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한수연 기자]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진통 끝에 '자본시장범죄수사단'이란 이름을 달고 출범키로 했지만 이 과정에서 금융위원회가 문제제기를 하는 등 두 기관 간 갈등은 가열되는 양상이다. 예산은 물론이고 직무범위 등 세부규정 곳곳에서 이견이 일자 실제 특사경 가동까진 갈 길이 멀었단 전망까지 나온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이 같은 갈등은 사실 낯선 그림이 아니다. 두 기관은 지난 1998년 출범한 금융감독위원회의 후신으로 금융위원회는 2008년 기획재정부의 금융정책을 가져오면서 명칭에서 '감독'을 뗐고 금감원도 이 때 분리돼 독립된 집행기구로 자리했다.
그러나 300여명의 관(官) 조직이 2천200명에 달하는 반민반관(半民半官)의 예산을 쥐락펴락 하는 구조에서 두 기관의 갈등은 지난 10년간 끊임없이 표출돼왔다. 윤석헌 원장 취임 이후 금감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 인터넷은행, 키코 재조사 등 굵직한 자본시장 이슈에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선 두 기관의 갈등 구도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가 돼 버렸다.
이번 특사경 건도 예외는 아니다. 금감원이 특사경 집무규칙을 제정 예고하자 금융위는 "전혀 협의된 사안이 아니다"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현재 예산권이 없는 금감원은 특사경 출범을 위한 예산 6억7천만원을 추가경정예산에 배정해달라고 금융위에 요청한 상태다. 금융위가 이를 거부할 경우 금감원은 예비비 내에서 특사경 운영비용을 충당해야 한다.
두 기관의 불협화음으로 피해를 보는 건 당장 시장 참여자들이다. 정책과 감독 기능을 분리하는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어렵다면 해외 기관들처럼 감독기관의 예산 운영에 자율성을 일부 보장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1년 전 금감원 분리 때 예산권을 가져오지 못한 게 끝끝내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금감원 직원의 뼈 있는 농담을 이젠 단순히 두 기관의 밥그릇 싸움으로만 볼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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