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4차산업혁명, 핵심 '제조의 서비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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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형 KAIST 교수 “데이터 중심 제조업 재구성해야”

[아이뉴스24 김문기기자] "한국의 4차산업혁명은 데이터 중심으로 제조업을 재구성해 소비자 요구를 직접 제조에 결합시키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제조와 서비스업을 결합, 확대 발전시키는 산업혁명을 의미한다"

이광형 KAIST 바이오뇌공학과 교수 겸 문술미래전략대학원장은 지난 9일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국가미래전략 토론회에서 한국산업의 특징을 올바로 알고 구조를 개선해 나가야만 성공적인 변화를 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선적으로 이 교수는 이미 4차산업혁명은 실제 생활 곳곳에서 이미 발현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세계최대부호인 자라 창업자 아만시오 오르테가 대표와 일본최대부호인 유니클로 창업자 야나이 다다시 대표를 꼽았다. 흔히 4차산업혁명에서 논의되고 있는 ICT 전자사업이 아닌 패션의류 사업을 진행해온 두 명의 대표의 행보에서도 충분히 읽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제가 옷을 사려고 2주전에 매장을 들렸는데 마음에 드는 게 있었지만 사지 않고 돌아왔다. 다시 생각해보니 마음에 들어 다시 가니까 재고가 없어 사지 못했다"라며, "재고가 없으면 성공이다. 사물이 움직이는 정보들을 빅데이터화해 실시간으로 응용, 소량으로 제작하기 때문에 이런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의 지적은 4차산업혁명에서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인 '소량다품종'을 의미한다. 산업혁명 이후 대량생산 체제를 넘어서 4차 산업혁명에서는 실시간으로 소비자들의 니즈를 판단해 최적화된 제품들을 내놔야 한다. 트렌드는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에 그 때마다 맞는 제품을 내놔야 한다. 소량다품종화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를 실현하려면 수많은 데이터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야 한다. ICT의 발전으로 사물인터넷(IoT)과 빅데이터 응용이 열쇠다.

성명기 이노비즈협회장도 4차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소량다품종과 고객 맞춤형 시장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성 협회장은 “4차산업혁명은 빅피쉬(fish)와 스몰피쉬의 전쟁이 아니고 패스트 피쉬와 슬로우피쉬의 전쟁터”라고 지목했다.

소량다품종 전략이 성립되려면 제품가치 전환 전략이 필요하다. 전통적으로 소비자는 필요한 기능으로 제품을 구입한다. 디자인을 따지기도 한다. 그에 따른 서비스를 경험하고 나면 그 다음 단계로 브랜드가 형성된다. 보편화 과정을 밟으면 문화 트렌드로 승격된다. 이 교수는 이러한 상황을 4차산업혁명에 빗댔다.

이 교수는 "제품 디자인을 결정하기 위해 IoT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빅데이터로 저장하고 분석한 다음 인공지능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면 새로운 서비스가 도출되는 식으로 진행된다"라며, "이러한 과정은 예측이 아니다. 실시간으로 데이터가 분석돼 가는 것이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소량다품종화 된 제품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서비스가 동반돼야 한다. 제조업이 서비스업으로 확대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 교수는 "프린터 사업을 예로 들면 기기를 팔아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토너로 번다. 아파트를 잘 지어서 매출을 내기보다는 잘 만든 아파드를 임대하는 방식으로 부가가치를 높인다. 소비자가 원하는 바를 바로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라고 설명했다.

보편적인 4차산업혁명의 대응 전략을 제시한 이 교수는 이를 그대로 한국에 도입하는 방향에 대해 언급했다.

한국 산업의 특징은 수출 중심의 제조업이 강성해 있다. 일각에서는 해외 영향을 많이 받고 있어 수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수출만큼 수입도 많아 제조비중을 낮출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강성한 제조업을 잘하면서도 이를 새로운 서비스업으로 확대 발전 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 글로벌로 나가야 한다.

이러한 한국의 상황은 이웃국가인 대만에서도 찾을 수 있다. 대만도 제조업이 강성한 국가다. 최근 4차산업혁명에 대응하는 공업 4.0 전략을 정부 주도로 추진 중이다.

대만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하나의 거대 플랫폼화를 꿈꾸고 있다. 글로벌 ICT 전시회인 컴퓨텍스를 활용해 유수의 글로벌 스타트업을 끌어 들이고 있다. 한편으로는 아시아 실리콘밸리 프로젝트를 밀고 있다.

월터 예 타이트라 사장은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대만 스타트업과 IoT 기업이 조금이라도 다른 글로벌 업체와 연결할 수 있는 도움을 줄 수 있는 연결고리를 만들고자 대만 정부에서 중점을 두고 있는 사업"이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전략이 성립될 수 있는 이유는 대만의 제조업 역량 때문이다. 기회의 장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이 교수가 주장하는 4차산업혁명 종합 추진전략은 크게 4분야로 나눌 수 있다. 기술적으로는 인공지능이 사물을 관리할 수 있는 쪽으로 나가야 한다. 이 중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짓는 O2O 사업 창출이 기대된다.

제도적으로도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이 교수는 "과거에는 규제의 성격이 아니었지만 현재 규제화되고 있는 것들이 많다. 특히 빅데이터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개인정보법등이 완화돼야 한다. 풀리지 않으면 4차산업혁명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래사회가 원하는 교육을 통해 인재를 확보해야 한다. 지식은 이미 인공지능이 제공하고 있기에 인간은 활용력과 적응력이 우선돼야 한다. 인간 사이의 협력과 마찬가지로 기계와의 협동도 중요시된다. 창의력은 당연한 요소다.

1, 2, 3차 산업혁명은 하드웨어가 일자리를 대체했지만 4차산업혁명에서는 소프트웨어가 대체한다. 노동 대체율이 크기 때문에 일자리 감소가 예견된다.

이러한 상황을 바탕으로 이 교수는 3단계 추진 전략을 제안했다.

첫번째는 생산현장의 담당자들에게 4차산업의 개념과 추진방법을 교육해야 한다는 점이다. 생산과 소비를 연결하는 플랫폼을 업종별로 다르게 제작해야 한다.

이 교수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20년 전 정보통신부가 인터넷응용활성화를 위해 정보화 촉진기금을 운영했던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2단계로는 각 업종별로 제조공정을 표준화하고 플랫폼을 최적화시켜야 한다. 유사한 것들끼리 묶는 작업이 필요한 셈이다. 마지막으로 업종별로 제작된 플랫폼이 전 산업에 확산돼야 한다.

무엇보다 이 교수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화두를 던지는 것이 중요한 시기라는 설명이다. 3단계 추진전략이 수립된 이유이기도 하다.

이 교수는 "분명히 (3단계 추진전략이) 틀릴 것이다. 하지만 화두를 던져야 한다. 무엇보다 변화가 필요한 시기다"라며, 4차산업혁명과 관련된 인식 변화가 가장 먼저 해결돼야 한다고 지목했다.

김문기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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