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문영수 기자] 이재홍 신임 게임물관리위원장이 비판의 목소리를 내면서 그동안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던 확률형 아이템 이슈가 재부상할 조짐이다.
최근 서구권 일부 국가에서 확률형 아이템을 도박으로 분류, 규제를 시도한 사례가 나온 가운데 국내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다.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머니 또는 게임 포인트를 대가로 다양한 아이템을 확률에 따라 무작위로 제공하는 상품을 뜻한다. 국내 서비스 중인 대다수 게임에서 주요 수익을 창출하고 있지만 한편으론 과도한 과금 유도 및 사행성 조장, 불확실성에 따른 게임사와 게이머 간의 불신, 확률 조작 우려 등 여러 논란이 이어졌다.
이재홍 게임위원장은 지난 7일 취임 이후 가진 첫 미디어간담회에서 "국내 게임사들이 과금 모델을 확률에 의존하고 있는데 너무 과도하다고 본다"며 쓴소리를 냈다.
이어 "게임업계가 2015년부터 자율규제를 하고 있고 위원회도 이를 지켜보고 있지만 과하다면 상당히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특히 이용자 보호를 위해 위원회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엄격히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이 위원장은 또 "게임 이용자들은 확률을 속이는 것에 가장 분노하고 있다"며 "제대로 된 확률을 제시하지 않고 이용자의 호주머니만 열게 하는 건 과도한 과금 유도로 소비자들이 멀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확률형 아이템이 자율규제를 통해 진정성있게 다가가지 못한다면 이용자에게 큰 손실을 미칠 수 있고 나아가 게임 생태계에까지 위협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더욱이 이재홍 신임 위원장은 비 게임 분야 출신의 지난 위원장들과 달리 서강대 게임교육원 디지털스토리텔링학과 교수, 게임물등급위원회 등급재분류자문위원, 제7대, 제8대 한국게임학회 회장을 역임한 게임 전문가라는 점도 변수다.
게임업계 속사정에 밝은 그가 확률형 아이템에 비판적인 입장을 나타낸 만큼 무게감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평가다.
◆게임위 연구 착수, 국내외 규제 움직임도 '변수'
이날 게임위는 확률형 아이템 관련 청소년 보호 방안 연구를 하반기부터 착수한다는 계획도 함께 밝혔다. 확률형 아이템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부작용 및 보호 대책을 고민한다는 취지로, 공공기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대안을 찾겠다는 게 주된 목적이다.
게임위는 해당 연구가 산업계 발목을 잡는 기준 마련 차원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연구 결과에 따라 추가 규제가 마련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특히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확률형 아이템을 규제하는 움직임이 확대되는 만큼 게임위 연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지난해 11월 벨기에는 확률형 아이템 판매를 도박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관련 대응에 나설 계획임을 밝혔다. 영국에서도 확률형 아이템의 도박성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상태. 해당 국가에 진출한 업체들은 자사 게임에 유료 확률형 아이템을 배제하는 등 조치에 나선 상황이다.
국내 정치권에서도 확률형 아이템 규제에 관한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기도 했다. 다만 게임업계가 2015년부터 자율규제를 시행하면서 규제화 움직임은 잠시 수그러든 상태.
한국게임산업협회가 주도한 자율규제는 확률형 아이템의 주요 구성품별 습득률(%) 등 정보를 표기하는 게 핵심으로 지난 7월부터는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물까지 적용키로 하는 등 이를 보다 강화한 바 있다.
그러나 확률형 아이템에만 매몰된 게임사들의 수익 모델과 극도로 낮은 아이템 획득 확률 등은 여전한 논란이다. 이용자들의 원성 역시 높아지고 있다. 이 위원장이 직접 나서 쓴소리를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위원장은 "(확률형 아이템에 따른 부작용이) 심화되면 업계 스스로가 늪에 빠질 수 있다"며 "건강한 게임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 위원회는 관심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게임위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구로 국내 유통되는 게임물의 사후 관리 및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 게임물의 사전 심의를 맡고 있다.
문영수기자 m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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