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 새로 쓰는 '尹 탄핵심판' 어디까지 왔나

[아이뉴스24 라창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이 헌법재판소에 접수된 지 한 달 반 정도 지난 가운데 설 연휴를 맞아 매주 화·목요일 두 차례 진행되던 탄핵심판은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그동안 탄핵심판은 두 차례의 변론준비기일과 네 차례의 변론기일이 진행되면서 소추사유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고, 헌정사상 최초 현직 대통령 출석이라는 기록도 썼다.

국희, '대통령 탄핵소추안' 두 번째 시도 만에 가결

국회는 지난달 14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대통령(윤석열) 탄핵소추안'을 상정해 표결에 들어갔다. 무기명으로 진행된 탄핵소추안 표결은 재적의원 300명 중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 가결됐다. 국민의힘이 108석 의석을 가진 만큼 최소 12명이 이탈한 것으로 분석됐다. 헌법 제65조 2항에 따라 대통령 탄핵소추는 '재적의원 3분의 2(200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은 같은 날 오후 6시 15분쯤 탄핵소추 의결서 정본(원본)을 헌재에 제출했고, 탄핵심판 사건번호는 '2024헌나8'로 부여됐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변론 준비 절차에 회부하고 수명재판관 2명을 지정, 헌법연구관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하겠다"면서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두 번째 시도 만에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은 것이다. 국회는 앞서 윤 대통령이 12월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4일 오전 1시 1분 재석의원 190명 만장일치로 '비상계엄 해제요구안'을 통과시켰고, 같은 날 오후 국회 의안과에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제출했다. 국회는 사흘 뒤인 7일 오후 본회의에 해당 안건을 상정하고 표결에 들어갔지만, 의결정족수 미달로 '투표 불성립' 폐기됐다. 당시 안철수·김예지·김상욱 의원 외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에 불참했다.

변론준비기일 : '형법상 내란죄' 제외 논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최우선 심리'하겠다고 밝힌 헌재는 접수 13일 만인 지난달 27일 1차 변론준비기일을 열었다. 변론준비기일은 본격적인 변론이 진행되기 전에 당사자 측이 모여 쟁점을 정리하고, 향후 재판 진행 과정 등을 조율하는 절차다.

이 사건의 주심이자 수명재판관인 정형식 재판관은 △계엄 선포 △계엄사령부 포고령 1호 발표 △군대와 경찰을 동원한 국회 활동 방해 △영장 없이 군대를 동원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압수수색 등 4가지 쟁점을 정리했다. 정 재판관은 이날 윤 대통령 측을 향해 "헌법 질서를 유지하고자 하는 게 제일 큰 목표"라면서 "재판을 고의로 지연하면 제재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달 3일 진행된 2차 변론준비기일에서 윤 대통령 측은 신속한 심리보다 충분한 심리가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180일은 (탄핵 심판에) 보장되는 기간이고 피청구인(윤 대통령)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며 "졸속으로 결론을 내면 안 된다"고 했다.

국회 측은 탄핵심판에서 '형법상 내란죄' 제외 의사를 밝혔다. 국회 대리인단은 "내란의 유·무죄 판단은 형사 법정에서 진행·입증될 것"이라며 "헌법 재판의 절차에 맞춰서 입증하고 다투겠다는 취지"라고 했다. 이에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내란죄 성립을 토대로 이 사건 청구에 이른 것인데 형법상 내란죄가 성립되지 않은 것이라면 소추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회 재의결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이후 '형법상 내란죄' 철회를 두고 헌재와 국회 간 '짬짜미 논란'도 일었다. 이에 헌재는 이달 6일 "(탄핵소추 사유 철회 권유 여부에 대해) 그러한 사실이 없다"면서 진화에 나섰다. 국회 대리인단 역시 7일 "실언했던 셈"이라며 논란을 일축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같은 날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내란죄가 철회되면서 소추사유의 80%가 철회된 것이므로 마땅히 각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3·4차 변론 : 사상 최초 현직 대통령 출석·김용현 증인신문

지난 14일부터 시작된 윤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은 지금까지 네 차례 열렸다. 헌재는 1차 변론기일에 윤 대통령 측이 제기한 정계선 재판관 기피신청과 변론기일 일괄 지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기각한 가운데 이날 변론은 당사자 불출석으로 인해 개정 4분 만에 종료됐다.

16일 진행된 2차 변론기일에는 비상계엄 선포 배경과 관련한 국회와 윤 대통령 측의 공방이 있었다. 이날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계엄 조건 위반·계엄 선포 절차 위반 등 탄핵사유를 제시했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잦은 대통령 탄핵 위협 △고위공직자 탄핵소추 남발 등을 언급하며 "(대통령) 탄핵소추는 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 직무를 정지시키고 정권을 탈취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부정선거론'을 거론하며 비상계엄 선포의 중요 이유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21일 진행된 3차 변론기일에는 윤 대통령이 '현직으로서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탄핵심판에 출석했다. 이날 재판부는 '국가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지시' 여부와 '비상계엄 해제의결 저지를 위해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했는지 여부'를 물었는데, 윤 대통령은 "계엄을 해제한 후에 한참 있다가 언론을 통해 메모가 나왔다는 걸 봤다", "(국회 의결 방해 지시 사실은) 없다"고 답했다. '부정선거론'에 대해서는 '팩트 확인'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국회 측은 이를 두고 재판부를 향해 부정선거 주장 제한을 요청하기도 했다.

23일 진행된 4차 변론기일에는 내란중요임무종사자 혐의를 받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날 변론기일 전 중대한 위헌 요소로 꼽히는 '계엄포고령' 작성을 두고 이견이 노출되면서 김 전 장관의 입이 주목됐지만 그는 윤 대통령에게 유리한 증언을 내놓았다. 김 전 장관은 "관사에서 개인 노트북에 있는 워드 프로그램을 통해 직접 (포고령을) 작성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비상계엄 당시 현장 지휘관들에게 의원 아닌 '요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다며, 국회 활동(비상계엄 해제 요구)을 방해할 목적이 없었다고 항변했다.

이른바 '최상목 쪽지'에 적힌 국가비상입법기구 성격에 대한 해명도 나왔다. 과거 전두환 신군부의 임시 입법기구인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와 비슷한 입법대체기구 성격으로 추측된 '비상입법기구'에 대해 김 전 장관은 "이번 기회에 기획재정부에 이 긴급재정입법권을 수행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 해소 못 한 부분을 해소하자는 부분(취지)이었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도 "국보위 내에 재경분과위원회가 있던 걸로 알고 있는데, 거기서 해버리면 될 일"이라며 "이 상황에서 기재부 장관한테 말하는 거 자체가 난센스"라고 했다. 헌법 제76조에 따른 긴급재정입법권 수행을 위한 준비였다는 취지다.

5차 변론기일은 설연휴 이후인 내달 4일 오후 2시에 열리며,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여인형 전 국군 방첩사령관·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출석할 예정이다. 홍 전 차장은 지난 22일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계엄 당일 윤 대통령이 전화로 "다 잡아들여라, 이번에 싹 다 정리해라"라고 했다고 주장 했는데, 이날 증인신문 과정에서 윤 대통령과의 진실공방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