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넷마블이 웅진코웨이 인수의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면서 넷마블이 가전렌털업계에 눈을 돌린 이유가 주목되고 있다. 국내 '빅3' 게임업체 중 하나인 넷마블과 국내 가전렌털업계 부동의 1위인 웅진코웨이 간 결합 자체만으로도 시장에 여러 이야기가 오가는 상황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앞서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던 넷마블이 본입찰에 응찰하면서 웅진코웨이 인수전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당초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는 자회사로 같은 가전렌털업체인 SK매직을 보유한 SK네트웍스가 꼽혔지만, 최종적으로 본입찰 참여를 포기하면서 판세가 급속도로 넷마블로 기울어졌다.
결국 이날 오전 열린 웅진씽크빅 이사회에서 넷마블은 웅진코웨이와 단독으로 인수 협상을 단행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웅진은 공시를 내고 "웅진씽크빅은 현재 보유 중인 웅진코웨이의 경영권을 포함한 투자지분 25.08%의 매각과 관련해 넷마블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2019년 10월 14일에 우선협상대상자에게 통보했다"고 밝혔다.
협상이 순탄하게 진행된다면, 넷마블은 웅진씽크빅이 보유한 웅진코웨이 지분 25.08%를 1조8천억원대 중반에 인수하게 될 전망이다. 인수대금은 넷마블이 보유한 자체 현금을 활용한다. 이달 중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연내 모든 인수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넷마블의 인수가액은 지난 3월 웅진이 코웨이 지분 22.17%를 인수한 금액인 1조6천800억원과 추가지분 약 3%를 인수하는 데 들인 2천억원 가량을 합친 금액과 비슷하다.
◆넷마블 "스마트홈 구독경제 비즈니스 발전시킬 것"…국내 가전렌털사업 급성장 추세
넷마블 측은 웅진코웨이 인수 이유에 대해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다양한 투자를 진행해 왔고, 그 결과 실물 구독경제 1위 기업인 웅진코웨이를 인수키로 결정했다"며 "구독경제는 최근 글로벌에서 고속성장 중이며, 오랜 기간 확보한 IT와 운영 노하우를 가전렌털사업에 접목해 스마트홈 구독경제 비즈니스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구독경제는 일정 기간에 맞는 요금을 내고 그 기간 동안 제품을 빌려 쓰는 소비 형태다. 본래는 책이나 신문 등을 정기적으로 구독해 읽는 것에 한정되는 의미였지만 '일정 기간 동안 돈을 낸 만큼 제품을 사용한다'는 의미가 부각되면서 '구독경제'로 발전했다. 넷마블이 언급한 '구독경제'에는 웅진코웨이의 렌털가전사업도 포함된다. 마찬가지로 일정 기간 매달 내는 렌털료만큼 제품을 빌려 쓰고, 추가적인 서비스도 제공받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웅진코웨이는 가전렌털 부문에서 압도적인 국내 1위를 달리고 있다. 올해 2분기 기준 738만개에 달하는 렌털계정을 보유하고 있으며, 방문판매 직원 수는 2만여명이 넘는다. 시장점유율도 35%로 1위다. 또 올해 상반기 누적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거두는 등 실적도 가파른 상승세다. 지난해 연간 매출은 2조7천73억원, 영업이익 5천158억원으로 같은 기간 넷마블의 매출·영업이익을 모두 앞선다.
국내 렌털시장에 대한 전망도 낙관적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국내 가정용품 렌털시장 규모가 2015년 5조원에서 오는 2020년 10조7천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평균 16.4%에 이르는 성장률이다. 이뿐만 아니라 최근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에서도 가전렌털이 성장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웅진코웨이도 이미 말레이시아에서만 100만계정을 돌파한 상태다.
웅진코웨이뿐만 아니라 최근 3년 사이 SK매직·쿠쿠홈시스·LG전자 등이 렌털가전 시장에 새로 진출하거나 렌털 품목을 늘리는 등 사업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점차 정수기·공기청정기 등 가전제품을 일시불로 사기보다는 렌털로 구입하는 것이 트렌드가 되면서 이를 감지한 후발주자들이 여럿 뛰어든 것이다. 최근에는 의류관리기·안마의자·전기레인지 등 소위 '신가전'이 인기를 끌면서 렌털 품목들도 점점 넓어지는 추세다.
◆업계 "게임·렌털 시너지효과 의문"…넷마블 "코웨이 비즈니스에 기술력 결합 시 글로벌 시장서도 '메이저'
웅진코웨이가 물론 우량한 매물이지만, 정작 게임업체인 넷마블과의 시너지 효과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이라는 시선도 적지 않다. 우선 렌털가전사업의 주 고객층이 중·장년층 여성인 반면 게임사업의 주 고객층은 청년·중년 남성이다. 더욱이 웅진코웨이가 사물인터넷·AI(인공지능)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며 스마트홈 트렌드를 따르고 있지만, 이것이 넷마블의 IT 기술과 어떻게 조화될지에 대한 실체는 아직 없는 상황이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게임사업과 렌털사업의 시너지가 쉽게 예상되지 않는다"며 "게임 사업과 스마트홈과의 주력 가구층과 달라 스마트홈과의 시너지에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언급했다.
이 때문에 넷마블이 당장 웅진코웨이와의 사업적 시너지를 기대했다기보다는 단기적 매출·영업이익 확대 및 캐시카우 확보를 더욱 염두에 뒀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넷마블은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16.6%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52.6%나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웅진코웨이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인수 대상일 수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넷마블은 그간 기업 인수를 염두에 두고 현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었기에 자금 마련에도 부담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게임과 렌털가전 사업 간 이렇다할 시너지 효과가 생각나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며 "넷마블로서는 웅진코웨이가 안정적으로 연간 4천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두고 있기에 이를 통해 캐시카우도 확보하고, 장기적으로 있을지 모를 시너지 효과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가전렌털업계 한 관계자도 "넷마블이 현금을 두둑이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토대로 우량 매물을 사들인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당장 게임과 렌털가전 간 시너지효과를 고려하기보다는 재무적 관점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고 평했다.
다만 넷마블은 둘 사이에 분명한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장원 넷마블 경영전략담당 부사장은 이날 오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웅진코웨이는 '실물 구독경제' 1위 기업으로 기존 비즈니스에 넷마블의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기술력이 결합될 경우 웅진코웨이는 글로벌 스마트홈 구독경제 시장에서 메이저가 될 잠재력이 있는 기업"이라며 "넷마블이 게임 사업에서 확보한 유저 빅데이터 분석 및 운영 노하우를 코웨이가 보유한 모든 기기에 접목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한편 이와 별개로 웅진코웨이 일각에서는 결과적으로 전략적투자자(SI)에 기업이 인수된 것을 다행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전국가전통신 서비스노동조합 웅진코웨이지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상황은 넷마블 쪽과 접촉을 해 봐야 알 것"이라면서도" 아무래도 사모펀드(PEF)에 인수된 것보다는 나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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