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황금빛 기자] 현대자동차가 인천과 서울에서 교통체계 혁신에 나선다. 대중교통 사각지대 주민들의 이동 편의를 높이고 기존 사업자와 상생하는 등 인간 중심 철학을 기반으로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와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현대차가 2025년 전략적 지향점으로 설정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사업 구조 전환 일환이다. 기존 자동차를 넘어 다양한 모빌리티 제품군의 확대와 연계도 기대된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최근 강조한 '인간 중심 모빌리티'의 첫 모델인 셈이다.
5일 현대차 등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달부터 인천 영종국제도시에서, 내년부터 서울 은평뉴타운에서 수요응답형(MOD, Mobility On Demand) 교통서비스를 시작한다.
이달부터 내년 1월까지 2개월 간 인천 영종국제도시에서 진행하는 시범 서비스는 'I-MOD(Incheon-Mobility On Demand)'다. 현대차, 현대오토에버, 씨엘, 연세대학교, 인천스마트시티 등 현대차 컨소시엄과 인천광역시가 지난 6월 MOU(양해각서)를 맺은 결과다. MOU는 인천에서 진행하는 국토교통부의 스마트시티 챌린지 사업에 현대차가 교통 서비스와 솔루션 제공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진행됐다.
I-MOD는 기존 노선과 무관하게 승차 수요가 있는 정류장을 자율 운행하는 서비스다. 즉 기존 버스가 승객 유무와 관계없이 정해진 노선의 버스 정류장마다 정차하는 것과 달리 승객 위치와 목적지에 맞춰 실시간으로 정류장을 정해 운행하는 것이다.
I-MOD 앱을 통해 출발지와 도착지를 입력하면 차량 위치와 이동 경로를 분석해 승객과 가장 가까운 버스 정류장으로 차량을 배차, 신규 호출 발생 시 운행 중인 차량과 경로가 비슷할 경우 합승시키도록 경로 구성과 배차가 이뤄진다. 시범 서비스는 영종국제도시 350여 개 버스 정류장을 통해 제공되며 '쏠라티' 16인승 차량 8대로 운영된다.
내년부터 서울 은평뉴타운에서 KST모빌리티(KSTM)와 함께 진행하는 시범 서비스인 '수요응답형 커뮤니티 이동 서비스' 프로젝트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ICT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로 지정된데 따른 것이다. 영종국제도시에서 진행하는 것과 같은 수요응답형 교통서비스이지만 다른 점은 버스가 아닌 택시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택시는 버스·지하철 등의 대중교통과 달리 경로변경이 자유로워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도어 투 도어'가 가능하다.
운영방식은 반경 2km 내외의 서비스 지역 내 어디서든 이용자가 호출하면 '쏠라티' 12인승 차량이 실시간으로 생성된 최적 경로로 운행하며 승객들이 원하는 장소에서 태우고 내려주는 합승형태다. 내년 상반기 3개월 동안 은평뉴타운에서 최대 100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차량 6대에 한정해 운영할 예정이다.
두 시범 서비스의 목적은 같다. 대중교통 사각지대에 있는 주민들의 이동 편의를 높이기 위해서다. 영종국제도시는 항공거점이자 해양레저관광의 메카를 꿈꾸는 곳이지만 노선 체계가 갖춰지기 시작하는 도시개발 중간단계에 있는 지역이다. 인천시 전체의 27%밖에 안 되는 낮은 인구 밀도로 주민들 평균 버스 대기 시간이 78분이고 심야시간에는 버스가 운행하지 않아 택시가 주 교통수단이다. 은평뉴타운은 대도시 내 교통 취약 지역으로 꼽히는데, 주거지 중심의 단거리 이동이 많은 곳이다. 현대차는 마을버스 정류장이 없는 곳을 중심으로 시범 서비스를 할 예정이다.
대중교통 사각지대에 수요응답형 교통서비스를 통해 이동의 자유를 확대하는 것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강조한 '인간 중심 모빌리티' 개발 철학과 무관치 않다. 이는 사람과 사람을 단순히 연결하는 것을 넘어 인류의 삶에 보다 진정성 있게 공헌하는 새로운 모빌리티 시대를 준비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미래 기술에 인간 중심 기반의 인문학적 진보가 결합될 때 모든 계층의 사람들에게 사회적 가치가 공평하게 배분될 것이라는 신념을 담은 것이다.
두 시범 서비스가 기존 사업자와의 상생을 추구한다는 점도 정 수석부회장의 인간 중심 철학을 보여준다. 영종국제도시에서는 버스운수업자가 서비스 플랫폼을 제공받아 추가 수익모델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은평뉴타운에서는 KSTM과 협업으로 진행하는데 KSTM은 택시 운송 산업과 상생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주목받고 있는 플랫폼 기반 승객 운송 스타트업이다. 이 때문에 택시 제도권 안에서 택시 산업을 지원하면서 고객을 위한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 혁신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을 보인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시범 서비스는 현대차가 기존 제조업에서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 제공 기업을 넘어 솔루션 제공 기업으로의 전환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도시문제 해결책을 제시해서다. 현대차는 지난 4일 공개한 '2025 전략'에서 2025년 전략적 지향점을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을 설정하고 이에 맞춰 사업 구조를 전환할 계획을 밝혔다.
현대차는 영종국제도시에서 시범 서비스를 통해 시민의 차량 대기 시간과 이동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차량 간 최적 배차로 중복 운행과 공차 운행을 최소화해 서비스 운영 효율을 높임으로써 공영버스를 대체할 경우 도시운영자의 탄력적인 재정 운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은평뉴타운에서는 거주민들에게 주거지, 학교, 지역 상점 등 생활 거점 내에서 이용 가능한 편리하고 안전한 이동수단을 제공해 불필요한 단거리 승용차 운행을 줄이고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며 향후 주차난 해소에도 일정 부문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다양한 이동의 제약 조건을 가진 청소년, 주부, 노년층들에게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전망한다.
앞으로의 관심사는 현대차가 이러한 이동의 자유와 차별화한 이동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어떤 지능형 모빌리티 제품군을 들고 나오고, 어떻게 연계해 나갈지다. 현대차는 '2025 전략'에서 지능형 모빌리티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다중 모빌리티 솔루션을 마련하고 맞춤형 모빌리티 라이프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지능형 모빌리티 제품은 자동차는 물론 개인용 비행체(PAV, Personal Air Vehicle), 로보틱스, 라스트마일 모빌리티 등을 포함하는데 이러한 다양한 교통수단을 통해 다중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해 끊김 없는 이동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이 현대차는 계획이다. 다중 모빌리티는 다양한 교통수단을 조합해 사용자의 이동 편의성을 최적화하는 모빌리티 서비스다.
이미 현대차는 I-MOD 시범 서비스를 통해 축적한 각종 데이터를 분석하고 운영비용 절감 방안을 도출해 솔루션을 고도화하고 서비스 지역을 확대함과 동시에, 라스트마일 모빌리티 서비스인 'I-ZET(아이-제트)'와 연계해 다중 모빌리티 솔루션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라스트마일 모빌리티는 마이크로 모빌리티, 퍼스널 모빌리티로도 불리는 초단거리 개인 이동수단으로 통상 차에서 내려 목적지까지 마지막 1마일(1.6km) 정도에 대한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I-ZET는 현대차가 지난 11월부터 영종도 운서동 일대에서 시범 운영 중인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로 교통이 혼잡하거나 대중교통 접근이 어려운 지역의 단거리 이동에 특화한 서비스다. I-ZET는 포인트제로 운영되는데, 버스정류장에 전동킥보드를 반납하면 포인트를 지급하는 방식을 도입해 정류장으로 반납을 유도하면 I-MOD와의 연계를 통해 다중 모빌리티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현대차는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차량을 활용한 모빌리티 서비스는 물론 라스트마일 모빌리티 분야에서도 핵심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황금빛 기자 gol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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