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재원 기자] 3000명이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의 필로폰을 판매하려다 적발된 50대 마약 판매상이 경찰의 불법 함정수사에 걸려든 것이라며 법원에서 무죄를 주장했지만 결국 실형을 면치 못했다.
청주지방법원 형사5단독 강건우 부장판사는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대마) 혐의로 구속 기소된 50대 A씨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약물중독 재활교육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고 27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9월 대전 유성구 한 호텔에서 필로폰 90g을 1350만원에 판매하기로 하고, 구매를 요청한 B씨를 만났다가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경찰은 앞서 별개 마약 사건으로 검거한 B씨에게 “A씨한테 필로폰을 (추가로) 구매하기로 했다”는 말을 듣고, B씨를 앞세워 현장을 덮쳤다.
B씨는 이전에도 “A씨에게 필로폰을 구매했다”며 해당 필로폰을 임의 제출하고, A씨 검거 당일을 거래일로 잡는 등 경찰 수사를 적극 조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경찰이 위법한 함정수사를 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경찰이 수사에 조력하는 대가로 형량을 줄이기 위한 B씨를 앞세워 마약 판매를 유도했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판례상 수사기관이 범죄를 저지를 의도가 없는 자에게 금전적 대가를 제시하거나,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을 하는 범죄를 유발하면 위법한 함정수사로 인정된다.
강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지인을 통해 B씨를 알게 된 뒤 먼저 마약이 필요하냐고 물었고, 이를 통해 최초 거래가 성사됐다”며 “두 번째 거래 때는 수일 만에 90g의 필로폰을 손쉽게 확보한 점을 감안하면 피고인은 언제든 필로폰을 매매할 준비가 돼 있었다”며 “피고인은 단순히 매도 기회를 제공받은 것에 불과하다”고 봤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무려 네 차례나 동종 범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아 복역했는데도 형이 종료된 지 4개월 만에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면서 “피고인이 매도를 목적으로 확보한 마약이 다량이지만, 수사기관에 압수됨으로써 유통되지는 않은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일부 참작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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