개별 위원에 이를 강제하거나, 스스로 소속 여부를 밝히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 등은 없다는 입장이다. 위원 스스로가 인터뷰 등에서 자신의 소속 등을 공개하거나 약력을 통해 밝히는 것은 자율에 맡긴다는 설명이다.
이에 협회의 위원 명단 비공개 방침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협회가 공표만 하지 않았을 뿐, 보안이 유지되는 정보가 아닌 까닭이다.
지난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의 'e스포츠 정책 연구' 책임 연구자로서 e스포츠 분쟁조정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던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소장은 "비공개 방식의 경우, 접근성이 낮아 관리가 쉬워 보일지 몰라도, 폐쇄된 곳에서 소수의 사람이 이를 악용할 여지가 적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e스포츠 공정위처럼 명단 비공개 방침을 강제할 수 없는 경우, 오히려 알음알음으로 명단이 알려지는 게 청탁의 위험성을 더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반면 누구에게나 공개하는 방식은 정보에 접근하기는 쉽지만, 오히려 누가 어떤 일을 하는지 감시하는 눈이 많아져 더 안전할 수 있다"며 "실제 요즘 추세도 대부분 공개로 가고 있는 것을 감안, 공정위도 위원들의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한 인적 구성을 공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의 지적처럼 타 분쟁조정위원회 등은 명단을 공개하는 경우가 많다.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나 언론중재위원회 역시 모두 위원 명단을 공개하고 있으며 게임물관리위원회 역시 마찬가지로 위원 명단을 밝히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프로축구연맹도 상벌위원회 위원을 공표하고 있으며, 대한복싱협회, 한국대학배구연맹, 대한당구연맹 등 스포츠 공정위원회 역시 위원 명단을 공개하고 있는 상태다.
과거 e스포츠협회가 비공개 방침을 유지하면서 불거진 문제가 적지 않았던 만큼, 신뢰성 확보 차원에서 공정위 위원 명단을 더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앞서 e스포츠협회는 협회 표준 계약서를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계약서는 결과적으로 지난해 문제가 됐던 그리핀과 카나비 선수 간의 계약서보다 더 불공정한 조항이 많이 포함된 계약서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비판을 받았다.
또 e스포츠협회와 LoL 리그 주관사인 라이엇 게임즈로 구성된 LCK 운영위원회 역시 구성원을 밝히지 않은 깜깜이 방식으로 운영돼 팬들의 원성을 샀다.
이에 대해 박석주 법무법인 오른 변호사는 "지난해 일어난 불공정 계약과 납득할 수 없는 징계는 구성원조차 알려지지 않고 불분명한 LCK 운영위원회에 의해 일어난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팬들의 신뢰를 되찾아오고, 자신들의 투명성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구성원들의 신상을 '공개한' 공정위원회가 설립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나리 기자 lor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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