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 새로운 치료 길 연 연구자 "돈 없어 연구 어렵다" [지금은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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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혁 UNIST 화학과 교수 “전임상과 임상으로 가고 싶다”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지난 16일 권태혁 울산과학기술원(UNIST) 화학과 교수가 ‘항암제 안 듣던 췌장암…빛 쪼이니 죽었다’라는 연구 결과는 내놓아 많은 이의 관심을 받았다.

항암제 내성 원인으로 알려진 암세포의 자가포식을 억제할 수 있는 광 반응 화합물을 개발했다는 연구 결과물이었다. 빛을 받으면 활성화되는 화합물이 자가포식이 일어나는 공간인 세포 리소좀만을 선택해 공격하는 원리다.

자가포식으로 약물내성이 생긴 주요 난치암 치료에 도움이 되고 기존 항암제들과 병용 치료 효능을 검증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사진=정종오 기자]

관련 연구 결과가 나오자 언제쯤 신약이 나오는지, 지금 어느 정도 연구가 진행된 것인지, 임상은 언제쯤 가능한지 등 독자들의 궁금증이 폭증했다. 과학적 연구 성과가 곧바로 제품이나 신약 개발로 이어지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럼에도 독자들의 관심이 증폭한 배경에는 췌장암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많고, 새로운 항암 치료 시스템이란 연구 결과에 주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해당 연구를 진행한 권 교수와 21일 전화 통화했다. 권 교수는 “우리 연구 결과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나타내줘 감사하다”고 말한 뒤 “우리 연구는 현재 동물실험과 독성 분야에서 검증을 완료하고 후속 연구로 나아가고자 하는 항암 치료 시스템”이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 결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앞으로 △전임상(추가 동물실험과 안전성 검사,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GMP)) △임상 1,2,3상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전임상으로 진입해야 하는데 현재 연구비가 부족해 주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2020년 ‘오투메디’라는 회사를 설립했다”며 “광 반응 기반의 새로운 플랫폼 형태의 항암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였고 스타트업 회사를 설립해 초기 투자를 받으면서 관련 연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번에 내놓은 연구 결과는 새로운 플랫폼 항암 치료의 시작점이다. 기존의 췌장암 치료제와 병용하면 치료 효과가 뛰어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번 논문에 발표한 데이터는 전임상에 들어가기 위한 주요 데이터가 포함돼 있다. 전임상에 들어갈 수 있는 곳까지 연구가 진행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임상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더 자세하고 규제당국이 필요로 하는 추가 데이터가 필요하다.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치료제이기 때문에 안전성과 효과성 등 꼼꼼히 거쳐야 하는 과정이 필수다.

최근 권 교수는 이를 위해 투자설명회(IR) 등 직접 발로 뛰고 있다. 문제는 최근 바이오에 대한 투자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데 있다. 한마디로 ‘얼어 붙었다’고 말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바이오에는 투자사들이 투자를 안 하겠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는 것이다. ‘리스크(위험부담)가 크다’는 거다. 이른바 우리나라 투자사들은 3년 정도 투자해 원금을 회수하거나 이익을 바라는 구조로 돼 있다.

바이오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분야로 꼽힌다. 짧게는 몇 년부터 길게는 30년까지도 걸린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투자사들이 바이오 분야에 쉽게 뛰어들지 못하는 실정이다.

바이오에 대한 투자가 잘될 때는 매우 좋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은 상황이다.

권 교수는 투자사들을 만나 이야기를 해보면 한결같다고 전했다. 권 교수는 “(우리 연구 결과를 파악한 뒤) 굉장히 좋은 시스템인 것은 알겠는데 우리는 바이오에는 투자하지 않는다”는 답만 되돌아온다고 했다. 이런 반복된 말을 수십 군데에서 들었다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전임상과 임상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자금이 없어’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란 것이다. 너무 안타까운 심정이고 투자자를 만나 계속 설득하고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는데 상황은 어렵다고 토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 바이오 분야에 적극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과기정통부와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바이오 분야의 미래 비전을 제시할 ‘2025년 10대 바이오 미래유망기술’을 지난 20일 발표한 바 있다. 첨단 바이오에 적극 투자하겠다고 나섰다.

이런 부분도 염두에 두고 있느냐는 질문에 권 교수는 “정부 차원에서 보면 범부처 신약 개발 과제 등 여러 지원책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지난해부터 우리도 지원했는데 지원 규모도 매우 적고 수많은 과제가 있다 보니 경쟁률 또한 치열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지난해 ‘연구개발(R&D) 카르텔’이란 이름으로 관련 예산이 삭감됐는데 권 교수와 관련된 지원 예산이 줄었다고 말했다.

범부처 신약 과제에 선정되더라도 연구비가 몇 억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전임상 단계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최소 수십억원이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이를 충당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전임상 단계를 거쳐 임상1,2,3상으로 들어가면 필요한 금액은 수백억원대까지 증가한다.

정부 차원에서 지금처럼 여러 세부과제에 대해 소규모 지원을 하는 것도 좋겠는데 민간 투자자들을 연결해 적극적으로 대규모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고 권 교수는 주문했다.

권 교수는 “지난해 아시다시피 R&D 카르텔이라는 명목 아래 연구비가 다 삭감되고 저도 관련된 연구비가 줄었다”며 “증액이 돼도 모자랄 판국에 이런 어려움까지 겹쳤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자신이 연구하고 있는 것이 연구에만 머물러 있기를 바라지 않는다. 권 교수는 “제가 연구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국민의 세금을 받아서 연구하고 있는데 좋은 논문만 내고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실제로 고통받는 환자들한테 도움이 되고 희망이 되는 연구로 이어가고 싶다”고 전했다.

‘연구를 이어가는 길’이 지금은 막혀 있어 답답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권 교수는 “지금 연구하고 있는 새로운 항암 치료 시스템은 췌장암뿐 아니라 모든 암 치료에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며 “어려움은 있는데 연구는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UNIST는 울산에 있으면서 울산시와 여러 지원책을 공유하고 있다. 울산시의 지원은 없느냐는 질문에 권 교수는 “UNIST와 울산시 등이 창업하는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며 “다만 담당자가 자주 바뀌고 큰 규모의 지원에 이르면 책임 소재 등이 거론되면서 주저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다.

정부의 지원도, 투자자들의 투자도 여의치 않다면 ‘크라우드 펀딩’도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권 교수는 “그것도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불특정 다수의 개인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면 여러 절차와 복잡한 과정이 있어 이 또한 쉽지만은 않은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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