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기자] 미국 정부가 망중립성을 완화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국내에서도 이를 두고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망중립성은 망 사업자(통신사)가 이를 이용하는 콘텐츠나 서비스를 차별해서 안된다는 원칙이다. 인터넷 기업이나 콘텐츠 사업자로선 망중립성이 유지되는 게, 통신사로선 폐지되는게 유리하다.
미국은 오바마 정부 때 이를 준수했지만 트럼프 정부는 폐기할 방침이다. 국내에서도 2011년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졌고 이는 2013년, 2015년 일부 수정을 거쳐 '망중립성 및 인터넷트래픽 관리에 관한 가이드라인'이란 이름으로 지금까지 기준점이 됐다.
그러나 구글세 논란과 함꼐 글로벌 환경이 망중립성 완화 쪽으로 옮겨가면서 국내에서도 대선 공약에까지 등장하는 등 망중립성 논란이 가열되는 분위기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29일 삼성동 인기협에서 '흔들리는 망중립성, 인터넷 생태계가 위험하다' 주제의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도 망중립성 재논의는 시기상조라는 주장과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주장이 맞붙었다.
'푹'을 서비스하는 콘텐츠연합플랫폼 김용배 팀장은 "미국에선 넷플릭스 가입자가 유료방송을 역전했지만, 국내에선 티빙이나 푹이 KT, CJ헬로비전을 앞지르려면 5~10년이 걸려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렇게 시장 환경이 다른데 이 논의를 국내로 이어간다는 건 무리"라고 말했다.
이어 "통신망을 설비하는 건 결국 다양한 콘텐츠 서비스를 위해서"라며 "가입자들이 이들 서비스를 위해 망을 이용하는만큼 (통신사와 콘텐츠 사업자는) 상생 관계에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반면 통신이 민간 산업이 됐고 주요 수익원이 음성에서 데이터로 바뀐만큼 새로운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권헌영 고려대 교수는 "통신사는 예전처럼 음성전화로 돈을 벌 수 없고 디지털콘텐츠로 데이터 수익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제 5세대 이동통신을 위한 투자도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서로 손해만 보고 있다고 얘기할게 아니라 투자에 따른 회수율은 어떤지, 누가 트래픽을 많이 유발하는 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며 "통계에 근거해서 논의를 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망중립성이 이슈가 되자 콘텐츠사업자가 통신사와 제휴해 데이터 이용료를 면제하거나 할인해주는 제로레이팅도 논란이다.
제로레이팅은 데이터 비용을 통신사와 콘텐츠 사업자가 나눠 부담하는 형태다. 이용자는 데이터 사용요금을 줄일 수 있고 통신사는 이용자를 늘리고, 망 운영 비용 부담을 덜 수 있다. 콘텐츠 업체로서도 이용자, 매출을 확대할 수 있다. 그러나 자칫 중소 콘텐츠 업체에는 부담이나 차별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다만 정부는 제로레이팅을 원칙적으로는 제한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박지환 오픈넷 변호사는 "통신비 인하 압박으로 제로레이팅이 부각되고 있다"며 "통신비 인하 대안이라는 시각도 있는데, 중소 콘텐츠 사업자는 투자 여력이 없어서 대기업만 살아남게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혜정기자 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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