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황금빛 기자] 지난해 7월 일본이 한국을 상대로 수출 규제를 단행하면서 한국 소비자들의 '보이콧 재팬' 운동이 확산된 지 6개월이 됐다. 이로 인해 한국인들이 일본 여행 자제 움직임을 보이면서 항공업계와 여행업계에 대한 타격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회복세를 보일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12일 항공업계와 여행업계에 따르면 일본 여행 자제 움직임으로 모두 실적이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먼저 지난해 11월과 12월 항공여객실적의 공식적 수치가 집계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7월부터 10월까지의 집계를 살펴보면 일본 여객 실적이 해당 기간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을 알 수 있다.
지난해 7월 우리나라 항공여객실적을 보면 일본은 전년대비 3.5% 증가한 179만 명을 기록했다. 특히 대형항공사(FSC)와 저비용항공사(LCC) 모두 각각 전년대비 1.7%, 12.9% 증가한 여객 실적을 기록했는데, 이는 일본 노선 운항 증편 영향으로 공급석이 증가한 탓이다.
하지만 지난해 8월부터 달라졌다. 일본 항공여객실적이 152만 명으로 전년대비 20.3%나 줄어든 것이다. 이는 지난해 들어 처음 일본 여객이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인 것으로 FSC(20.6%)와 LCC(22.9%) 모두 크게 줄어들었다.
무엇보다 같은 달 중국(13%), 아시아(15.1%, 중국·일본 제외한 아시아 지역), 미주(3.9%), 유럽(10%) 여객 실적이 모두 증가한 것과 비교해보면 일본 여객 실적 감소는 두드러진다. 이는 여름방학과 휴가로 내국인 해외여행 수요가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아닌 중국, 베트남, 필리핀, 태국 등으로 여객 증가세가 이어져서다.
급기야 지난해 9월에는 일본 항공여객실적이 107만 명으로 전년대비 28.3%나 줄었고, 10월에는 105만 명으로 전년대비 40.4%의 감소를 보였다. 그럼에도 지난해 9월과 10월 전체 국제선 여객은 전년대비 각각 0.9%, 0.2%의 증가했다. 역시 중국, 베트남, 필리핀, 대만 등의 여객이 증가한 영향이다.
특히 10월부터 중국 노선 여객 실적이 회복세를 보였는데, 이는 항공사들이 '보이콧 재팬' 영향으로 중국 등으로 대체 노선을 투입한 결과다. 또 국토교통부의 올해 3분기 항공여객 통계에 따르면 베트남, 필리핀, 대만 등 동남아 노선도 전년동기대비 각각 22.5%, 35.6%, 20% 운항 증편됐다.
전체 운항 노선 가운데 일본 노선 비중이 60%로 가장 높았던 에어서울은 대대적인 노선 구조조정과 노선 다각화 작업을 당초 계획보다 앞당기기도 했다. 이에 지난해 3분기는 '보이콧 재팬' 영향으로 실적 타격을 입었지만 올 1분기 실적이 개선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항공업계는 '보이콧 재팬' 영향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최근에는 중국·동남아 노선뿐 아니라 아예 중·장거리로 노선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12월 통계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노선도 줄고 여객 수도 줄었다"며 "대통령이 신년사를 통해 한일 관계 개선 의지를 표명했지만 그렇다고 소비자 심리가 바로 일본 여행 가도 되겠다고 하고 가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올해도 우려가 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여행업계도 '보이콧 재팬' 여파로 일본으로 향하던 국내 여행객들의 발길이 뚝 끊겨 몸살을 앓고 있다. 일본은 그 동안 한국인의 인기 여행지 1위 자리를 유지해왔지만,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된 불매운동 영향이 장기화되면서 인기 순위가 동남아, 중국, 남태평양, 유럽 등에 밀린 상태다.
실제로 모두투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한국인 해외여행 행선지별 비중은 동남아 63.4%, 중국 14.5%, 남태평양 8.2%, 유럽 6.1%, 일본 5.5%, 미주 2.3% 순이었다.
또 지난해 12월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일본 패키지 상품 수송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4.2%, 86.1%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7월부터 일본 여행 수요가 크게 줄면서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연간 일본 패키지 상품 송객 수도 각각 절반 가량 줄었다.
올해 설 연휴 기간에도 일본을 찾는 이들은 예년보다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모두투어에 따르면 전체 여행객 65%가 동남아를 택했으며, 일본은 지난 설 연휴 대비 80.5%나 예약량이 급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일본 여행 거부 운동이 장기화되면서 한국을 방문하는 일본인 관광객 수는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일본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 수를 계속 넘어서고 있다. 이는 2014년 6월 이후 5년여 만에 처음이다. 특히 일본을 찾는 한국 관광객 수는 8월(-48.0%), 9월(-58.1%), 10월(-65.5%), 11월(-65.1%) 등 4개월간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상황이 6개월째 이어지자 각 여행사들은 베트남, 대만,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대체 여행지로 고객 모집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실적 회복에는 아직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다. 토종 사모펀드인 IMM프라이빗에쿼티가 최근 국내 최대 여행사인 하나투어의 최대 주주가 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하나투어의 경우 지난해 3분기 누적 별도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9% 하락한 3천716억 원, 영업이익은 61.8% 감소한 95억 원을 기록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지난 7월 한일관계 악화로 여행 불매가 확산되면서 여행 수요가 매달 역성장해 업체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며 "최근 일본 여행 불매 수요가 동남아, 유럽 등으로 분산되며 회복할 기미는 보이고 있지만, 그 동안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만큼 이전 상태로 돌아가기에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황금빛 기자 gol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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