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기자] 미국 정부가 망중립성 원칙을 결국 폐기했다.
망중립성은 망 사업자(통신사)가 이를 이용하는 콘텐츠나 서비스를 차별하면 안된다는 원칙이다. 오바마 정부는 이를 준수했으나 트럼프 정부 들어 달라졌다. 급증하는 트래픽을 감당하려면 콘텐츠 사업자가 네트워크비를 보조해야 한다는 이유에서 망중립성 원칙 폐기를 추진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표결을 통해 망중립성 폐기를 결정했다.
이날 표결에서 5명의 FCC 위원 중 공화당 추천 인사 3명이 찬성하면서 3대2로 폐기안이 통과됐다.
아짓 파이 FCC 위원장은 "통신업체들은 그간 인터넷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지역을 포함해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더 많은 동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FCC는 오바마 정부 때인 지난 2015년 망중립성 원칙을 공식화했다. FCC는 당시 통신법 706조의 타이틀1(정보서비스 사업자)로 분류돼 있던 유무선 ISP(인터넷서비스 제공 사업자)를 타이틀2(기간통신사업자)로 재분류하는 원칙을 정했다.
트럼프 정부는 다시 이를 타이틀1로 복원시켰다. 통신을 공공 서비스로 규정하지 않겠다는 셈이다.
망중립성 등 의무에 대한 부담을 덜어준 것.
트럼프 정부는 망중립성 폐지를 통해 사업자간 경쟁으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이용자들의 선택권이 다양해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반면 이를 반대하는 포털 등 인터넷 업계에서는 이통사가 이해 관계에 따라 트래픽을 고의적으로 차단할 수 있고, 중소 인터넷기업은 망 비용 부담으로 고사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페이스북, 구글 등 미국 주요 인터넷기업은 성명을 통해 법적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인터넷 협회(IA)는 "망중립성 폐기는 10년간 이어온 초당적인 합의를 깬 결정"이라며 "우리는 계속 싸울 것이며 법적 소송도 고려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국내 정책은 그대로지만 ICT업계 '들썩'
미국에서 망중립성 원칙이 깨지자 국내 ICT 업계도 들썩이고 있다. 정부가 아직 망중립성 정책에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통신사와 포털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도 2011년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졌고 이는 2013년, 2015년 일부 수정을 거쳐 '망중립성 및 인터넷트래픽 관리에 관한 가이드라인'이란 이름으로 지금까지 기준점이 됐다.
통신사는 통신비가 인하되려면 국내에서도 트래픽에 따른 이용대가 부과 등 망중립성이 완화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포털 업체들은 비용 부담 등으로 국내 인터넷 사업이 고사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통신비 인하 압박이 거세지는데다 5G 투자도 들어가야하는데 이 부담을 콘텐츠 업체와 나눠가질 필요도 있다"며 "이용자에게 더 나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게 아니라 더 좋은 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해 망중립성 완화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포털 업계 관계자는 "망중립성을 완화하거나 폐지한다면 국내 인터넷 산업 지형은 이 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네이버, 카카오에 유리할 수 밖에 없는 구조로 갈 것"이라며 "규모가 작은 콘텐츠 업체들은 고사하거나, 몇개만 살아남는 형태로는 국내 인터넷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현재 정책을 수정할 계획은 없지만 미국 시장을 예의주시한다는 방침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미국 망중립성 폐지가 글로벌 트렌드는 아니고, 미국 새 정부가 통신시장에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당장 한국에 영향은 없지만 미국 시장에 미치는 여파가 어떨지 지켜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민혜정기자 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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