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이사 집중투표제 못해...법원, 가처분 인용

[아이뉴스24 이한얼 기자]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으로 평가됐던 집중투표제를 통한 이사 선임 안건이 무위로 돌아갔다.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의안상정금지 등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인용하면서다.

최윤범 회장 측은 집중투표제를 통한 막판 뒤집기를 노린 만큼 경영권 분쟁에서 지분을 더 많이 확보한 MBK·영풍 측이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됐다.

2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임해지)는 영풍·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의안상정금지 등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유미개발이 집중투표제 도입을 제안하던 당시 고려아연의 정관은 명시적으로 집중투표제는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었다"며 "결국 이 사건 집중투표 청구는 상법의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적법한 청구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번 집중투표제 도입은 지난해 12월 고려아연의 주주 유미개발이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집중투표제란 주주들이 각 이사 선임에 대해 개별적으로 한 표씩 행사하는 방식이 아니라, 특정 후보자에게 모든 표를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다.

현재 최윤범 회장과 MBK 연합의 지분 구도는 의결권 기준 39.16%대 46.7%로 최 회장 측이 약 7% 차이로 뒤지고 있는 상황이다. MBK연합과 지분구도에서 열세를 보이고 있는 최 회장 측은 집중투표제를 통해 이사회 과반을 차지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법원의 가처분 신청 인용 판단으로 최 회장 측의 막판 뒤집기는 수포로 돌아갔다.

이번 고려아연 임시주총의 이사 후보 수는 총 21명으로 고려아연이 7명, MBK연합이 14명이다. 법원 판단에 따라 이사 선임은 집중 투표 방식이 아니라 일반 투표 방식으로 선출하게 된다. 과반에 근접할 만큼 지분 구도상 우위를 보이고 있는 MBK연합의 이사회 장악 가능성이 사실상 커진 셈이다.

특히 집중투표제 안건에 찬성하기로 했던 국민연금은 이사 선임에서는 최 회장측과 MBK연합 측의 이사 후보 각각 3명씩 찬성하는 중립투표를 진행하기로 한 만큼 최 회장 측이 불리한 상황에 처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여기에 더해 노르웨이연금과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은 고려아연 측 이사 후보에 반대표를 행사하겠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