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문영수 기자]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유나의 옷장'에 대해 재분류를 결정하면서 게임에 암호화폐를 도입하려는 업체들의 움직임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게임업계는 일단 추이를 관망하며 대응책을 찾는다는 계획이다.
8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게임위는 지난 7일 열린 등급분류 회의에 모바일 게임 유나의 옷장건을 상정하고 해당 게임에 대해 직권 재등급 분류 대상으로 선정했다.
유나의 옷장은 자체 등급 분류에 따라 전체 이용가로 서비스되고 있는 게임이지만 암호화폐인 '픽시코인'을 추가하면서 청소년 이용불가 또는 등급 거부 사유가 있다고 게임위가 판단한 것이다.
이는 지난달 11일 플레로게임즈가 유나의 옷장에 암호화폐를 도입한 지 28일만에 내려진 결정. 그동안 게임위는 등급분류 회의에 유나의 옷장 안건 상정을 거듭 보류하며 숙고했으나 결국 사행화가 우려된다는 쪽으로 기울어졌다.
게임위가 공개한 등급 재분류 대상 기준 중에는 '기타 사행성을 유발하거나, 이용자의 과몰입을 유발할 수 있는 게임의 진행 방식이 수정된 경우'가 포함돼 있다.
이에따라 게임위는 유나의 옷장 서비스사인 플레로게임즈 측의 소명을 들은 뒤 추가 분류 회의를 거쳐 유나의 옷장에 대한 최종 등급을 결정하게 된다.
현금으로 게임 아이템을 사고파는 아이템 거래 사이트가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 성인만을 대상으로 운영되듯 유나의 옷장 역시 '청불' 등급으로 재조정될 여지가 높다. 최악의 경우 등급 거부 판정이 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게임업계 일단 관망 … "국외 먼저 대응" 목소리도
게임위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암호화폐를 도입한 유나의 옷장이 사실상 사행성이 있다고 판단하면서 암호화폐를 게임에 접목하려 했던 업체들도 당황하는 모습이다.
암호화폐 개발을 위한 자금유치용 암호화폐공개(ICO)가 국내에서는 사실상 불법으로 허용되지 않는 가운데, 암호화폐 기반 게임물마저 국내 서비스에 차질이 빚어지는 수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유나의 옷장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게임 내 재화로 암호화폐를 추가한 사례로 이 게임에 대한 게임위의 판단이 향후 암호화폐를 접목한 게임물에 대한 사실상의 가이드라인이 될 것으로 여겨졌다. 이 게임의 서비스 가능 여부에 따라 국내 암호화폐 기반 게임 시장이 열릴지 여부 자체가 판가름 난다는 의미다.
앞서 암호화폐를 기반으로 한 게임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게임사들은 일제히 유나의 옷장 결과를 예의주시하며 대응책을 마련한다는 공통된 견해를 밝혔다. 게임위의 결정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반응도 나왔다.
암호화폐 게임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는 한 업체 관계자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여러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할 것 같다"며 "국내 제도가 암호화폐 게임물을 허용해주길 하는 바람이 있으나 그렇지 않다면 제도권 내에서 사업을 추진할 방법을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측은 "국내에서는 (다소 부정적인) 분위기가 있다는 걸 알았기에 국외에 먼저 선보이는 타이틀 위주로 준비를 했다"면서도 "인터넷 스트리밍 방송에서도 돈을 버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는데 암호화폐 게임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게 나쁜 것인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탓에 게임위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는 이미 활성화된 암호화폐 게임이 국내에서는 출발선상에도 오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바다이야기'라는 과거의 트라우마에 사로잡혀 미래 콘텐츠를 막으려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게임에 암호화폐 등 블록체인 기술 도입을 장려하고 촉진해야 할 판에 오히려 거꾸로 가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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