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성지은 기자] 페이스북을 통해 수집된 개인정보가 지난 2016년 미국 대선에 악용됐다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데이터 구루'로 통하는 더그 커팅이 데이터 윤리를 역설해 눈길을 끈다.
데이터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지만 데이터 수집을 통한 사생활 침해 등 부작용도 대응, 윤리적 데이터 활용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더그 커팅 클라우데라 수석아키텍트는 9일 방한,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빅데이터 기술이 발전해 온 지난 10여년을 돌아보며 "데이터는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만들고 기회를 제공하는 반면 악용될 가능성도 높다"며 "데이터 윤리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하둡의 아버지'로 불리는 더그 커팅은 데이터 업계 구루로 통한다. 대용량의 비정형 데이터를 저장하고 분석할 수 있는 오픈소스 기술인 하둡을 고안했다.
하둡은 기존의 데이터 저장·처리·분석 방식을 완전히 바꿨다. 빅데이터 분석을 위한 표준 플랫폼으로 자리 잡으며 빅데이터 시대를 연 것으로 평가받는다.
빅데이터 시대를 이끈 데이터 구루가 데이터 윤리를 강조하는 이유는 기술만으로 빅데이터 시대의 부작용을 막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더그 커팅은 "익명처리 등 데이터 암호화 기술이 있지만 이런 기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데이터가 악용되지 않도록 윤리적인 데이터 활용 방식을 고민하고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조직에서 데이터가 관리되는 방식에 신뢰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데이터 악용 막기 위해 투명성 강화 등 조치해야"
그는 데이터가 악용되지 않도록 하는 4대 핵심 원칙으로 ▲투명성 강화 ▲모범 사례 수립 ▲데이터 수집·활용 시 경계 설정 ▲자율 규제를 꼽았다.
더그 커팅은 "먼저 기업에서 데이터를 수집할 때 수집 목적이 무엇인지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투명하게 사용자에게 공개해야 한다"며 "개인정보 등 특정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하는 좋은 선례를 만들어 공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데이터 수집과 활용에서) 허용 가능한 데이터와 그렇지 않은 데이터를 구분하고 경계를 설정해 부작용 발생 가능성을 낮춰야 한다"며 "개인정보를 수집한 뒤 다른 기업에 재배포하지 않는지 등을 스스로 감독하고 규제하는 노력 또한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데이터 활용의 부작용을 막고 사회적 신뢰를 높이기 위해 지속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핵 사찰 과정에 빗대 자율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핵 무기 보유 국가가 핵 무기를 포기한다고 발표했을 때 상대 국가에서 이를 믿을 수 있는 방법을 사찰단을 파견하고 지속해서 검증하는 방법뿐"이라며 "이와 마찬가지로 데이터 또한 악용되고 있지 않은지 지속적으로 검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페이스북이 영국 데이터 전문기업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를 통해 수천만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데이터 수집과 활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는 지난 2015년 케임브리지 대학 알렉산드르 코간 교수가 개발한 성격 퀴즈앱에서 수집된 페이스북 이용자 정보를 도널드 트럼프 캠프에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된 피해자는 수천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페이스북 사태와 관련 더그 커팅은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는 어렵다"며 말을 아끼면서도 "데이터에 대해서는 신중한 정책이 필요하고 특히 사용자의 데이터를 보호하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는 25일 발효되는 유럽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에 대해서는 "개인정보 등 사용자 데이터를 보호하고 관리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주요한 실험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성지은기자 buildcastl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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