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도민선 기자]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변경에 따른 방송통신위원회의 과징금 제재, 그리고 이에 반발해 제기된 1심 행정소송 결과 지난달 22일 페이스북의 승리로 끝났다.
이번 판결에서 이용자들의 불편은 있었지만 '이용 제한'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게 법원의 판단. 그러나 이를 놓고 국내 통신이용환경에 대한 고려 없이 판결이 나왔다는 여당 측 지적이 나왔다.
1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가 작성한 '방통위 - 페이스북 행정소송 판결의 법적 문제점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1심 법원이 제시한 현저성 판단은 국내 통신시장의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법원은 국제기준을 현저성의 주요 판단근거로 내세웠는데 각국의 인프라 환경, 국내 상황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해석원칙 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독단적 판단이라는 것. 즉 이용자 이익 저해의 현저성은 상대적 개념이므로 특정 국제기준이 아니라, 여러 상황을 고려하여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법원이 주목한 것은 네트워크 장비를 공급사 시스코가 정한 비디오 서비스 품질기준인 150~300ms와 유럽전기통신표준협회(ETSI)의 패킷 지연 허용치 300ms 등이다. 이는 페이스북 측이 제출한 증거를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다.
반면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변경 당시 국내 이용자가 겪은 접속 지연시간의 변동은 SK브로드밴드 29ms → 최대 320ms, LG유플러스 43ms → 105ms 등이었다.
2018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통신서비스 품질평가에 따르면 국내 인터넷망 유형별 평균 지연시간은 ▲LTE 40.73ms ▲공공와이파이 16.14ms ▲상용와이파이 20.77ms ▲지하철와이파이 52.43ms 였다. 국내 상황을 고려하면 국제기준과는 달리 이용자들이 현저한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가 이용자들의 이익을 현저히 해치는 방식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피고인 방통위에 있다고 한 것에 대해,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별표4에 '현저히 이익을 해치는 행위-정당한 사유 없이 전기통신서비스의 가입·이용을 제한 또는 중단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별도로 입증해야 하는 것으로 오인했다고 짚었다.
이번 판결에서 법원은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판결문에 "만약 CP에 대해 서비스 품질과 관련한 법적 규제의 폭을 넓혀간다면 CP의 정보제공행위 역시 규제를 받을 수밖에 없어 명확한 규정이 없는 이상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고 적혔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고서는 국회의 입법을 통한 제도개선을 촉구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의 이용자 보호와 합리적인 망이용대가 지불과 관련된 법안은 5개다.
국내에 서버를 설치토록 하고 접속경로 변결 시 과징금을 부여하는 안(변재일 의원,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주요 부가통신사업자의 품질 유지를 위한 기술적 조치를 강제하는 안(김경진 의원, 전기통신사업법), 망이용대가 협상 거부와 품질 저하 행위를 금지하는 안(유민봉 의원, 전기통신사업법), 다른 전기통신사업자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을 경우 방통위가 일시 중지를 명령하는 안(이종걸 의원, 전기통신사업법), 국내 대리인 지정과 자료제출 의무를 부여하는 안(박선숙 의원, 전기통신사업법) 등이다.
단 소송과 제도개선을 별개의 이슈로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국회가 입법적 미비를 논하면 자칫 항소심 법원이 1심 법원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입법 미비 주장에 동조하는 듯한 효과를 줄 수 있다"며, "따라서 국회에서 법 개정 논의시 이번 소송사안과는 별개의 입법정비라는 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밖에도 소송의 당사자가 '페이스북아일랜드리미티드'였던 것이 법인세율이 낮은 아일랜드에 소득을 몰아 조세 회피를 일삼는 글로벌CP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도민선 기자 doming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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