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전종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교황청과 북한의 교류가 더욱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각) 교황청 기관지(L’Osservatore Romano·로세르바토레 로마노) '교황 성하의 축복으로 평화의 길을 열었습니다'라는 제목의 특별 기고문에서 지난 달 방북 당시 한국 가톨릭을 대표해 김희중 대주교가 동행한 것과 관련 "남·북한 가톨릭 간의 교류를 위해서다. 교황청에서도 각별한 관심과 지원을 기울여 주시기를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교황청 기관지는 전 세계 13억여명의 가톨릭 신자가 구독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먼저 그간 교황청이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일관되게 지지해준 데 대한 사의를 표했다.
문 대통령은 "한·교황청 수교 55주년을 맞아 교황청을 방문하게 된 것을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며 "그동안 교황청이 한반도의 평화를 강력하게 지지해주신 것에 대해 대한민국 국민을 대신해 깊이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어 "예수의 삶에서 민주주의는 시작됐다"며 "한국은 가톨릭 국가가 아니지만 성경을 통해 민주주의를 익히고 불의와 맞서는 용기를 얻었다. 군사독재시절 한국의 성당은 민주주의의 성지였고, 피난처였다"고 했다.
또 "한국 가톨릭은 불의한 국가폭력에 맞섰지만, 끝까지 평화를 옹호했다. 민주주의는 궁극적으로 인간의 존엄을 회복하는 길이며, 그 길은 평화적이어야 한다는 점을 끊임없이 일깨워줬다"며 "2017년 추운 겨울의 그 아름답고 평화로웠던 촛불혁명의 정신에 그(가톨릭의) 가르침이 있었다"고 돌이켰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체제의 비전을 전파하면서도 그간 우리 정부의 노력에 대한 설명도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올해 한반도 평화를 위한 우리 국민의 여정에서 교황 성하의 기도와 축복은 큰 격려와 희망이 됐다"며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의 새 시대를 열기 위한 전인미답의 길을 걸어가는 동안 화해와 평화를 위한 '만남의 외교'를 강조하신 교황 성하의 메시지를 항상 기억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평양 선언'과 관련해 "남·북한은 군사적 대결을 끝내기로 결정했다. 미국과 북한도 70년의 적대를 끝내고 마주 앉았다"며 "북한은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을 더 이상 하지 않게 되었고 한미 양국도 대규모 연합훈련을 중단했다. 만남과 대화가 이룬 결과"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예수님은 증오를 없애고 화해를 낳기 위해 희생하셨고 그리고 평화로 부활하셨다"며 "그동안 남북이 만나고, 북미가 대화하기까지 많은 희생이 있었다. 이제 우리는 분단과 대결을 평화를 통해 번영으로 부활시킬 것"이라고 다짐했다.
아울러 '포용'의 가치를 거론하며, 가톨릭의 가르침과 정부의 국정 철학 간 공통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포용 정신은 문재인 정부 2기 국정 기조이자 사람 중심의 사회정책을 대표하는 가치다.
문 대통령은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공동선과 진보와 발전을 단순히 경제적 개념으로서가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사람을 중심으로 이해해야 한다'라는 말씀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며 가톨릭에 대해 "포용을 추구하는 한반도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나와 우리 국민은 '모든 갈등에 있어 대화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교황 성하의 말씀을 마음에 깊이 새긴다"며 "민주주의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포용국가를 향해 굳건히 나아갈 것이다. 그 길에 교황 성하의 축복과 교황청의 기도가 언제나 함께하기를 바란다"고 기원했다.
전종호기자 jjh1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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