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부친 박용곤 고(故) 두산 명예회장의 ㈜두산 지분 50%를 승계받고 최대주주 지위에 올랐다. 반면 사촌형제인 박진원 두산메카텍 부회장, 박석원 두산 부사장 등은 지분을 일제히 매각하면서 박정원 중심의 경영체제가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두산은 수십명의 오너일가가 공동으로 지분을 보유하며 형제경영 전통을 지켜왔다. 하지만 '원'자 돌림의 두산가 4세 중 박정원 회장의 독주가 시작되는 모습이어서 그룹 경영권 승계방식이 장자상속으로 바뀌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정보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박정원 회장은 박용곤 명예회장이 보유한 ㈜두산 지분 절반인 14만4천583주를 상속받으면서 의결권 있는 주식 135만1426주(지분율 7.41%)를 보유, 최대주주 지위에 올랐다.
박정원 회장의 동생인 박지원 두산그룹 부회장은 선친의 ㈜두산 지분 33.3%인 9만6천388주를 상속받고 의결권 있는 주식 90만929주(지분율 4.94%)를 보유해 2위를 기록했다. 박혜원 두산매거진 부회장은 ㈜두산 지분 16.7%인 4만8천194주를 상속받고 44만9천497주(지분율 2.46%)를 보유하게 됐다.
박용곤 명예회장의 이들 세 자녀는 상속세 마련을 위해 블록딜(시간외매매)을 추진했다. 박정원 회장은 자신의 ㈜두산 보유지분 13만170주를 처분단가 9만3천원에 처분하면서 121억원을 확보했다. 박지원 부회장은 8만6천780주, 박혜원 오리콤 부회장 4만3천390주를 매각하며 80억, 40억원씩 각각 확보했다.
특히 업계에서는 박정원 회장의 사촌형제들이 이번 블록딜에 참여한 배경에 관심을 갖는다. 이들 모두 박용곤 명예회장의 조카로 이번 상속과 사실상 거리가 멀다. 굳이 ㈜두산 지분 매각에 함께 참여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박진원 부회장, 박석원 부사장, 박태원 두산건설 부회장, 박형원 두산밥캣 부사장, 박인원 두산중공업 부사장, 박서원 두산 전무, 박재원 두산인프라코어 상무 등은 자신의 ㈜두산 지분 12.3~12.5%씩 매각했다. 이로써 박정원 회장과 박진원 부회장과의 지분차이는 지난해 3%포인트에서 3.15%포인트로 벌어졌다.
◆"사업부문의 분리, 계열분리 가능성 배제 못해"
박정원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가 강화되면서 형제경영에서 장자상속으로 바뀌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그동안 두산그룹은 형제들이 차례로 총수를 맡는 형제경영 체제를 확립했다. 고 박승직 창업주를 시작으로 2세대인 고 박두병 초대회장에 이어 3세대에는 형제들이 차례로 총수를 맡았다.
지난 2016년에는 박정원 회장이 총수에 오르면서 4세 경영시대를 열었다. 압도적인 대주주가 없다보니 순서상 차기 회장은 3남 가문인 박용성 회장의 장남 박진원 부회장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왔다. 하지만 박진원 부회장이 스스로 지분을 낮추면서 이같은 관측에 다소 힘이 꺾일 예정이다.
더욱이 박정원 회장이 그룹을 총괄하고 그룹 내 중간지주사인 두산중공업은 박정원 회장의 친동생인 박지원 회장이 맡고 있다. 반면 박용성 회장 계열은 현재 주력 계열사를 맡고 있지 않다. 박진원 부회장이 이끄는 두산메카텍은 화학기계 제작 및 설치 회사로 매출 2천억원에 불과하다.
이 밖에도 ㈜두산이 최근 물적분할이 아닌 인적분할을 통해 소재사업부문을 분사시켜 두산솔루스로, 연료전지사업부문을 두산퓨얼셀로 새롭게 출범시켰다. 인적분할로 인해 두산그룹은 당초 중공업, 건설, 기계 등 3개 부문에서 전자와 화학부문이 추가됐다. 지분율 조정으로 계열분리도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두산은 압도적인 대주주를 두지 않고 형제경영을 통해 체제를 구축했지만, 4세에 이르러 형제경영은 어려워졌다"며 "박정원 회장과 박지원 부회장의 경영체계가 강화되고 있고 사업부문이 추가로 분할된 만큼 계열분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웅 기자 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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