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제3인터넷銀 발 빼는 금융·ICT, 흥행 '묘수'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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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는 혁신, 내부는 보수…기존 금융권 키우는 게 빠르다"

[아이뉴스24 허인혜 기자] 제3인터넷은행이 내달 예비인가 신청을 앞두고 여전히 인기반등을 노리지 못하고 있다. 새 인터넷은행의 쟁점인 ICT기업들이 대거 발을 뺀 데다 진출 가능성이 점쳐진 기업들도 '단순 검토'라는 해명으로 발을 뺀 상황이다.

금융권에서는 인터넷은행이 이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양자구도로 굳어진 데다 인터넷은행만의 특별한 먹거리도 없어 앞으로의 흥행도 불투명하다고 전망한다.

◆제3인터넷銀, 김빠진 경쟁에 신중론 부상…"실무검토" 선긋기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제3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이 내달 말로 확정됐지만 앞날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새 인터넷은행 신청은 내달 26일과 27일 양일간 치러진다. 1천점 만점, 혁신성(350점), 안정성(200점), 포용성(150점) 순으로 배점이 높다.

지난달 23일 열린 인터넷은행 신규인가 설명회에는 21개 금융사와 13개 핀테크 기업, 7개 일반기업과 3개 비금융지주, 법무법인 대리 3곳 등 모두 55개사가 참석해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설명회에 참석한 기업들이 ‘단순 참석’이라는 해명을 들고 나오면서 찬물세례를 맞았다.

김병칠 금융감독원 은행총괄팀장이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열린 제3인터넷 전문은행 인가 심사 설명회에서 배점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사진=허인혜 기자]
김병칠 금융감독원 은행총괄팀장이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열린 제3인터넷 전문은행 인가 심사 설명회에서 배점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사진=허인혜 기자]

제3인터넷은행의 핵심인 ICT기업 참여 자체가 저조했다. 제3인터넷은행의 ‘대어’로 지목됐던 네이버는 일찌감치 발을 뺐다. 인터파크와 다우가 모습을 보였지만 동향점검이라는 해명을 내놨다.

기존 금융권의 반응도 뜨뜻미지근하다. 농협금융지주와 신한지주, 하나금융그룹, KB금융지주와 키움증권·교보생명·SBI홀딩스·롯데카드, 비씨카드 등 설명회 참여 금융사도 소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진출이 유력하다고 꼽힌 금융사들은 실무차원의 검토나 단순 참석 수준이라고 부연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제3인터넷은행 후보로 언급된 금융사들이 직접적으로 진출 여부를 언급한 적은 없고, 투자업계나 금융권 동정으로 소문이 불거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먹을 게 없는' 제3인터넷은행 밥상…"은행 요리하는 게 빠르다"

제3인터넷은행이 인기몰이를 하지 못한 첫 번째 이유는 점유율 경쟁이다. 케이뱅크는 선발주자이자 금융권의 메기로, 카카오뱅크는 후발주자이자 경쟁상대로 주목을 받았다. 케이뱅크는 KT, 카카오뱅크는 다음카카오라는 든든한 뒷배도 갖췄다. 케이뱅크는 고금리 적금과 저금리 대출, 카카오뱅크는 친근한 은행으로 각사의 브랜딩도 일정 궤도에 올랐다. 양사의 고객은 지난해 기준 880만명을 넘겼다.

박상진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컨퍼런스콜에서 "국내 인터넷은행에는 기존 시중은행이나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선점하고 있기 때문에 차별화가 힘들어 뛰어들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시중은행 등 기존 금융권 규제 해제조짐도 인터넷은행 흥행에는 악수다. 금융 규제샌드박스가 시행되면 시중은행도 인터넷은행 못지않은 디지털 금융서비스를 갖출 발판이 된다. 국민, 신한, 우리, NH농협 등은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하고 빅데이터 활용과 비대면 영업 규제 완화 등 디지털과 비대면 업무 활성화를 바랐다.

금융사가 핀테크 기업을 사들일 수 있도록 법령을 개정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현재 은행 등 금융사는 비금융사로 분류된 핀테크 기업을 갖지 못한다. 본래의 취지는 금융사와 비금융사의 자본유착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핀테크 업체가 금융관련업이면서도 금융업으로 인정받지 못하면서 금융사와 핀테크가 함께 성장하기 어렵다는 지적에 따랐다.

핀테크의 문호가 열리면 은행과 핀테크의 결합이 관전 포인트다. 은행이 디지털 근육을 키우면 인터넷은행과 비견할만한 비대면 서비스도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인터넷은행이 규제를 낮추더라도 궁극적으로는 은행법 아래 있다는 점도 패인이다. ICT기업과 보수적인 금융권의 업무환경이 다른 데도 규제는 은행에 맞춰져 KT와 카카오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장에서도 인터넷은행의 혁신성보다는 기초자본금 250억원의 출자 경로, 100% 클라우드 기반의 인터넷은행 운영 가능여부 등 규제와 관련한 질문이 잦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제3인터넷은행은 단순히 금융사의 한 부분을 성장시키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새로운 대형 금융사를 세우는 일로 수익성이 담보돼야 한다"며 "현재로서는 기존 금융권에 디지털 혁신을 접목해 키우는 편이 낫다는 판단이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허인혜 기자 freesi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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