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이현석 기자] 올 하반기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불매운동'과 관련해 대안을 제시할 것으로 관측됐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6시간 가량 진행된 회의 시간 동안 침묵으로 일관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에서는 일본의 경제보복에 따른 한일 관계 악화에 대한 신 회장의 메시지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계속된 관심에 부담을 느낀 신 회장이 이날 침묵을 택한 것으로 관측된다.
16일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진행된 롯데 하반기 사장단 회의에 참석한 황각규 부회장은 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신 회장님은 (오늘 회의에서) 한 마디도 안하셨다"고 전했다.
앞서 오찬을 위해 이동하는 도중에도 황 부회장은 신 회장의 메시지가 있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오늘은 그런 자리가 아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신 회장은 이날 오전 회의장에 들어서기 전에도 기자들의 질문 세례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기자들은 ▲일본 출장 성과 ▲일본과의 가교역할 방안 ▲일본 제품 불매운동 영향 등을 질문했지만, 신 회장은 "예"로 일관한 채 벤츠 차량에서 내려 회의실로 빠르게 입장했다.
신 회장의 이 같은 움직임은 일본 출장 후 자신에게 쏟아진 관심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지난 5일 일본으로 출국해 15일 귀국한 신 회장은 현지에서 정·재계 관계자는 물론 금융계 인사들과 만남을 가지며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현 국내 상황을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신격호 명예회장 때부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집안과 친분을 쌓아왔던 만큼, 이번 일본과의 갈등을 풀 수 있는 '민간 외교관'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란 일각의 기대도 있었다. 특히 이번 출장 기간 중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과 관련해 현지 분위기를 파악하고 한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등 일본 관계자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문제의 실마리를 찾았을 것이란 추측도 나온 바 있다.
하지만 신 회장은 이날 '말하기'보다 '듣기'에 더 집중했다. 재계에서는 이날 회의에서 식품 BU에 속한 계열사들이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컸을 것으로 추측했다.
실제로 롯데는 유니클로, 무인양품, 아사히맥주 등 일본 기업과의 합작사 형태로 국내에서 식품, 패션 사업 등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불매운동의 중심에 서 있다. 특히 중소상인과 자영업자들은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제품 불매운동과 함께 롯데 제품들의 '철수'를 예고했다. 여기에 기존에 있어 왔던 '국적 논란'도 한일관계 경색과 함께 다시 떠오르는 국면이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가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에 직접 연관돼 있지 않은 상태"라면서도 "불매운동 리스트에 오른 유니클로, 무인양품, 아사히 맥주 등 일본 기업과 합작해 선보이는 브랜드가 많아 일본기업 이미지는 더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한편, 신 회장은 이날 식품 BU를 시작으로 오는 20일까지 유통 BU, 화학 BU, 호텔&서비스 BU 순으로 사장단 회의를 주재한다. 이번 사장단 회의는 주요 계열사의 상반기 실적과 하반기 목표를 점검하는 자리로, 롯데 각 계열사 대표와 지주사 임원 등 총 100여 명이 참석한다.
오는 18일 진행되는 유통 BU는 온라인 채널 강화에 대한 성과와 향후 계획이 공유될 것으로 보이며, 호텔·서비스 BU는 호텔롯데 상장을 화두로 회의가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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