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수현 기자]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는 주택시장 침체 속에 매수 심리는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 정국이 이어지고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가 이어지며 수요자의 심리는 더욱 차갑게 얼어붙고 있다.
전문가들은 2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여부에 주목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다만 기준금리 인하에도 정치·사회적 혼란이 장기화할 경우 주택시장 부진도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눈치싸움 치열한 서울⋯지방은 고전
2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월 3주차(20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2.2로 전주(92.3)보다 0.1포인트(p) 하락했다. 기준선(100)보다 수치가 낮을수록 주택 매수 희망자보다 매도 희망자가 많다는 의미다. 서울 또한 96.4로 매도 희망자가 더 많았다.
서울과 인근 수도권의 경우 매수 희망자가 있더라도 실제 체결되는 거래는 소수다. 시장 침체를 전망하는 매수자는 낮은 가격에 주택을 사려하고 매도자는 호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주택 가격을 두고 힘겨루기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24일까지 집계된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3045건으로 전월(3350건) 대비 305건 감소했다. 7월 9000건을 넘었던 아파트 거래는 이후 시장이 냉각되면서 9월 이후 4개월 연속 3000건대에 머무르고 있다.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으면서 시장에 나온 매물은 적체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 집계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8만9426개로 9만개에 육박했다. 경기도 또한 16만9398가구가 매매 시장에 나왔다. 1년 전과 비교하면 각각 15.7%, 16.8% 늘었다.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는 서울과 달리 지방은 지난해부터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미분양 주택이 쌓이면서 매수자들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기존 주택에 대한 매력은 떨어졌다. 이에 대구 수성구 등 수요자 선호가 여전한 지역을 제외하면 지방 주택 시장은 하락세가 장기화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방 아파트값은 지난해에만 1.80% 하락했다. 서울이 4.50% 오르고 경기도와 인천이 각각 0.54%, 1.26% 상승한 것과 대비된다. 대구 아파트값이 4.99% 떨어졌고 세종(-6.47%), 부산(-2.82%) 등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올해도 분위기는 여전하다. 국토연구원이 지난 16일 발표한 지난해 12월 지방 주택매매심리 지수는 98.8로 한 달 만에 2.1포인트 떨어졌다. 부동산시장 소비심리지수는 95 미만이면 하강, 95∼115 미만이면 보합, 115 이상이면 상승 국면으로 구분한다.
지난 11월 117.6으로 상승 국면이던 전북은 12월 102.0으로 떨어졌고 강원(105.8→94.1)과 경북(103.0→93.4)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이에 지방에서는 상승 국면인 지역은 한 곳도 없이 하강 국면 지역만 경북과 강원, 부산(94.7)으로 늘었다.
"기준금리 인하시 주택시장 수혜…변수는 정국 혼란"
얼어붙은 시장에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내달 25일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달 내수 부진 우려 속에서도 기준금리를 동결한 만큼 내달에는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더해 금융권에서도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 금리를 일부 낮췄다. 한은이 발표한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통계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지난해 12월 가계대출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4.72%로 전월 대비 0.07%p 내렸다. 가계대출 금리가 하락 전환한 것은 5개월 만이다.
기준금리 추가 인하 기대감이 커지고 은행권에서도 대출 금리를 내리기 시작하면서 업계에서는 얼어붙은 시장이 일부 개선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지난해 하반기 대출을 제한했던 은행이 대출을 풀어주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어 수요자들 사이 자금이 돌고 있어 거래가 차례로 체결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서울처럼 공급이 제한적인 지역은 거래량이 늘어나 수요자 이동이 활발해지면 주택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다"고 전했다.
변수는 정국 불안이다. 일각에서는 대통령 업무 공백이 장기화할 경우 정부가 추진한 부동산 정책이 힘을 잃을 수 있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수요자의 주택 매수 심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정국 불안에 더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이 이전 예상치보다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와 주택 매수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면서 "불확실한 변수가 많은 만큼 기준금리가 내려간다고 해도 거래량의 급증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수현 기자(jwdo9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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