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국배 기자] 마흔살 중년에 접어든 데이터베이스(DB) 강자 오라클이 '컨버지드 DB'라는 용어를 강조하고 있다. 이는 하나의 DB로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는 방식의 DB를 뜻한다.
경쟁사과 비교해보면 이해가 쉽다. 아마존웹서비스(AWS)의 경우 목적에 따라 DB를 골라쓸 수 있도록 다양한 DB를 내놓고 있다. 갖고 있는 DB만 8개다.
반면 오라클은 이를 '원(ONE) DB'로 해결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두 회사가 서로 정반대의 전략을 취하고 있는 셈이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오라클은 자신들의 접근 방식이 더 나은 방향이라 주장한다. 근거는 무엇일까.
데인 핸슨 오라클 부사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만약 10개의 각기 다른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10개의 DB를 운영한다면 서포트 측면에서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며 "이는 고객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업무(workload)마다 다른 DB를 쓴다면 관리해야 할 지점이 너무 많아져 비효율적이라는 논리다. 지난 19일 열린 '오라클 모던 클라우드 데이' 행사에서 탐 송 한국오라클 대표 역시 "IT인프라는 단순해야 한다는 IT의 제1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은근히 AWS에 비해 오라클 전략이 맞다는 점을 강조했다.
관리뿐 아니라 데이터 통합도 어려울 수 있다는 게 오라클 측 설명이다. 전사 DB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DB를 결합하는 수고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핸슨 부사장은 "경쟁사의 DB를 보면 하나는 애널리틱스, 다른 하나는 트랜잭션 데이터 전용으로 나눠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같은 영업 데이터를 본다해도 애널리틱스, 트랜잭션 데이터를 별도 관리하고 살펴봐야 해 고객 입장에서는 최적화가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하나의 DB를 쓰면 대규모의 데이터를 관리하기 좋다는 것. 데이터가 쪼개져 있지 않으니 통합을 위한 노력도 필요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애널리틱스, 애플리케이션 개발 등 모든 작업을 하나로 융합된 DB에서 할 수 있고, 더 나아가 확장시킬 수 있는 게 컨버지드DB의 장점"이라며 "거래 처리 볼륨, 분석 소요 시간 등도 현저히 향상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실제로 미국 뉴욕에 있는 소프트웨어 회사 JASCI는 컨버지드 DB를 도입하면서 데이터 처리 속도가 100배 빨라지고 DB 에러는 '제로(0)'가 됐다. 부동산 개발회사 킹골드는 부동산 프로젝트를 분석하는데 걸리던 시간을 12분에서 41초로 줄였다.
이처럼 오라클이 오래된 원칙 '원DB'를 강조하고 나선 것은 DB시장까지 치고 올라오는 AWS를 견제하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최근 AWS는 아마존에서 사용하던 오라클DB 대부분을 AWS DB로 옮겼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오라클은 머신러닝 기술을 적용해 보안 패치 등을 자동으로 해주는 '자율운영 DB'를 내세워 왔다.
김국배 기자 verme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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