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지혜기자] 아이보리색 에피(Epi) 가죽 케이스에 담긴 흰색 스케이트화가 푸른색 내피와 대조를 이뤄 반짝반짝 빛났다. 스케이트화의 주인공은 김연아 선수로, 지난 2012년 루이비통은 김 선수를 위해 9개월에 걸쳐 45cm 높이의 스케이트용 트렁크를 제작했다.
김 선수를 위해 특별주문제작된 스케이트 트렁크는 오는 8일부터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진행되는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루이비통' 전시회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전 세계에서 루이비통의 오더메이드(Order Made) 서비스를 받은 스포츠 선수는 김 선수가 최초다.
루이비통은 김 선수의 생활 패턴을 체크해 가장 적합한 트렁크를 고안했다. 특히 김 선수가 한 가방에 스케이트와 관련 용품을 모두 넣고 다니는 점을 고려해 스케이트 날 커버와 타월, 천 커버, 발목 보호 패드와 장갑 등 소품들을 넣을 수 있는 6개의 서랍을 마련했다. 이와 똑같은 디자인의 트렁크는 지난 2013년 3천400만원에 낙찰돼 유니세프에 기부됐다.
세계적인 명품브랜드 루이비통의 160년 역사를 조명하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한국을 주제로 한 특별 섹션을 마련됐다.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에 나란히 참여했던 인연을 재조명하기 위해 당시 한국이 기증했던 가야금 크기에 알맞은 전용 케이스도 소개된다. 당시 대한제국은 저통 목공예 기술이 돋보이는 국악기와 공예품을 선보인 바 있다.
이외 루이비통 식으로 재해석한 한국 혼례함과 배우 윤여정씨가 즐겨 쓰는 메이크업 박스, 카카오프렌즈와 협업한 스티커 제품 등도 전시된다.
이번 전시회 설명을 맡은 전희진 도슨트는 "루이비통은 이번 전시회 주최국인 한국과의 유대관계를 강조하기 위해 '예술적 영감의 나라, 한국'이라는 특별관을 마련했다"며 "이 뿐만 아니라 오더메이드 된 악기 케이스를 전시해놓은 '뮤직 룸'의 배경음악으로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조성진씨의 연주곡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동수단에 따라 가방 디자인 변화…'여행 예술' 돋보여
무엇보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여행 예술(Art of Travel)'이라는 루이비통의 브랜드 철학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1854년 창립 초기부터 오늘날까지 현대 여행가방의 시초가 됐던 루이비통 트렁크의 역사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요트·자동차·항공·기차 등 이동 수단의 발전과 함께 변화하는 트렁크 형태를 비교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1910년 때 크루즈 여행객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옷을 갈아입는 데서 착안해 디자인 된 스티머 백은 현대 여행가방의 전신이나 다름없다. 스티머 백은 착용한 옷과 미착용 제품을 구분할 수 있도록 다층의 수납공간과 옷걸이로 구성돼 있어 당시 상류층 여행객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는 설명이다.
또 비행기가 보편화된 20세기 초에는 비행사와 승객들을 위해 약 26kg 미만의 소지품을 담을 수 있는 에어로 트렁크를 제작했다. 후에 에어로 트렁크와 크기는 같지만 더 여성스러운 버전인 아비에트나 면 캠퍼스 소재로 만들어진 키폴백이 등장하는 등 가볍고 실용성을 갖춘 여행가방이 끊임없이 개발됐다.
전 도슨트는 "루이비통은 단순히 패션이나 가방을 만드는 것에서 벗어나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이에 어떻게 녹아들어갈 지를 고민한 브랜드"라며 "이번 전시회를 통해 루이비통이 패셔너블하면서도 혁신적인 정체성을 가진 브랜드 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루이비통의 앤티크 트렁크 1천여 점을 10가지 테마에 걸쳐 소개하는 이번 전시는 오는 8일부터 8월 27일까지 진행된다. 개막식인 8일에는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총괄회장도 참석할 예정이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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