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미국 노스다코타주 법원 배심원단이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에 약 6억6000만 달러(약 9678억9000만원)를 배상해야 한다고 평결한 가운데 그린피스가 이번 평결은 시민단체 활동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는 성명서를 21일 발표했다.
그린피스는 2016년 다코타의 송유관 건설 반대 연대를 했는데 그 과정에서 그린피스가 해당 기업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배심원단이 판단한 셈이다.
이번 소송은 2016년 다코타 액세스 송유관(Dakota Access Pipeline, DAPL) 건설을 둘러싼 반대에서 비롯됐다. 당시 스탠딩 록 수 부족은 식수 오염과 주권 침해 우려를 이유로 강력한 반대 운동을 펼쳤다. 북미 지역 300여 개 원주민 부족을 포함해 수만 명이 이에 연대했다. 그린피스 또한 이 운동에 적극적으로 연대해 동참했다.
갈등이 갈수록 치열해지자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은 송유관 건설을 일시 중단시켰는데 이후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송유관 건설을 재허가했고 2017년 완공된 바 있다.
이번 평결은 거대 석유 기업이 법적 소송으로 반대 의견을 탄압하는 선례가 될 수 있고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지역사회와 시민단체의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그린피스 측은 지적했다.
![그린피스가 미국 법원 배심원단으로 부터 특정 기업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6억6000만 달러의 배상 평결을 받았다. 그린피스 측은 "이번 평결은 시민단체의 입을 막으려는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사진=그린피스]](https://image.inews24.com/v1/56b63b88f2e5ee.jpg)
그린피스 인터내셔널은 판결 직후 “이번 평결은 기업이 표현의 자유와 평화적 시위의 권리를 억압하려는 시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수슈마 라만 그린피스 미국사무소와 그린피스 펀드 임시 사무총장은 “이번 소송은 기업들이 법원을 이용해 반대 의견을 억누르는 전략적 봉쇄 소송의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소송은 표현의 자유와 평화적 시위를 보호하는 미국 수정헌법 제1조의 기본 정신을 훼손한다”면서 “화석연료 기업들이 시민단체를 탄압할 순 있어도, 전 세계적 기후 운동을 막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마즈 크리스텐센 그린피스 인터내셔널 사무총장은 “기후 위기를 악화하고 환경 불평등을 심화하며 모두의 건강과 지속 가능한 미래보다 화석연료 기업의 이윤을 우선하는 행태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한 뒤 “트럼프 1기 행정부 집권 4년 동안 환경보호 정책을 후퇴시켰으며 그와 연계된 세력들이 시민사회를 탄압하려 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그린피스는 이번 소송을 전략적 봉쇄 소송(SLAPP)의 대표적 사례로 규정했다. SLAPP은 비영리 단체와 활동가들을 법적 소송으로 압박해 반대 목소리를 잠재우려는 전략 중 하나로 꼽힌다.
최근 몇 년 동안 쉘(Shell), 토탈(Total), 에니(ENI) 등 주요 화석연료 기업이 비슷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그린피스는 이에 맞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2024년 3월 28일 그린피스 프랑스사무소는 토탈에너지가 제기한 SLAPP 소송을 기각시켰다. 같은 해 12월 10일에는 그린피스 영국사무소와 그린피스 인터내셔널이 쉘의 SLAPP 소송을 철회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린피스 인터내셔널 법률 고문 크리스틴 캐스퍼는 “이번 판결이 끝은 아니다”며 “ETP의 탄압에 맞서 반-SLAPP 소송을 진행 중이며 오는 7월 네덜란드 법원에서 추가 법적 대응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그린피스 인터내셔널은 ETP의 반복적으로 제기한 근거 없는 소송으로 인해 발생한 모든 피해와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법적 절차도 이어갈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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