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모든 사물에 정보통신(ICT) 기술이 더해진다면, 결국 가장 중요한 화두는 보안일 수 밖에 없다. 특히 전 산업군의 ICT 융합이 될 5세대통신(5G) 기반의 4차산업혁명 시대는 더욱 그렇다. 여러 단위에서 철저한 보안책 마련은 당연한 수순이고 필수다.
만약 자율주행차를 타고 있다면, 보안과 관련된 여러 사고에 직면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 자체를 해킹할 수도 있고, 자율주행차를 관제하는 서버를 공격할 수도 있다. 또는 자율주행차와 서버를 연결하는 네트워크 자체를 노릴 수도 있다. 보안은 어느 한 곳이 아니라 통합적으로 적용돼야 한다.
이 같은 5G 네트워크 인프라 측면에서 주요 보안책이 양자암호통신이다. 복제가 불가능한 양자의 특성을 이용한 기술이다. 제3자가 중간에서 통신 정보를 가로채려 할 경우 송수신자가 이를 알 수 있어 원칙적으로 해킹이 불가능하다. 수년내 개발될 양자컴퓨터에도 대응할 수 있는 암호체계로도 꼽힌다. 업계서는 이를 "양자를 양자로 막는다"고 표현한다.
현재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곳은 공교롭게 또 중국이다. 중국은 지난 2016년 세계 최초로 양자암호통신 위성을 발사했다. 중국 베이징에서 상하이까지 2천Km에 달하는 양자 네트워크를 구성하기도 했다. 지난 1월에는 중국과 오스트리아를 잇는 대륙간 무선 양자암호통신에도 성공했다.
물론 우리도 양자암호통신 시장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 SK텔레콤은 약 700억원을 들여 중국을 제외한 세계 양자암호통신 1위 업체인 IDQ를 인수했다. KT는 지난해 한국과학기술원(KIST)과 협력해 양자통신응용연구센터를 열었다. 최근 실제 상용망에 적용한 시연에도 성공했다.
문제는 국내 양자암호통신 기술은 여전히 개발 초기 단계로 국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점이다. SK텔레콤과 KIST는 국책사업의 일환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아 왔지만 그마저도 중단될 판이다. 안타깝게도 이후 정부 지원은 예산 마련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과기정통부나 사업자, 유관기관들의 양자암호통신에 대한 개발 등 의지는 확고하다. 그런데도 현실은 녹록치 않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양자정보통신 중장기 기술개발 사업을 기획재정부에 제출했지만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한 탓이다. 기재부는 예산투입대비 경제적 효과를 들여다봐야 한다. 양자암호통신의 경우 과학기술 측면에서 중요도가 높지만 관련 생태계가 미미하고, 향후 사업성 등 효과 역시 불확실하다. 또한 예타를 기다리는 수많은 사업들 중 양자암호통신만 특별 관리할 수는 없다.
또 올해 R&D 예타권은 과기정통부로 넘어와 한번 더 기회가 주어지기는 했으나 이마저도 시간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과기정통부 자체 예산을 편성할 수 있지만 예산 규모가 적다는 게 한계다.
국회 차원의 지원도 요원하다. 이은권(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해 1월 '양자정보통신기술 개발 및 산업화 촉진에 관한 법률제정안'을 발의했지만 여전히 계류 중이다. 과방위는 최근 법안소위 구성으로 진통을 겪으면서 현안 처리가 뒤로 밀리고 있다.
결론적으로 현재 틀 속에서는 양자암호통신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도 어려워 중요성을 알고 있는 실무진들만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내년 3월 5G 세계 최초 상용화에 도전한다. 제대로된 서비스가 되려면, 이를 기반으로 4차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려면 네트워크 자체 보안 역량도 함께 키워야 한다. 지금처럼 앞뒤로 막힌 현재 상황에서 누군가는 물꼬를 터줘야 한다. 보안 문제가 터진 뒤 지원은 너무 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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