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허재영 기자]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가 '굴욕'을 당했다. 독립보험대리점(GA)의 영향력이 막강해지면서 보험사들이 이제는 되레 눈치를 보는 상황에 처했다.
손해보험업계 1위사인 삼성화재가 전속설계사 모집 수수료 개편을 추진하자 GA는 불매운동도 불사하겠다며 실력행사를 선포해 결국 이를 무산시켰다. 또한 그간 GA와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 온 메리츠화재도 불매운동 대상에 포함하겠다고 밝히며 메리츠화재를 긴장시킨 바 있다.
보험사들은 '공룡'이 된 GA가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 보험업계를 좌지우지 한다며 불만을 토로하며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GA경영자협의회 대표단은 지난 9일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에 대한 상품판매 중단 여부 결정을 잠정 보류하기로 했다.
삼성화재는 신인 설계사와 다른 손보사나 GA에서 이동한 경력 설계사를 대상으로 수수료를 월납보험료의 최대 1200%까지 지급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신인 전속설계사가 실적형과 고정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는데 실적형은 실적에 비례해 최대 1200%의 수수료를 지급받는다. 계약 익월 선지급 수수료는 725%로 정했다.
고정형은 위촉 후 3개월 동안 최소 200만원에서 최고 300만원의 고정급이 주어지고 이후에는 실적형과 마찬가지로 비례 수당을 받는다.
GA는 이 중에서 실적형 수수료제도에 반발했다. 이는 현재 GA가 소속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수수료 형태와 유사하기에 가격 경쟁력이 사라져 설계사들이 삼성화재 소속으로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GA가 불매운동도 불사하겠다고 나서자 삼성화재는 GA대표단과 비공식 미팅을 가진 뒤 개편안에서 실적형 수수료제도만 미실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판매 중단 조치 철회를 요청하는 등 사실상 백기투항했다.
이는 업계 1위 삼성화재도 한 발 물러설 만큼 GA의 영향력이 강력해졌음을 의미한다. GA는 모든 보험사의 상품을 취급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닌데다 보험사 설계사에 비해 파격적인 수수료를 지급하면서 단기간에 급성장했다. 이로 인해 GA가 자사 상품 판매를 중단할 경우 타격이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편 GA는 오는 10월부터 메리츠화재에 대해서도 불매운동을 실시할 예정이었다. 메리츠화재가 전속설계사들에게 월납보험료의 1000%에 해당하는 높은 수수료를 제공하며 시장을 혼탁하게 만들었다는 것이 이유로 분석된다.
이를 두고 메리츠화재 측은 억울하고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메리츠화재가 삼성화재처럼 수수료 체계 개편에 나선 것도 아닌데다 그간 GA와 상생하며 서로 성장해왔는데 갑작스럽게 불매운동 대상이 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GA가 삼성화재에 대해서만 불매운동에 나서기엔 명분이 부족했기에 메리츠화재도 포함시켰다고 보고 있다.
GA가 삼성화재도 한 발 물러설 정도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상황이 되자 업계에서는 보험사들이 전속 설계사 정예화를 비롯해 CM-TM 등 타 영업채널을 강화하는 등 각자 대응방안 마련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GA의 입김에 계속 좌지우지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삼성화재의 수수료 체계 개편 철회는 GA가 사실상 보험업계에서 '공룡'이 된 것을 보여준 사례다"라며 "이번에는 삼성화재가 한발 물러서는 등 보험사들이 GA의 눈치를 봤지만 향후에는 전속 설계사 정예화나 다른 채널을 강화하는 등 각자 대응 방안 마련에 나설 것이다"라고 말했다.
허재영 기자 hurop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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