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다음 달부터 도래할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의 손실률에도 악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미·중 무역합의 등으로 반등했던 영국과 미국의 국채금리가 안전자산 쏠림 현상으로 다시 급락하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성장률 전망치까지 조정되고 있는 만큼, 사태가 진정돼도 단기간에 금리가 오르긴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확산됨에 따라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주요국의 국채금리가 속속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이란 금리·환율 등을 기초자산으로 해서 정해진 조건을 충족하면 약정한 수익률을 지급하는 상품을 말한다.
우리은행은 독일 국고채 10년물 금리와 영국 이자율스와프(CMS) 7년물 금리를 각각 기초자산으로 삼은 DLF를 판매했다. 지난해 8월 7일 기준 두 상품의 판매액은 1천255억원, 2천757억원이다. 하나은행은 영국 CMS 7년물과 미국 CMS 5년물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F로 총 판매액은 3천938억원이다.
두 은행의 DLF는 다음 달부터 오는 9월까지 속속 만기가 도래할 예정이다. 금감원이 지난 14일 금리를 기준으로 따져본 예상 손실률은 우리은행 9.7%, 하나은행 45.4%다. 우리은행의 독일 국채 DLF는 모두 만기가 도래한 상황이다.
문제는 코로나19가 '펜데믹(대유행)' 조짐을 보이면서, 미국의 국채 금리가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재무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코로나19 발병 초기였던 지난 해 12월 2일 1.650%이었던 미국 국고채 5년물 금리는 지난 달 30일 1.390%, 이날은 1.160%까지 떨어졌다.
영국 국채 금리도 마찬가지다. 인베스팅에 따르면 지난 해 12월 2일 0.741%였던 영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날 0.511%까지 떨어졌다. 7년물 금리도 같은 기간 0.537%에서 0.384%까지 하락했다.
지난 해 10월초만 해도 주요국의 국채금리는 미·중 무역합의, 영국의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 해소 등 긍정적인 이슈로 상승세를 탔다. 실제 독일 국채 금리 DLF도 여기에 영향을 받아 금감원 예상보다 손실규모가 346억원 가량 줄었다. 일부는 수익까지 낸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코로나 악재에 주요국 국채 금리가 급락하게 됐다. CMS 금리는 국채 금리에 영향을 크게 받는 만큼, 지금 같은 추세라면 두 DLF의 손실률은 예상 수치를 상회할 가능성이 크다.
사태가 종식돼도 '사스' 사태처럼 단기간에 회복될 가능성도 크진 않다. 신용평가사들이 코로나19로 주요국의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무디스는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인해 중국의 올해 GDP성장률을 5.8%에서 5.2%로 낮추는 한편, G20 국가들의 성장률 전망치도 0.2%p 하향 조정했다.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도 미국의 1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1.4%에서 1.2%로 내렸다.
지난 2003년 2월 14일부터 세계보건기구(WHO)에 사스가 보고된 이후 코스피는 그해 3월 6.9% 하락하다 4월 11.9%, 5월 5.7% 상승하는 등 빠른 회복세를 보인 바 있다.
박민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한국과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아시아와 유럽 경제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라며 "코로나19가 중국에 한정됐을 땐 글로벌 금리시장엔 큰 변화가 없었으나, 지금은 크게 하락하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사스나 메르스 사태 당시엔 감염병 말고는 시장의 공포를 자극하는 이슈가 없어서 단기간에 금리가 회복됐으나, 이번엔 성장률 전망이 하향 조정되고 있는 만큼 사태가 진정돼도 중장기적인 금리 하락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상혁 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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