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퇴임으로 오너가(家) 경영권 조정이 본격화하는 흐름이다. 그동안 이들은 경영권 승계구도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개인회사까지 동원해 지분경쟁을 펼쳤지만, 허태수 GS홈쇼핑 사장이 그룹 사령탑에 오르자 스스로 거취를 정하고 나선 것이다.
9일 재계에 따르면 허만정 GS그룹 창업주의 장손인 허준홍 GS칼텍스 부사장이 오는 31일자로 GS칼텍스 윤활유사업본부장(부사장)에서 물러난다. 그는 허 창업주의 장남인 고(故) 허정구 삼양통상 창업 회장의 장손자다. 허준홍 부사장은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삼양통상 경영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허준홍 부사장은 글로벌 석유회사 쉐브론을 거쳐 GS칼텍스에 입사했다. 지난 2005년 GS칼텍스에 입사해 여수공장을 시작으로 생산기획팀, 시장분석팀, 윤활유해외영업팀 등을 거쳤다. LPG사업부문장, 법인사업부문장, 윤활유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업계에서는 4세 경영진 중 장손인 허준홍 부사장이 그룹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GS칼텍스 부사장직을 포기하는 것이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그는 지난 5월과 10월 GS㈜ 보통주 8만주와 5만주씩 매입하고 개인회사 삼양통상을 동원, 20만주를 추가 확보해 2.3%까지 지분율을 끌어올린 바 있다.
이 때문에 물밑에서 오너일가들끼리 경영권 조정이 끝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허준홍 부사장이 퇴진 후 피혁가공 업체인 삼양통상 경영에만 집중하고 GS그룹의 에너지 분야는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장남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이 담당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GS그룹의 경영권은 사실상 '허준구 일가'에게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GS 오너가는 크게 창업주 장자 직계자손인 '허정구 일가'와 가문을 일으켜 세운 '허준구 일가'로 나뉜다. 허창수 전임 회장에 이어 신임 사령탑에 오른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 역시 허준구 명예회장의 자식이기 때문이다.
이번 임원인사 가운데 '허정구 일가'의 장자 허준홍 부사장은 퇴진하는 반면, '허준구 일가' 장자인 허윤홍 GS건설 부사장은 4세 임원 중 유일하게 사장으로 승진했다. 허윤홍 신임 사장은 아버지이자 전임 그룹 회장인 허창수 GS건설 회장에게 각종 경영수업을 받게 됐다.
일각에서는 GS그룹이 결국 4세 경영으로 경영권 전환이 이뤄질 시기에 계열분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GS칼텍스 등 에너지 부문을 '허정구 일가'에, 건설과 유통은 '허준구 일가'로 분리한다는 것이다. 4세의 승계구도는 허세홍-허윤홍 두 사람으로 압축될 가능성이 크다.
재계 관계자는 "허태수 신임 회장이 오너 3세로 경영권을 쥐게 된 것은 그만큼 아직까지 4세 경영이 준비되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한다"며 "3세 오너는 서로의 분야에 서로 엉켜 임원도 나눠서 맡았지만, 점차 직계 혈족들로 경영진을 꾸려 그룹이 조만간 분리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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