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설래온 기자] 길게 늘어선 줄이 눈길을 끈다. 무슨 이벤트인가 싶어 다가가 보니, 아이돌 팝업스토어가 열린다고 한다. 젊은 사람들로 붐비는 현장은 팝업스토어가 MZ세대 사이에서 얼마나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는지 보여준다. 팝업스토어란 무엇이며, 이 열풍의 이유는 무엇일까?
팝업스토어는 짧은 기간 운영되는 오프라인 소매점을 뜻한다. 지난 3일 발표된 구글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국내에서 팝업스토어에 대한 관심도는 역대 최고인 '100'에 도달했다. 구글 트렌드의 관심도 수치는 1부터 100까지로, 검색 빈도가 가장 높을 때 100으로 나타난다. 2021년까지만 해도 팝업스토어의 관심도는 최대 20에 불과했으나, 2022년부터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최대치인 100을 기록하며 팝업 열풍을 입증했다.
이러한 변화는 팝업이 과거 패션이나 디저트 등 일부 분야에 국한돼 있던 운영 방식을 넘어 신차, 가전제품, 캐릭터 등 다양한 장르로 콘텐츠가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중 아이돌 팝업은 MD(굿즈) 판매뿐 아니라 이제는 그룹의 메시지와 정체성을 직접 체험하는 공간으로 발전했다.
팝업은 주로 한정판 굿즈를 내놓거나 이벤트성으로 잠시 열리기 때문에 이러한 희소성을 놓칠 수 없어 팬들 사이에서는 '꼭 가야만 하는' 성지로 거듭나고 있다. 또 팬이 아니더라도 화려한 외관 때문에 일반 대중의 눈길도 사로잡으면서 홍보 효과까지 낼 수 있다.
지난 10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성동구 29CM 큐레이션 쇼룸 이구성수에서 열린 '쁘넥도' 팝업에서도 오늘날 아이돌 팝업에 쏟아지고 있는 뜨거운 관심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쁘넥도'는 최근 디지털 싱글 '오늘만 I LOVE YOU'로 국내외 차트를 석권하며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보이넥스트도어(BOYNEXTDOOR, 보넥도)의 공식 캐릭터를 말한다.
이번 팝업은 '쁘넥도'가 보넥도 마을을 지키는 경비대원으로 등장하는 독특한 콘셉트를 바탕으로 전체 스토리를 구성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멤버 명재현의 캐릭터 '명명'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었고, 보넥도의 상징인 '집'과 '문'을 활용한 독창적인 인테리어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바닥은 깔끔한 도로와 잔디로 꾸며져 마치 작은 마을에 들어온 듯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머치(굿즈)존에는 △키링 △텀블러 △문구 △쿠션 △담요 △그립톡 △스티커 △포스트카드 △파우치 등 멤버들의 개성이 담긴 MD 상품들이 진열돼 있었다. 굿즈는 귀여운 디자인과 실용성을 겸비해 팬뿐만 아니라 일반 방문객들에게도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킬 만큼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이어 방문객들이 직접 메시지를 작성해 부착할 수 있는 '메시지 월'이 자리하고 있었다. 커다란 빨간 지붕이 돋보였으며, 그 위에는 팬들이 작성한 메시지 카드가 가득 붙어 있어 특별한 추억을 더했다.
2층으로 올라가니 '쁘넥도'와 함께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포토부스 앞에 팬들의 줄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팬들은 비치된 '쁘넥도' 쿠션을 들고 각자 '최애(제일 좋아하는)' 멤버와 함께 있는 듯한 기분을 만끽하며 즐기기도 했다.
포토부스 옆에는 미니 2집 '하우?(HOW?)'의 프로모션 영상 '비트윈 후 앤 와이(Between WHO and WHY)' 스토리 필름에 등장했던 세트를 재현한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마치 영상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디테일한 세트장은 팬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많은 팬이 세트장 곳곳에 비치된 의자에 앉아 있거나 소품 옆에서 사진을 찍으며 특별한 순간을 만들어 갔다.
현장에 있던 팬들 역시 이러한 구성에 매료돼 높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대구 계명대 교환학생 림과진(林可晨, 23) 씨와 대만에서 온 브랜던(Brandon, 19) 씨는 "팝업 캐릭터 상품이 귀여우면서도 실생활에서도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것이 많았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출신 로로(Roro, 29) 씨는 "자국에서 K-pop이 인기가 많다"며 "K-pop의 매력은 다양한 자체 콘텐츠, 비주얼, 댄스라고 생각한다. 팝업스토어 역시 팬들에게 특별한 선물이며, 한국을 찾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고 설명했다.
평택에 사는 김모 씨(20)와 충청남도 보령에서 온 지모 양(18)도 "뮤직비디오나 무대 영상에서 봤던 장면들이 팝업스토어에서 그대로 재현돼 있어 반가웠고, 이미 보넥도가 방문한 장소에 다시 가니 아이돌과 직접 소통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이번 팝업 구성과 관련해 하이브 관계자는 "보이넥스트도어는 그룹명에서부터 공간적인 이미지가 강하게 떠오르게 한다"며 "뮤직비디오, 공연 무대, 앨범 콘셉트 등에서도 집, 문, 마을 등의 요소가 많이 활용돼 왔는데 이러한 이미지를 팝업 공간에 자연스럽게 구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또한 "아티스트 데뷔 티저에 나온 표지판을 패러디한 쁘넥도 표지판, 로고 모션에 등장하는 집 옆 빨간 우체통에서 쏟아지는 앨범, 무대에서 자주 활용되는 집과 문을 열면 등장하는 쁘넥도와 프로모션 비디오에 등장하는 작은 문을 현장에서 그대로 재현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아이돌 팝업의 성공적인 변신은 다른 업계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잠실 월드몰과 본점 영플라자를 중심으로 다양한 K-POP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4월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팝업엔 1층부터 3층까지 대기줄이 끝없이 이어졌을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 평소보다 대기 시설을 두 배 이상 확대 설치하기도 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도 "아이돌 팝업 덕분에 신규 고객 비중이 늘었고, 외국인 고객을 포함한 다양한 고객들이 백화점을 찾았다"며 "이와 같은 콘텐츠를 제공하면 식사와 쇼핑 등을 같이 하면서 백화점을 경험할 기회도 늘릴 수 있다"고 밝혔다.
더현대 관계자 역시 "(엔터테인먼트 입장에선) 아이돌 팝업은 데뷔, 신곡 등을 알릴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홍보 방식이라고도 생각한다"면서 "(백화점에도) 한 달에 70억원, 일반 팝업보다 더 높은 매출을 안겨다 주기도 한다"고 전했다.
/설래온 기자(leonsig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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