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위기가 곧 기회다."
20일 중국 상하이에서 사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막을 내린 화웨이 커넥트 2019에서 가장 많이 나온 말이다. 최근 발생한 미중 무역갈등 속 화웨이 제재 등 위기 에도 수직통합화 및 오픈생태계 구축 등에 또 다른 기회가 됐다는 얘기다.
올해 행사는 '지능의 발전'을 주제로 화웨이의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수직통합화된 컴퓨팅 전략이 공개되는 등 화웨의의 기술 주도권을 과시하는 자리가 됐다.
특히 화웨이는 최근 미중 무역갈등 관련 "위기가 곧 기회"라며 자체적인 역량 결집 및 수직적 포트폴리오를 완성해 모든 산업군 수요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자신감과 의지를 보였다.
켄 후 화웨이 순환회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10년 후 컴퓨팅 업계에 새 시대가 올 것"이라며 "화웨이는 연결(Connecttion)만이 아닌 컴퓨팅(Computing)의 중요성에도 주목, 향후 더 많은 투자를 집행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화웨이는 앞으로 5년간 컴퓨팅 분야에 15억달러(한화 약 1조8천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또 화웨이 개발자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개발자를 500만명으로 늘리는 등 전세계 파트너들이 함께 할 오픈 생태계 구축에도 속도를 낸다는 전략이다.
◆ '올 시나리오 풀스택 AI'로 전 분야 '메이드인 화웨이' 도전
화웨이는 지능화 시대를 맞아 '연결'과 '컴퓨팅'이 핵심임을 강조했다.
켄 후 순환회장은 "향후 5년 내로 AI 컴퓨팅은 기존 전체 컴퓨팅의 80%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며, "이러한 AI 컴퓨팅이 새로운 지능화 세상을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능화된 시대 컴퓨팅은 크게 ▲무작위 대입 컴퓨팅(Brute force computing) ▲유비쿼터스 컴퓨팅(Ubiquitous computing) ▲협업 컴퓨팅(Cooperative computing) 등 3가지 트렌트 변화를 이끌것으로 봤다. 핵심은'성능'과 '연결', '협업'이라는 얘기다.
화웨이는 컴퓨팅 환경의 지능화 발전을 토대로 5년내 컴퓨팅 시장이 2조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닌 거대 블루오션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맞서 컴퓨팅 분야 ▲아키텍처 혁신 ▲올 시나리오 프로세서 ▲비즈니스 전략 ▲오픈 생태계 등 크게 4가지 전략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먼저 AI 시장에 전방위로 대응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다빈치 아키텍처를 앞세웠다. 쿤펑, 어센드, 기린, 홍후 등 모든 시나리오에 대응할 수 있는 각종 프로세서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는 것.
또 단순히 부품을 파는 게 아니라 하드웨어(HW)부터 소프트웨어(SW)까지 전반적인 인프라를 클라우드에 옮기는 통합화된 상품으로 파트너사들에게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각 파트너가 화웨이가 구축한 생태계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을 개방하기로 했다.
켄 후 순환회장은 "기술하는 사람, 회사로서 가장 좋은 기술을 개발해 가장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게 역할이라 생각한다"며, "화웨이는 혼자 가는게 아니라 협력 파트너들과 함께 업계 발전을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 아틀라스 900 깜짝공개…어센드 기반 신규 클라우드 상품 출격
화웨이는 이번 행사에서 AI 트레이닝 클러스터 '아틀라스 900'을 깜짝 공개했다.
아틀라스 900은 1024개의 어센드910으로 구성됐다. 외관상으로는 거대한 서버와 같은 모습이다. AI 플랫폼을 도입하고자 하는 파트너사들에게 기반을 마련해 주는 역할을 한다.
화웨이는 AI 트레이닝 성과를 측정하는 업계 표준인 레스넷-50 모델을 활용해 아틀라스 900의 성능을 비교 발표했다. 경쟁 벤더의 경우 76.8초, 70.2초 정도 소요되는 시간을 59.8초까지 단축시켰다.
켄 후 순환회장은 "10초라는 시간은 굉장히 많은 차이"라고 강조했다. 가령 스프린터가 결승선을 먼저 통과해 두번째 스프린터가 도착하기 전까지 물 한병을 마시기에 충분한 시간이라는 것. 이러한 과정이 반복된다면 10초가 아닌 수만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화웨이는 아틀라스 900뿐만 아니라 43종의 어센드 AI 프로세서 기반 신규 클라우드 상품 43종도 선보였다. 어센드 910과 310을 기반으로 한다. AI 데이터를 유추하거나 트레이닝, 이미지처리, 컴퓨팅 및 자율주행 트레이닝과 같은 다양한 시나리오에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아틀라스 시리즈는 AI 트레이닝 클러스터 '아틀라스900'과 '아틀라스 800', AI 에지 스테이션 아틀라스 500, AI 추론 및 트레이닝 카드 '아틀라스 300'과 AI 가속기 모듈인 '아틀라스 200'으로 구성됐다. 모든 시리즈는 어센드 910과 310을 기반으로 한다. 어센드는 화웨이의 AI 아키텍처인 '다빈치'를 통해 설계됐다.
화웨이는 어센드 AI 프로세서와 아틀라스 시리즈 제품 및 클라우드 서비스 등 올시나리오 AI 컴퓨팅 프레임 워크인 '마인드스포어'를 출시했다.
◆ '쿤펑' 앞세워 서버 CPU 시장 공략 강화…미국 의존도 줄인다
화웨이는 서버용 CPU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범용 컴퓨팅 프로세서 '쿤펑'을 지난 1월 공개한 바 있다. 이번 행사를 통해서 '쿤펑' 오픈생태계 구축에 역량을 집중할 뜻도 밝혔다.
특히 화웨이는 서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x86 아키텍처가 아닌 ARM의 ARMv8 아키텍처를 채택했다. ARM의 아키텍처를 활용하는 진영이 속속 문을 닫고 있는 상황이기에 다소 이례적인 선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화웨이는 ICT 기술이 급변함에 따라 새로운 기회가 창출될 것으로 확신했다.
화웨이 임원은 "ARM과 관련한 230억개 칩셋이 출시됐고, 매년 출시되는 10억개 스마트폰 모두 ARM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다"며, "향후 에지, 디바이스 측면에서도 ARM 서버 기반으로 데이터 분야까지 진전될 것으로 예측한다"고 말했다.
이는 5G를 통해 네트워크 구조가 급격하게 진화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ARM의 기존 장점이 극대화될 수 있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중 무역갈등으로 인해 x86 아키텍처의 활용이 어렵고, 실제적으로 x86 서버 관련 사업이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어서 미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전략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ARM은 영국 반도체 팹리스 업체로 일본 소프트뱅크가 최대 주주이지만 중국에서는 ARM 차이나 별도 법인이 설립돼 있다.
화웨이는 단순 칩셋을 판매하는게 아니라 파트너사들에게 클라우드 서비스 형태로 상품을 출시한다. 하드웨어와 운영툴 등을 오픈하면 그에 따라 고객들이 자체적인 플랫폼이나 서비스를 화웨이 자원에 통합시키는 형태다.
켄 후 순환회장은 "컴퓨팅 시장 성공을 위해 ARM 아키텍처 기반의 쿤펑을 앞세워 생태계를 조성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며, "베이징과 상하이, 난징, 청도 등에서 다양한 파트너와 함께 할 계획이며, 이 외 지역에서도 함께 한다"고 강조했다.
◆ 5G 장비 보안우려 '증거 없는 소문'…AI 보안 윤리 법 제정 촉구
화웨이는 미국의 사이버보안 우려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켄 후 순환회장은 "화웨이의 사이버보안 관련 의구심이 있지만 아직까지 증거는 하나도 제출되지 않아 증거없는 지적일뿐"이라고 일축했다. 미국 정부가 화웨이 장비에 대한 직접 검증을 촉구하기도 했다.
5G 장비에 대한 사이버보안 공격을 받는 화웨이지만, AI 분야에서는 오히려 글로벌 표준과 법률 제정을 먼저 촉구하기도 했다. AI에 뛰어든 수많은 기업들과 개발자들이 함께 AI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공동책임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션 양 화웨이 글로벌 사이버보안 & 프라이버시 오피스 책임자는 19일 '사이버 시큐리티 서밋'에서 "AI에서 우리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려한다면 각자 맡은 책임과 리스크가 따르게 마련이고, 이 과정에서 사이버 보안은 수호해야 하는 가치"라며, "AI 보안과 개인정보 등을 논하게 된다면 좀 더 명확한 표준과 법률적 기준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화웨이는 'AI 보안과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앞선 생각' 백서를 발간했다. 백서에는 AI 보안과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7가지 거버넌스 목표를 제시했다. ▲시스템 보안과 제어 가능성 ▲투명성과 추적성 ▲개인정보보호 ▲공정성 ▲데이터 관리 ▲역량 ▲배포 목표 보증으로 정의된다.
이를 통해 화웨이는 개인이 복잡한 AI 보안 및 개인정보 위협 및 위험을 처리하기 어렵기 때문에 AI 보안 및 개인정보보호 거버넌스에 대한 소비자 또는 고객과 애플리케이션 개발자, 배포자, 풀스택 솔루션 공급자와 데이터 수집자 등과의 책임 분담 모델을 제안했다.
◆ 'TECH4ALL'…ICT 발전의 어두운 이면 치료 돕는다
"과거 화웨이는 디지털 포용과 관련해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
화웨이는 통렬한 자기반성과 함께 디지털 소외 계층을 위한 전세계적인 캠페인인 '모두를 위한 기술(TECH4ALL)'을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켄 후 화웨이 순환회장이 행사에서 프로그램을 직접 소개했다. 그는 "의료 및 보건, 교육, 개발 및 환경 관련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화웨이와 뜻을 함께 하자"고 호소하고 "이 프로그램을 통해 향후 5년간 5억명의 사람들이 디지털 기술 혜택 누리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포용 실현의 핵심 가치로 ▲테크놀로지 ▲애플리케이션 ▲스킬을 꼽았다. 연결성, AI, 클라우드, 모바일 기기 등 기술혁신을 통해 연결 비용을 지속적으로 절감하고, 디지털 혜택이 미치는 영역이 확장되는 것을 가로막는 장벽을 제거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화웨이는 중국 상하이 세계 엑스포 전시 및 컨벤션 센터 전시홀에 'TECH4ALL' 부스를 마련키도 했다.
이 곳에서는 영유아의 선천성 안구 질환을 알 수 있는 술루션뿐만 아니라 선적 컨테이너를 이동식 디지털 교실로 개조한 교육 솔루션, 열대 우림지역에서의 감시용 태양열 발전 기기 전환 활동도 엿볼 수 있다.
화웨이의 '모두를 위한 기술'은 유네스코, WWF, WEF와 같은 국제기구뿐만 아니라 레인포레스트 커넥션, 다이브와 같은 비정부기구를 비롯해, 각 국의 정부, 기업, 산업의 대표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앤 테레즈 유네스코 동아프리카 지부장은 "ICT와 AI가 유네스코의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달성을 앞당길 것”이라며, "앞서 언급된 교외 지역의 교사, 여성들에게 디지털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디지트럭(DigiTruck)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상하이(중국)=김문기 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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