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두산그룹이 3분기 만에 또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전 계열사가 일제히 부진한 성적표를 거두면서다. 두산중공업, 두산건설 등 부실 계열사가 그룹 전체 실적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가운데 캐시카우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마저 부진하면서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특히 두산은 신재생 에너지로의 패러다임 전환에 맞춰 포트폴리오 개편에 나섰지만, 계열사들의 수익구조가 갈수록 악화되면서 동력을 상실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재무구조도 좀처럼 개선되고 있지 않다. 이로써 취임 4년차를 맞이한 박정원 회장의 경영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두산, 전 계열사 부진에 823억 순손실 기록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두산그룹의 지주사인 ㈜두산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4조3천600억원을, 영업이익은 1천697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33.4% 감소했다. 특히 823억원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결국 지난해 4분기 5천24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이후 3분기 만에 또다시 적자를 기록하게 됐다. 부진한 성적표를 거두게 된 배경에는 전 계열사들이 일제히 부진하면서다. 그동안 실적방어에 나서준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도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줄어들면서 전체 실적에 악영향을 끼쳤다.
㈜두산의 자체사업 역시 부진했다. 자체사업 영업이익은 산업차량BG 및 모트롤BG의 계절적 비수기에 따라 전년 동기 대비 35.3% 감소한 300억원을 거뒀다. 모트롤BG는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등 대외불확실성에 따라 완성차 업계의 재고우선 소진 등으로 매출이 감소했다.
전자BG는 3분기 반도체 및 5G(기지국) 소재 확대로 그나마 실적을 방어했다. 지난 10월 1일자로 분할 신설된 두산솔루스는 3분기 OLED소재 및 동박 매출 확대로, 두산퓨얼셀은 고객사 납품 스케줄에 따라 실적이 다소 저조했지만, 기수주분 확정 매출을 통해 4분기 턴어라운드가 전망된다.
◆두산重, 세계경기 침체·탈원전에 영업익 감소…일회성 비용까지
중간지주사인 두산중공업은 세계경기 침체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등의 영향으로 수익구조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실제로 올해 3분기 수주는 9천572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59.8% 감소했다. 발주처 파이낸싱 및 수주확정을 대기 중인 대형 PJT를 반영하더라도 연간 수주목표(7.9조)의 66%에 불과하다.
수주부진이 실적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3분기 별도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9.3% 감소한 7천99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영업손실 46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과 비교해 적자전환했으며 순손실은 1천204억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폭이 확대됐다.
설상가상으로 올해 3분기 일회성 비용도 증가했다. 두산중공업이 지난해 8월 두산밥캣 지분을 기관투자자에게 처분하면서 주가를 약 3만5천원으로 보장했는데, 두산밥캣 주가가 하락하면서 차액보전으로 400억원 비용이 지출됐다. 또 사우디아라비아 국세청 세무조사로 과태료 등 400억원대가 부과됐다.
물론 올해 3분기 국내 최초, 세계 5번째 대형 가스터빈 상용화 기술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해외수입에 의존하던 가스터빈을 국산화할 경우 수조원의 수입대체 효과가 기대되지만, 트랙레코드(사업성과) 등이 없다는 점에서 다소 시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3달치 물량이 창고에…" 믿었던 두산인프라코어도 '부진'
두산중공업이 36.2%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 두산인프라코어 역시 주요사업 부진으로 저조한 실적을 거뒀다. 매출은 전년 대비 0.6% 소폭 성장했으나, 영업이익은 시장침체와 경쟁심화에 따른 프로모션 비용 증가로 19.3% 감소했다.
특히 중대형건설기계(Heavy) 사업부진이 두드러졌다. Heavy사업부문의 매출은 전년 대비 11.4% 감소한 6천14억원을 기록하며 역성장했으며 영업이익도 206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미·중 무역분쟁 등 글로벌 경기침체로 건설사업이 위축됐고 이는 건설기계 수요감소로 이어졌다.
실제로 두산인프라코어의 재고자산이 증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재고자산이 1조7천220억원으로 전년 대비 35.7% 증가했다. 이는 매출원가로 단순계산할 때 3달치 상품이 창고에 쌓여있다는 의미다. 재고자산 증가는 운전자본 증가로 이어져 기업의 유동성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두산밥캣도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매출은 유럽 및 신흥시장 성장에 힘입어 소폭 상승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유럽 수익성 개선에도 원재료 가격 상승과 신제품 출시관련 비용으로 하락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0.2% 감소한 1천104억원을, 순이익은 668억원에 그쳤다.
그룹의 부진한 실적은 재무구조 악화로 이어지면서 지속가능성도 해치고 있다. 두산의 3분기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341.9% 까지 치솟았다. 분할에 따른 일시적 효과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다른 주요 기업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두산 105%, 두산중공업 187%, 두산인프라코어 250%를 각각 기록했다.
이로써 두산그룹의 위기설이 계속되면서 취임 4년차를 맞이한 박정원 회장의 경영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실적 악화가 재무구조와 현금흐름까지 해치고 있다"며 "사업모델 변신을 추진하고 있지만, 경기변동에 영향을 받는 중공업, 기계부문을 당장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웅 기자 hero@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