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다 건다"…제약기업이 팔 걷어붙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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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물질 발굴에 2~5년 소요⋯AI 활용 땐 2개월로 단축
적응증 확대에 최대 80% 개발 비용 절감 효과까지 기대

[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제약·바이오 업계가 신약 개발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후보 물질 발굴 단계부터 시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절감하며 기존 의약품의 적응증을 확대하는 등 신약 개발의 효율성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약 개발이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신약 개발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고,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기존 신약 개발은 평균 10년 이상의 긴 기간과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며, 성공 확률도 10% 미만에 불과했다. 그러나 AI를 활용하면 방대한 생물학적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후보 물질을 신속하게 도출하고, 임상시험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AI 관련 이미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픽사베이 ]

이러한 흐름에 맞춰 국내 제약사들도 AI 기술을 접목한 신약 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자체적인 AI 플랫폼을 구축하고, 연구개발(R&D) 효율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JW중외제약은 AI 기반 신약 연구개발(R&D) 통합 플랫폼인 '제이웨이브(JWave)'를 본격적으로 가동을 시작했다. 제이웨이브는 회사가 기존에 운영하던 빅데이터 기반 AI 약물 시스템인 '주얼리(JWELRY)'와 '클로버(CLOVER)'를 통합한 플랫폼이다. 500여 종의 세포주와 4만여 개의 합성 화합물, 오가노이드(장기유사체), 각종 질환 동물 모델 유전체 정보 등을 AI 학습에 활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JW중외제약의 신약연구센터와 C&C신약연구소 연구진은 웹 포털 환경에서 질병을 유발하는 단백질에 작용하는 유효 약물을 신속히 탐색할 수 있도록 이 플랫폼을 개발했다. 제이웨이브를 활용하면 선도 물질 최적화부터 신약 후보 물질 발굴까지 전 과정에서 효율적인 연구가 가능하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당사는 주얼리와 클로버를 통해 이미 10여 개의 혁신 후보 물질을 발굴했다"며, "앞으로 제이웨이브를 활용해 항암, 면역, 재생 분야의 약물 개발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대웅제약은 2021년 'AI 신약팀'을 신설해 분자 역학 시뮬레이션, 후보 물질 가상 탐색, 약물의 체내 작용(ADME/T) 예측 등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신약 개발에 필요한 리간드를 효과적으로 생성할 수 있는 '맞춤형 가상 라이브러리'를 구축했다. 리간드는 특정 단백질이나 수용체와 결합해 생리학적 반응을 유도하거나 저해하는 분자로, 신약 개발의 핵심 요소로 꼽힌다. 특히, 특정 질환의 표적 단백질과 결합할 수 있는 최적의 리간드를 탐색·설계함으로써 약물의 효능과 선택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AI 기술을 통해 개발 속도를 비약적으로 단축한 사례도 나오고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 따르면, 홍콩의 AI 기반 신약 개발사인 인실리코메디슨은 후보 물질 발굴 시간을 단 46일로 단축했다. 해당 물질이 임상 시험에 진입하기까지 30개월이 걸렸으며, 비용 역시 기존 방식 대비 90% 절감됐다. 일반적으로 후보 물질 발굴에는 최소 2년에서 최대 5년까지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획기적인 성과다.

한 연구원이 연구 중이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픽사베이]

제약사들이 AI를 적극 활용하는 이유는 시간·비용 절감에 그치지 않는다. AI는 환자 기록과 약물 특성 등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기존 약물의 새로운 적응증을 예측하는 데도 활용되고 있다. 실제로 AI를 이용해 HIV 치료제를 파킨슨병 치료제로 재창출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도 보고됐다. 미국 스크립스 연구소(TSRI) 연구진은 보고서를 통해 "독일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이 개발한 '비마뮨(성분명 네비라핀)'이 파킨슨병의 신경 퇴화를 억제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AI 기술의 혁신이 전 세계 바이오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6월 컨설팅 기업 보스턴컨설팅그룹이 발간한 보고서 '신약 개발에서의 AI 잠재력 활용'에 따르면 바이오 기업 200개가 AI 기술에 180억달러(한화 약 25조8500억원) 이상을 투자했고, 이 중 60%가 상위 20개 기업인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신약 개발에 AI를 활용할 경우, 개발 비용이 기존 2조~3조원에서 6000억원 수준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정승필 기자(pilihp@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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