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현대중공업이 오는 7월 말부터 진행될 해양플랜트 일감 고갈 사태에 대비해 해양사업부 인력을 재배치한다.
3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사측은 해양사업부 사무기술직 800명을 대상으로 타 사업부 및 계열사로의 이동을 결정했다. 사측은 지난 28일 해양사업부 인력조절과 관련 설명회를 갖고 노동자의 동의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기술직 노동자들은 중공업 내 조선사업부, 특수선사업부, 플랜트사업부, 엔진사업부, 경영사업부와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등을 놓고 1·2 지망을 신청할 수 있다. 이동을 희망하지 않을 경우 해양사업부에 잔류 신청을 할 수 있다.
현재 해양사업본부는 지난 2014년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수주한 '마지막 일감' 나스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오는 7월 말 UAE 국영석유회사 아드녹의 자회사인 아드마옵코에 나스르 원유생산설비 인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
문제는 나스르 프로젝트 이후 일감이 없다는 것이다. 값싼 인건비를 통해 원가절감에 나선 중국과 싱가포르의 추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지난달 현대중공업과 좋은 관계를 맺어온 글로벌 석유사 BP의 토르투 프로젝트마저 중국 조선사로 넘어가면서 큰 충격에 빠지기도 했다.
현대중공업은 현재도 2~3건의 수주전에 참여하고 있지만 9월 이후에나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수주에 성공하더라도 최소 설계에 1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현장 작업은 일러도 내년 말께나 가능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측은 고통 분담을 요구하고 나섰다. 강환구 대표이사와 김숙현 해양사업대표는 최근 '해양사업본부 임직원 여러분께'라는 제목의 담화문을 내고 "오는 7월 말을 목표로 막바지 작업이 한창인 나스르 프로젝트가 끝나면 해양 야드(작업장)에 일감이 바닥난다"고 밝혔다.
강 대표는 "조만간 새로운 공사의 수주에 성공하더라도 착공하기까지 상당 기간의 일감 공백은 피할 수 없다"면서 "이 기간은 무척 힘든 시간이 될 수밖에 없으며, 우리가 모두 함께 힘과 의지를 모아 허리띠를 졸라매고 견뎌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인력 재배치에도 인력 구조조정은 계속될 전망이다. 현재 해양플랜트 유휴인력은 2천600명에 달하는데 이번 인력 재배치 대상은 800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노조 측은 생산기술직 1천800명에 대해서도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반면 사측도 힘에 부치는 모양새다. 해양플랜트뿐 아니라 상선 등 타 부서도 일감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 11개 도크 중 4·5도크와 군산도크는 가동중단됐고 지난해부터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노사가 해양사업부 생산기술직 1천800명에 대한 구조조정 방안을 놓고 대립할 가능성이 커졌다.
현대중공업 한 관계자는 "타 사업부와 계열사에서 해양부문 인원요청이 있다 보니 해양사업부 일감고갈 사태에 대비해 사무기술직에 대한 인력 재배치 과정이 진행되는 것"이라며 "일감고갈 사태에 대비해 현재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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