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다운기자] "한국은 그동안 패스트팔로워로서는 뛰어났지만 시장을 선도하는 모습은 약했습니다. 가상화폐(암호화폐) 시장에서도 그렇게 될까 봐 걱정입니다."
최근 비트코인이 8천달러를 넘어서는 등 가격이 폭등하는 가운데, 국회에서 가상화폐 정책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한국금융ICT융합학회와 공동으로 '가상화폐와 정책과제'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학계, 정부, 기업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인 토론회로는 국회 최초다.
추 의원은 "가상화폐 시장을 더 이상 그대로 두기 힘들고 집중 점검해 앞으로의 정책 과제를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진흥·육성의 측면과 거래의 안전성, 투기 규제 측면 양쪽에서 균형 있게 점검함으로써 필요하다면 관련 법의 정비에 함께 나서겠다"고 말했다.
전문가가 제안한 입법과제 등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도록 법안 발의 등 국회 차원에서 지원에 앞장서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토론회에는 자유한국당의 김광림, 신상진, 홍문종, 유기존, 김성태, 김종석, 백승주, 엄용수, 김성찬, 최교일, 장석춘, 김순례, 신보라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의 최운열 의원이 참석해 관심을 표시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여전히 가상화폐 법제화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표시했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현 시점에서 가상통화를 성급하게 제도화하기보다는 소비자보호, 자금세탁 차단, 과도한 투기 방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지난 16일 정책 심포지엄에서 "가상화폐 입법화에 대해 국회와 같이 논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가상화폐와는 별개로 블록체인 기술의 활성화에 대해서는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부위원장은 "블록체인 기술의 건전한 발전을 어떻게 조화롭게 이뤄나갈지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며 "정부는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으로 활용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고객인증, 공문서기록, 무역거래 등 다양한 분야에서 블록체인 실험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선도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소비자 보호 문제가 없다면 관련 파일럿 프로젝트, 테스트베드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설명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주홍민 금융위 전자금융과장도 "가상화폐는 투기적 거래, 불법거래 악용 등 부작용이 커 인가제 등 금융업으로 포섭해 공신력을 부여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ICO 금지, 투자자 보호 안 돼"
하지만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가상화폐를 통한 자금조달(ICO) 등에 대해 금융당국이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ICO는 최근 스타트업 등 벤처기업들의 새로운 자금조달 창구로 떠올랐다.
지난 5월 국내 최초로 가상화폐 '보스코인'의 ICO를 진행한 박창기 블록체인OS 회장은 "과거 전 세계적으로 매달 3천억달러 수준으로 벤처 투자가 이뤄지고 있었는데 올 6~7월부터는 두 배가 되는 6~7천억달러의 자금이 ICO 통해 벤처업계로 몰렸다"며 "벤처 투자에 완전히 새로운 방법이 나타났다는 것을 뜻한다"고 풀이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9월 ICO를 전면 금지할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ICO 금지가 실질적인 투자자 보호 수단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서 ICO를 금지하더라도 해외의 ICO에 투자자들이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형중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관련 산업의 육성과 자본이탈 방지를 위해 ICO 금지 조치를 재고해야 한다"며 "대신 금융당국 등이 신뢰할 수 있는 ICO 정보를 제공하고 전문 투자기관을 육성하는 등의 방식으로 투자자보호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가상화폐는 거래 비용이 적고, 헷지 비용이 필요 없기 때문에 미래에는 화폐로 기능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영세 계명대학교 특임교수는 "가상화폐는 속성 상 글로벌 화폐이며 민간 주도에 의한 P2P(개인 간) 방식의 발행과 유통을 함으로써 시장에서 수용성이 높다"며 "무역과 실물생산에도 촉진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만약 가상화폐가 기존의 많은 결제수단을 대체하게 될 경우 물가는 국가 간 연동하는 경향을 보이고, 가계는 현금 대신 디지털 화폐를 사용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흐름에서 중앙은행이 손을 놓고 있으면 민간 가상화폐 비중이 높아지면서 중앙은행이 쓸 수 있는 통화정책의 힘이 약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문종진 명지대학교 교수는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중앙은행이 자체 가상화폐를 발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 교수는 "중앙은행 가상화폐를 발행한다면 가치 등락이 크지 않고 기존의 통화를 대체할 수 있는 안정적인 화폐로 발행해야 한다"며 "중앙은행이 자체 가상화폐 예치금에 대해 이자를 부여한다면 민간발행 가상화폐와 마찬가지로 경쟁력 확보와 중앙은행의 통제력 유지가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경우 중앙은행이 가상화폐를 장기간에 걸쳐 안전하게 유지하고 보관할 수 있느냐와 사생활 문제 등이 주요한 정책 이슈로 떠오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다운기자 kd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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