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문영수기자] 글로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은 지난해 11월부터 자사 페이스북 메신저에서 이용할 수 있는 HTML5 기반의 인스턴트 게임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들 게임은 메신저를 이용하는 도중 친구와 곧바로 플레이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반다이남코, 징가, 킹닷컴 등 15곳의 글로벌 게임사들이 페이스북 메신저에서 즐길 수 있는 HTML5 게임을 서비스 중이다.
카카오도 지난해 12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에서 별도의 설치 과정 없이 곧바로 플레이할 수 있는 HTML5 기반의 '스낵 게임' 10종을 도입했다. 스낵 게임은 손가락 하나로 간편히 즐길 수 있는 미니 게임으로 이를 즐길 경우 '카카오프렌즈' 이모티콘 등을 얻을 수 있는 경험치를 축적할 수 있게 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현재 스낵 게임을 매일 즐기는 이용자는 130만명이 넘는다.
최근 페이스북, 카카오와 같은 주요 플랫폼 업체들이 잇따라 관련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HTML5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HTML5는 새로이 등장한 분야는 아니지만, 다수의 이용자풀을 확보한 플랫폼과 접목되면서 이전에 열리지 않았던 신 시장이 창출될 것이라는 기대가 모이고 있는 분야다.
안드레아 바카리 페이스북 메신저 사업부 프로덕트 매니저는 "HTML5는 고품격 데스크톱 게임을 개발하기에 적합한 최고의 기술 중 하나"라며 "페이스북의 인스턴트 게임은 모바일과 데스크톱에서 모두 지원되며, 페이스북 메신저와 뉴스피드에서 플레이 가능하기 때문에 개발자들은 각 플랫폼에 맞춰 별도의 게임을 구축하지 않고도 간편하게 더 많은 사람에게 다가갈 수 있다"고 평가했다.
HTML(Hyper Text Mark-up Language)은 웹문서를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프로그래밍 언어로, HTML5는 2014년 10월 발표된 글로벌 웹 표준이다. 이 언어를 사용해 제작한 웹페이지는 별도의 프로그램 설치 없이도 다채로운 그래픽 효과를 구현할 수 있다.
HTML5로 만들어진 게임 역시 별다른 설치 과정 없이 PC나 모바일 기기 구분없이 즉각 이용할 수 있다. 현재 구현된 HTML5 캐주얼 게임들의 데이터 트래픽도 5메가바이트(MB) 정도에 불과해 부담이 적다.
이와 관련해 남궁훈 카카오 게임 총괄 부사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최초 HTML5 기반의 '스낵게임'을 오픈할 때 최대 강점은 설치가 필요없는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며 "HTML5의 최대 장점은 삭제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무거운 프로그램을 깔아야 하는 게임과 달리 HTML5 기반 게임은 설치를 안해도 되다 보니 사용자에게 침투가 쉬우면서도 삭제될 염려가 없어 사용자 가까이에 늘 있을 수 있는 효과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현재 HTML5를 활용해 가장 활발히 게임을 개발하는 나라로 알려진 곳은 중국이다. 간단한 퍼즐이나 캐주얼 게임은 물론 역할수행게임(RPG) 장르와 같은 하드코어 게임도 이미 구현돼 서비스 중이다. '백로 엔진' 등 HTML5 게임을 위한 별도의 상용 개발 엔진이 이용되고 있을 정도다. 중국 리서치 기관인 데이터아이(DataEye)에 따르면 2015년말까지 중국에 출시된 HTML5 기반 게임은 3천개가 넘으며 이중 75%는 캐주얼 장르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서는 '걸음마'…현재는 시범 도입 단계
이처럼 해외에서 HTML5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으나 아직 국내에서는 HTML5 게임의 대중화는 시기상조라는 평가도 없지 않다. HTML5가 포화 상태인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벗어나 개척할 여지가 있는 '블루오션'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나, 아직까지 수익적으로 검증된 성공 모델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카카오 역시 현재는 스낵게임을 활용해 매출을 올리기보다 트래픽 및 충성 고객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주요 플랫폼 사업자들이 HTML5 확산을 위한 토대를 제공한 만큼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시장이 커질 수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퍼즐 및 캐주얼 게임에서 출발한 HTML5 게임의 장르 고도화가 이뤄져 RPG 등이 시도될 경우 본격적인 매출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모바일 광고를 접목해 수익을 꾀하는 시도도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당장 국내에서 HTML5 게임의 유료화가 어려운 부분이 있긴 하나, 확보한 트래픽을 활용한 광고 등을 시도해 수익화를 꾀하는 방법을 고민할 수 있을 것 같다"며 "PC와 모바일 등 다른 플랫폼에서 그랬듯 HTML5 기반 게임 역시 점차 기술적으로 진보할 것"이라고 전했다.
HTML5를 활용한 게임을 선보이는 사례들도 하나둘 나타나고 있다. HTML5 게임으로 당장 가시적인 매출 효과를 거두기보다는 이용자 확보나 프로모션 등 부가 효과를 누리기 위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모바일 게임 '리니지 레드나이츠'와 '파이널 블레이드'를 출시하기에 앞서 진행한 사전예약 이벤트에서 HTML5을 활용한 미니 게임을 선보이는 이색 시도를 했다. '리니지 레드나이츠'의 경우 컬렉션, 점령전, 레이스 등 각기 다른 3종을 제공했는데, 약 1만개의 혈맹이 사전 생성되고 55만회 이상 플레이되는 등 이용자 확보에 효과를 봤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미니 게임을 통해 '리니지 레드나이츠'를 미리 즐기며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됐다"며 "이중 소환수를 미리 얻을 수 있는 미니 게임 '기사단 컬렉션'은 30만회 이상 참여를 이끌어내며 소환수의 콘셉트와 스킬을 자연스럽게 각인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 역시 '스낵게임'의 비중을 점차 넓혀나간다는 계획이다. 최용석 카카오 경영지원 팀장은 지난 9일 진행된 2016년도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스낵게임'에 대해 "상당히 인기를 얻고 있지만 아직 초기"라며 "현재 10종이 공급되는데 게임 숫자를 많이 늘려서 편리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남궁훈 카카오 게임 총괄 부사장은 "동일 IP를 HTML5 기반의 가벼운 버전으로 개발해 게임 광고에 활용한다면, 단순 동영상 광고가 아니라 이용자로 하여금 해당 게임을 쉽고 편하게 즐기게 해 게임에 관심과 애정도를 높이고 다운로드로 유도하는 매력적인 접근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면서 "PLC(제품생애주기)가 짧을 수는 있지만, 제작기간도 짧아 기존의 모바일 산업 구조와 다른 혁신이 가능해 보인다"고 전했다.
황성익 한국모바일게임협회장은 "최근 소규모 게임사 중 HTML5를 관심 있게 지켜 보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며 "게임 시장의 다양성 확보 측면에서 HTML5 게임 시장을 공략해 보는 것도 고려해 볼만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영수기자 m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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